반도체, 요즘 한국에서 핫한 수출품입니다. 세계 각국은 한국의 반도체를 구매하고 싶어 줄을 섰습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근로자 사이에서 성과에 대한 보상을 확실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나타났습니다. 성과급과 임금인상을 둘러싼 논쟁이죠.
올라가지만 내려가지 않는 임금

실적이 좋을 때는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커지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한번 올린 임금을 다시 낮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경기가 나빠져 기업 이익이 줄어도 임금은 그만큼 쉽게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를 ‘임금의 하방경직성’이라고 합니다. 한번 오르기 시작한 임금은 왜 쉽게 내려가지 않는 것일까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는 근로계약 때문입니다. 기업과 근로자가 계약서에 정한 임금은 경제 상황이 변하더라도 계약 기간에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둘째는 노동조합(노조)의 존재입니다.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노조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삭감하기 어렵습니다. 셋째는 최저임금제입니다.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할 수 없기에 임금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갈 수 없습니다. 넷째는 효율성 임금 이론입니다. 기업은 시장 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면 근로 의욕이 높아지고 근무 태만이나 이직이 줄어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근로자가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임금 수준을 높이는 것이 근로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물가상승도 영향을 미칩니다. 물가가 올라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명목임금을 줄이려 하면 근로자의 반발이 커집니다.
임금인상 지속 가능하려면
그렇다면 임금이 계속 오르면 어떨까요? 기업 입장에서는 고정적인 인건비 지출이 점점 늘어나게 됩니다. 만약 경기나 기업 실적이 악화해도 높은 임금을 계속 지급해야 하므로 기업의 경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기업은 이를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하게 됩니다.
국내에선 호봉제를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가 이러한 임금 경직성을 강화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근속연수가 길수록 임금이 오르는 구조가 생산성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거죠. 최근에는 직무의 가치나 성과를 임금에 반영하는 직무급제·성과연동형 임금체계 등 다양한 개편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 차가 커 진전은 더딘 상황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실적이나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인상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임금을 얼마나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과 근로자의 근로 의욕을 함께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