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가 늘고 있다. 간단한 생활용품부터 가전제품, 가구, 의류, 휴대폰까지 중고로 사고팔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중고 상품을 살 때는 과연 쓸 만한 물건인지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중고품을 파는 사람에 비해 사는 사람은 물건의 상태를 정확히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래 당사자 간에 보유한 정보의 양에 차이가 나는 상황을 ‘정보 비대칭’이라고 한다.
중고차를 비싸게 사는 이유
중고차 시장은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거래가 효율적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다. 집중호우가 전국을 강타해 침수된 차가 많이 발생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중고차 시장에 침수 차량이 섞일 수 있다. 멀쩡한 차의 적정 가격은 1000만 원, 침수 차량의 적정 가격은 500만 원이라고 하자. 모든 정보가 공개돼 있다면 멀쩡한 차는 1000만 원에, 침수 차량은 500만 원에 거래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중고차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는 정보 비대칭이 존재한다. 중고차를 팔려는 사람은 자기 차가 멀쩡한 차인지 침수된 차인지 알고 있지만,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은 그런 사실을 알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구매자는 멀쩡한 차량과 침수 차량의 중간인 750만 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멀쩡한 차의 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일 것이고, 침수 차량의 주인은 “웬 횡재냐” 하면서 차를 팔 것이다. 결국 침수 차량을 비싼 값에 사는 소비자가 생긴다. 이처럼 정보가 부족한 쪽이 불리한 선택을 하는 것을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고 한다.
멀쩡한 차량의 주인은 제값을 받지 못하니 중고차 시장을 떠나고, 침수 차량처럼 품질이 좋지 않은 차만 남을 것이다. 이런 시장을 ‘레몬 시장’이라고 한다. 레몬은 색깔은 예쁘지만,= 신맛이 강해 그냥 먹기 힘들다.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실제로는 결함이 있는 상품을 레몬에 비유하는 것이다.
정보 비대칭이 만들어내는 현상으로 ‘도덕적 해이’도 있다. 화재보험에 가입한 건물주가 소방 안전에 주의를 덜 기울이는 것이 도덕적 해이의 사례다. 불이 나도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안전에 신경을 덜 쓰는 것이다. ‘주인-대리인’ 문제도 그렇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는 대리인인 임직원이 일을 알아서 잘하리라고 기대하지만, 대리인은 주인이 바라는 만큼 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식당엔 왜 ‘재활용 반찬’ 나올까
정보 비대칭으로 효율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보험시장은 중고차 시장과 반대로 판매자(보험사)가 구매자(보험 가입자)보다 정보가 부족하다.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이윤을 많이 내려면 보험금을 청구할 가능성이 낮은 건강한 가입자가 많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더 많이 가입할 가능성이 있다.
음식점의 반찬 재활용도 정보 비대칭과 관련이 있다. 음식점 손님들은 자신의 식탁에 올려진 반찬이 새 반찬인지 재활용 반찬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손님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반찬에 일절 손을 대지 않거나, 혹은 찜찜하더라도 믿고 먹거나. 어느 쪽이든 손님이 유리하지 않은 역선택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