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모의고사에서 나온 개념들이 수능에서 좀 더 확장돼 출제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지난 6월 평가원 모의고사 고3 국어 지문은 경제학의 핵심 쟁점인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그리고 주인-대리인 문제까지 다뤘습니다. 지난해 5월 생글생글 896호에서 자세히 들여다본 문제가 출제됐습니다.
정보 비대층의 현실
완전시장경쟁은 경제학이 꿈꾸는 이상적 모델입니다. 이 시장에선 판매자나 소비자나 상품에 대한 모든 거래 정보를 100% 완벽하고 투명하게 공유한다고 가정하죠.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우리는 물건을 살 때 늘 정보가 부족한 ‘정보 비대칭’에 놓입니다. 당근 중고 거래가 대표적 사례죠.
이런 정보 비대칭은 역선택 문제를 일으킵니다. 정보를 적게 가진 소비자가 시장의 불완전성 때문에 품질이 낮은 상품을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값을 주고 선택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 역선택을 설명할 때 ‘레몬시장’ 이야기가 자주 나와요. 역시 생글생글에서 여러 차례 설명한 개념입니다. 미국에서 ‘레몬’은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너무 시큼해 먹을 수 없는 걸 말해요. 중고차시장이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구매자는 차가 불량일지 모르니 위험을 감수하기 위해 평균적인 낮은 가격만 제시하게 되고, 이에 분노한 진짜 좋은 중고차 주인들은 시장을 떠나버립니다. 결국 시장에는 품질이 안 좋은 차만 남죠. 시장실패입니다.
이런 문제는 정부 개입을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중고차도 투명하게 거래하게끔 만들죠. 마트에서 흔히 보는 식품의 성분 및 효능 표시나 화장품의 성분 공개는 정부가 공급자에게 의무화한 정보 비대칭 해소 장치입니다.
개념을 확장해볼까요. 거래 후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 사례로는 ‘도덕적 해이’가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보험시장입니다. 화재보험에 가입하기 전에는 불이 날까 봐 노심초사하며 조심하던 사람이 계약을 맺은 후에는 “불이 나더라도 보험사에서 돈이 나오는데 무슨 상관이야”라며 소화기 점검도 하지 않고 주의를 게을리하는 현상입니다.
이는 ‘주인-대리인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죠. 수능과 모의고사에 종종 등장하는 개념이니 알아두어야 합니다. 회사의 진짜 주인은 주식을 산 ‘주주’지만, 회사를 실제로 경영하는 사람은 전문 경영인인 ‘대리인’입니다. 주주들이 경영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완벽하게 감시하기 어려운 틈을 타 전문 경영인이 회사의 장기적 성장이나 주주 이익보다 자신들의 단기적 성과급 잔치를 벌이거나 방만한 경영을 일삼는 것 역시 거대한 정보 비대칭의 결과물입니다.
AI시대 … 심화하는 부작용
6월 모의고사 지문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이 같은 정보 비대칭성이 강화된다고 지적했어요. 문제는 소비자가 이것이 진짜 정보인지, AI가 조작한 편향된 가짜 뉴스성 광고인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는 것이죠. 정부는 관련 법률 조항을 통해 AI의 개입 여부를 표시하도록 했어요. 경제학적으로 이는 정보를 모르는 쪽이 정보를 가진 쪽이 감추고 싶을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는 ‘스크리닝 전략’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정보를 가진 공급자가 오히려 “우리 제품은 진짜입니다”라며 품질 보증서를 발행하는 행위는 ‘신호 발송’이라고 부르죠.
지문의 후반부는 표현의 자유를 바라보는 두 가지 거대한 이론적 대립으로 내용을 확장했어요. 첫째는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입니다. 가짜 뉴스가 난립하더라도 시장에서 결국 진실이 선택받을 것이란 이론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이론으로 정부 개입을 꺼리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