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 발전할수록 '정보 비대칭' 위험 경계해야
한경 사설 깊이 읽기

금융시스템 발전할수록 '정보 비대칭' 위험 경계해야

허원순 기자2019.08.22읽기 6원문 보기
#DLS(파생결합증권)#정보 비대칭#불완전 판매#금리연계형 파생상품#시장 실패#역선택#도덕적 해이#KIKO 사태

[사설] 금융시장 후진성 드러낸 DLS사태, 책임소재 철저히 따져야

해외 금리에 크게 영향받는 ‘금리연계형 DLS(파생결합증권)’ 상품의 불완전 판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원금 전부를 잃을 수도 있는 이런 고위험 상품이 어떻게 ‘돈 장사’를 보수적으로 하는 시중은행에서 대거 판매됐는지 선뜻 이해가 안 된다. 문제의 이 파생상품에 개인투자자 3654명의 투자금 7326억원이 물려 있다. 1인당 2억원꼴인데, 독일 10년물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품은 이미 원금 대부분이 손실되는 구간에 들어섰다. 영국 파운드 등의 이자율에 연동된 상품도 50% 이상 원금 손실이 예상된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설계한 증권사와 판매 은행 등을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벌일 계획이다.

1차 쟁점은 ‘불완전 판매’ 여부일 것이다. 해당 상품의 고위험성이 금융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설명됐느냐가 초점이다. ‘정보 비대칭’의 문제는 금융뿐 아니라 어떤 시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점이다. 그런 만큼 판매 은행이 고지의무를 이행했는지 감독당국이 정확·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정보 비대칭이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나 자기책임의 원칙까지 덮을 수는 없다. 금리 파생상품에 2억원씩 투자할 정도라면 ‘고수익=고위험’이라는 기본원리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독일 국채 금리가 -0.7% 아래로 떨어진 게 불가항력의 상황인지, 글로벌 저금리 국면에서 예상가능한 현상으로 봐야 할지 등은 전문가도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상품을 다루는 설계사·운용사·판매사는 물론 투자자들도 더 긴장하고 철저해야 한다. ‘키코(KIKO) 사태’, 동양증권 CP 및 일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불완전 판매 논란을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 돈이 ‘돈값’을 못하는 저금리 시대에 금융 기법이 발전하면서 이런 일은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그렇다고 감독당국이 건건이 사전 심사에 나선다면 시장을 억누르는 규제가 된다는 사실이 딜레마다.

금융시장의 후진성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감독당국이 시장 변화에 좀 더 긴장하고 ‘이상 기류’를 조기에 찾아낼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8월 20일자>

사설 읽기 포인트복잡한 원리로 구성된 금융파생상품 투자땐정보 부족으로 소비자 '역선택' 가능성 커정부, 적절한 규제와 자율 사이 균형 잡아야‘시장 시스템’은 경제발전을 위한 최적의 시스템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시장, 이상적인 시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완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곳곳에서 인간의 탐욕이 깃들게 된다. 심판 기능을 하는 정부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 부분적인 결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대체할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도 자명하다. 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애 가운데 하나가 ‘정보 비대칭’의 문제다.

모든 종류의 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에서 사고파는 쌍방이 가진 정보에 차이가 있는 현상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진 쪽을 정보우위, 그 반대쪽을 정보열위에 있다고 한다. 당연히 전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외환 등 금융시장, 각종 제품시장에 모두 적용된다. 가령 증권시장에서 내부자거래 같은 것이 정보 비대칭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대한 범죄행위로 규정된다. 이는 ‘정부 실패’와 비교되는 개념인 ‘시장 실패’의 한 현상으로도 분류된다. 복잡한 파생금융 상품에서도 정보 비대칭의 문제가 보인다.

복잡한 수학적 알고리즘에 따라 설계된 파생상품의 구성 원리나 치명적인 취약점을 개인 투자자, 즉 금융소비자들이 모두 알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이런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 등 금융회사의 창구 직원들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문제가 된 금리연계형 DLS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 운용하는 과정에 정보 비대칭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투자금 전부를 다 잃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은 최고의 고위험 상품이기도 하다. 이럴 때 정보가 적은 투자자가 하는 불리한 선택을 역선택이라고 한다. 투자자들 쪽이 가질 수 있는 큰 문제로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 있다.

위험성을 알면서도 “잘못되면 (거대한) 판매 은행이 어떻게 해주겠지”라는 식의 심리다. 고수익의 기대 열매는 스스로 챙기고 위험은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책임의 원칙’과도 어긋난다. 금융이든 무엇이든 투자자 스스로가 한 판단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지는 것은 현대 경제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하지만 이 또한 ‘떼법’ 때문에 무시되기도 하는 것이 한국적 전통이다. 정치가 개입하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소비자 편을 드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하나일 것이다. 균형점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쟁점은 “이렇게 위험한 상품이라면 금융감독 당국이 미리 점검을 하고 필요하면 사전 규제도 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일이 터지면 정부더러 왜 예방 못했느냐는 요구나 비난도 한국적 현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건건히 사전에 정부나 감독당국이 다 챙기면서 심사를 하고 심지어 허가까지 하라는 것도 위험한 주장이다. 그게 바로 규제이기 때문이다. 사전 규제는 가급적 줄이면서 업계 자율에 맡기는 것이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세계적 대세이기도 하다. 통상 규제가 많은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 같은 곳에서도 사전 규제는 없애고 문제가 생기면 뒤따라가면서 해결하는 사후 규제, ‘네거티브 규제’에 나서고 있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은 규명해야겠지만 생각해볼 게 많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정보 부족하면 시장 효율적으로 작동 못해
경제학 원론 산책

정보 부족하면 시장 효율적으로 작동 못해

경제주체들이 완전한 정보를 갖지 못하면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시장실패'가 발생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거래 전에는 '역선택'(질 낮은 상품만 거래됨), 거래 후에는 '도덕적 해이'(약속 불이행) 같은 문제가 나타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어려워진다.

2023.09.07

서울대ㆍ고려대ㆍ서강대 논술…생글 읽으면 답이 보여요
생글생글 300호

서울대ㆍ고려대ㆍ서강대 논술…생글 읽으면 답이 보여요

2011년 주요 대학 논술 문제들이 경제 교육 매거진 '생글생글'에서 다룬 정보비대칭, 저출산, 케인스 이론, 공리주의 등의 주제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글생글을 꾸준히 읽은 학생들이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등의 논술 시험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2011.06.29

아는 만큼 쓰는 논술

(3) 정보 경제학

정보 경제학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격차로 인한 시장실패를 다루는 분야로, 정보 비대칭(한쪽이 정보를 독점)과 정보 불확실(양쪽 모두 정보 부족) 상황에서 발생한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판매자가 차량 상태를 숨기고, 건강보험 시장에서는 가입자가 건강 정보를 숨겨 거래량 감소와 악순환을 초래하며, 이러한 정보 문제는 신호주기 등 시장 자체의 메커니즘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2013.05.02

부자에게 싼 이자는 나쁘다?…금리는 신용이 결정
경제야 놀자

부자에게 싼 이자는 나쁘다?…금리는 신용이 결정

은행 대출금리는 소득이 아닌 신용도에 따라 결정되며,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차주가 돈을 갚지 않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당한 시장 원리다. 저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를 무분별하게 적용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고신용 저금리, 저신용 고금리' 시스템은 오히려 정의로운 신용 시스템이다.

2025.10.09

정보 비대칭이 원인…고품질 상품 씨말리죠
경제학 원론 산책

정보 비대칭이 원인…고품질 상품 씨말리죠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역선택은 거래 상대방의 정보가 부족할 때 발생하며, 이로 인해 고품질 상품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시장실패를 초래한다. 중고시장, 노동시장, 보험시장 등에서 판매자나 가입자가 구매자나 보험회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저품질 상품이나 고위험군만 거래되는 역선택 현상이 나타난다.

2023.09.14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