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부로 재정적자 축소 '안간힘'
일본 개혁깃발 올렸다

작은 정부로 재정적자 축소 '안간힘'

현승윤 기자2005.10.04읽기 5원문 보기
#구조 개혁#우정 민영화#작은 정부#재정적자#국채#재정 건전화#고이즈미 준이치로#버블경제 붕괴

9월11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한국 국회)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이끄는 연립 여당은 대승을 거뒀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자민당은 국회 480석중 3분의2가 넘는 327석을 획득했다. 일본군을 창설할 수 있는 헌법 개정 발의가 가능하며,개혁 정책에 필요한 법률 개정 이나 입법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의석이다. 고이즈미 내각이 압승한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그가 내세운 '구조 개혁'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유권자들은 현재대로 가면 일본이 세계 2위 경제 선진국에서 '2류 국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했지만,경제 발전을 거듭해 1980년대 말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게 됐다. 그러나 1990년부터 시작된 버블(거품)경제 붕괴 후 10년 이상 장기 침체를 겪어왔다. 2003년 상반기부터 조금씩 경제가 회복되면서 일본내에서는 국가 경쟁력을 다시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집권당을 지지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 때문이다. 그동안 전직 총리들도 '개혁'을 외쳐 왔으나 기득권 세력인 정치가나 관료들의 벽에 부딪쳐 번번히 좌절됐다.

◆'작은 정부'와 '민영화'가 개혁의 골격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8월 '우정 민영화' 법안이 집권당내 반대 세력에 의해 부결되자 중의원을 해산했다. 개혁 법안인 '우정 민영화'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자신을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선거 기간중 정권 공약을 통해 향후 개혁 방향을 밝혔다.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민간에,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지방으로 권한을 넘기겠다"고 강조했다. '작은 정부'를 만들어 공무원 수를 줄이고,국영기업을 민영화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집권 자민당은 선거 승리후 10월중 '우정 민영화'법안을 통과시킨 후 공무원 축소를 골자로 한 행정 개혁,2010년대 초 재정수지(국채 이자 제외)를 흑자로 만드는 재정 개혁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구조 개혁의 최종 목표가 재정 건전화임을 분명히 했다. ◆누적된 적자로 고통을 겪는 일본일본 정부가 구조 개혁의 최종 목표로 재정 건전화를 내세울 만큼 일본의 재정 상태는 심각하다. 흔히 일본은 '부자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중앙정부가 발행한 국채 잔고는 6백87조엔,지방채와 차입금까지 합치면 1000조엔이 넘는다.

국채만을 기준으로 해도 GDP(국내총생산)의 1.7배에 달한다. 개인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상황이 지속되면 신용 불량자가 되듯 국가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세수보다 세출이 많은 재정 수지 적자 상태를 끌고갈 수는 없다. 게다가 일본은 2006년부터 인구감소 시대로 접어든다. 고령자에 대한 연금 지급 등으로 정부 지출은 늘어나지만,일하는 젊은층이 줄어들어 세입이 줄어드는 구조가 된다. 지금까지 적자 재정을 떠받혀온 가계 저축률도 떨어질 게 분명하다. 정부 추산으로도 가계 저축률은 2010년께 GDP대비 2.5%선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일본의 국채 잔액은 GDP 대비 170%수준에 달해 금리를 2%로 가정하면 국가는 매년 이자 지급을 위해 GDP대비 3.4%의 차입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의 재정 구조로는 원리금 상환은 커녕 국내 자금으로는 이자를 갚기조차 어렵다. 결국 일본은 국채를 외국에 팔아 외국 자금을 끌어와야 국가 파산을 피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2010년께 이자 지금을 제외한 재정수지 균형을 내걸었지만 계획대로 재정 지출을 줄인다 하더라도 이자 지급 부문은 외자에 의존해야 한다. 고이즈미 내각이 우정 민영화 등을 통해 금융시장 활성화를 유도하는 데는 이러한 재정 상황이 기본 배경이 되고 있다.

◆금융시장 활성화와 외자유치에 적극적일본 정부는 민영화를 통해 340엔에 달하는 우체국 자금을 민간 금융기관으로 이동시켜 금융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금융시장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어 외국 자금을 적극적으로 일본시장에 끌어들이겠다는 목적도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은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국민들은 개혁의 당위성을 인정해 현정권을 지지했으나 공무원 삭감 등 구조 조정이 지속되고,재정 건전화를 위한 증세(增稅)가 진행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국민들이 개혁에 따르는 고통을 얼마나 인내할 수 있을지에 성패가 달려있다. 도쿄=최인한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janus@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정부 "세금많이 깎아주겠다"에 대통령 선거 앞둔 생색내기 논란
Focus

정부 "세금많이 깎아주겠다"에 대통령 선거 앞둔 생색내기 논란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과세표준 구간 상향 조정과 각종 공제 확대 등으로 1조1000억원대의 감세를 포함하고 있으나, 임기 말 대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 정부가 이미 22조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감세는 국채 증가로 이어져 차기 정부와 다음 세대에 부담을 넘기는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치인들의 선거 승리 중심 정책이 반복될 경우 국가 재정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고다.

2007.08.29

빚내서 경기 살린다?… 재정지출 증대 '효과'볼까
Focus

빚내서 경기 살린다?… 재정지출 증대 '효과'볼까

정부가 내년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11조원 늘리고 국채로 조달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케인스의 유효수요 이론에 기반한 경기부양 정책이다. 다만 재정정책의 시차 문제, 일본의 장기 불황 사례, 민간투자 위축 우려 등으로 인해 경기침체의 근본 원인 해결이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008.11.04

빚의 '재앙'…공짜 점심은 없다
커버스토리

빚의 '재앙'…공짜 점심은 없다

미국, 일본, 그리스 등 주요국들이 과도한 재정적자로 인한 국가부채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전쟁, 금융구제, 복지 지출 등 분수에 넘치는 지출의 결과다. 현재의 안락을 위해 빚을 늘리면 반드시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의 기본 원리를 망각한 결과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더 큰 위기를 경고하는 신호다.

2011.08.10

부채한도 안늘리면 부도?... 디폴트 위기 몰린 美國
Focus

부채한도 안늘리면 부도?... 디폴트 위기 몰린 美國

미국 연방정부가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하면 다음달 2일 역사상 처음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할 위기에 처해 있다. 만성적 재정적자로 인해 부채한도를 78번이나 올려온 미국은 현재 세입 2조1740억 달러 대비 세출 3조8190억 달러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증세안과 공화당의 지출 삭감 요구가 대립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으며, 미국의 디폴트는 국채 신용등급 강등, 금리 상승, 주가 하락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초유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2011.07.19

신용등급 한단계 강등… 부자나라 일본의 '굴욕'
Global Issue

신용등급 한단계 강등… 부자나라 일본의 '굴욕'

S&P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한 것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등 OECD 회원국 중 최악의 재정 상태 때문이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고 감세를 시행하면서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며, 최근 무상복지 확대로 부채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도 국가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일본의 사례는 무분별한 보편적 복지 확대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된다.

2011.02.09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