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비대칭과 역(逆)선택
고장이 잦고 허접한 중고자동차를 영어 속어로 레몬(lemon)이라고 한다. 간혹 상태가 양호한 중고차도 있는데,이는 복숭아(peach)라고 부른다. 왜 중고차를 과일에 비유했을까? 레몬은 향도 좋고 맛 있어 보이는 색깔이지만 먹기엔 너무 시다. 반면 복숭아는 겉모양에 비해 맛이 좋다. 겉만 그럴싸 한 중고차와 속이 알찬 중고차의 차이를 레몬과 복숭아의 차이에 대비한 것이다.
중고차시장에서 중고차를 파는 사람은 자신의 차에 대한 정보를 다 갖고 있다. 몇 번 사고를 냈는지,어떻게 관리했는지,특별한 하자는 없는지…. 반면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은 이런 정보를 하나도 모른다. 아는 것이 없으니 단지 값을 깎는 것으로 혹시 모를 손실을 벌충하려 한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처럼 한 쪽은 정보를 알고 다른 쪽은 모르는 데서 발행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경제학에서 역선택이란 좋은 것은 다 빠져나가고 나쁜 것만 남는다(선택된다)는 의미다.
◆나는 널 아는데,너는 날 몰라
모든 경제학 원론서가 상정하는 완전경쟁시장은 수요자든,생산자든 모든 정보(수요량,공급량,균형가격 등)를 다 알고,제품 품질은 균일하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런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어느 한 쪽은 아는 정보를 상대방은 모를 때가 허다하다.
예컨대 MP3플레이어를 살 때 생산자는 제품의 장단점을 다 알지만 수요자는 모른다.이렇게 거래 쌍방 간에 생기는 정보의 차이를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한다. 바로 그것 때문에 사람들은 인터넷 쇼핑몰의 이용 후기를 뒤져보고,그 제품을 써본 친구가 있는지 수소문도 해본다. 정보 부족을 만회해 판매자와 대등해지기 위해서다.
◆맥도날드·하버드의 위력도 '정보' 탓(?) 매출 세계 1위라는 맥도날드의 햄버거 맛은 별로 좋은 평가를 못 받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맥도날드를 찾아간다. 이는 '맥도날드'라는 브랜드가 햄버거 선택의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매장이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맛의 햄버거와 어린이 놀이기구,그리고 깔끔한 화장실을 제공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버드대 졸업생은 대개 사회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다. 그들이 좋은 교육을 받아서인가,아니면 아예 성공 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학생들을 입학시킨 탓인가?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둘 다 맞다고나 해야 할까….
◆중고차시장과 '레몬 모형'
중고차시장으로 돌아가보자. 신차를 살 때는 제품 정보를 여러 경로로 파악하고,가격도 비교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고차시장에선 어떤 차가 좋은지 자신할 만한 정보가 없다. 운 나쁘면 겉만 멀쩡하고 속은 고장 투성이인 애물단지가 걸릴 수도 있다. 수요자들은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온 차에 대해 기본적으로 품질을 의심한다. 그래서 중고차 시장의 가격은 파는 사람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낮게 형성되게 마련이다.
반면 '복숭아' 수준의 중고차를 가진 사람들은 낮은 가격에 팔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중고차시장은 질 나쁜 중고차가 넘쳐나는 '레몬시장'이 된다. 정보비대칭이 매물로 나온 중고차의 평균적 품질을 왜 낮추는가에 대한 설명을 '레몬 모형(lemons model)'이라고 부른다. 미국 버클리대의 조지 애컬로프 교수는 이런 설명으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기업들의 역선택 고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