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살릴 열쇠? 또 다른 부실의 서막?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경기 살릴 열쇠? 또 다른 부실의 서막?

황정환 기자2025.06.19읽기 5원문 보기
#배드뱅크(Bad bank)#부실채권#채무탕감#주빌리은행#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연방주택융자조정프로그램(HAMP)#코로나19 피해 지원

배드뱅크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주도한 민간 채무탕감 기관 ‘주빌리은행’이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후 금융당국이 시민단체 등 비영리법인도 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나서면서다. -2025년 6월10일자 한국경제신문-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빚을 조정, 탕감하는 ‘배드뱅크(Bad bank)’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누적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금융 기구인 배드뱅크를 설립해 연체 채권을 사들여 소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코로나19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만기가 연장된 대출금액은 약 50조원에 달합니다. 이 빚은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으로 만들어진 만큼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고, 채무 탕감이 실물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게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생각입니다. 하지만 경제학계 일각에선 일회성 채무조정이 오히려 자영업자의 자활과 실물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배드뱅크는 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을 인수한 뒤 이를 정리·재조정하는 특수목적기구입니다.

업계에선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위원회, 민간 재단 등 공공기금이나 비영리법인을 핵심 축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취약계층 부실 대출을 싸게 사들여 소각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론 주빌리은행 모델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출범시킨 주빌리은행은 채무 탕감을 위해 금융회사의 장기 연체 채권을 원금의 3~5% 가격에 사들였습니다. 그러고는 연체된 채무자가 원금의 7%를 갚으면 나머지를 전부 소각해줬습니다. 현재는 재정 문제로 채권 소각이 중단됐지만 총 5만1500여 명의 채권자가 8100억원 규모의 채무를 탕감받았습니다.

배드뱅크 정책을 추진하는 측은 이 같은 채무 탕감이 거시경제 전반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먼저 은행권은 부실채권을 외부로 이전해 대차대조표를 건전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이 회복되고, 신용공급 여력이 회복돼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한 신규 대출이 촉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유동성 확대는 이른바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를 통해 실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의 주장입니다. 정부나 금융기관이 자금을 공급하면, 그 자금이 소비와 투자로 연결되며 추가적인 소득과 고용 창출로 이어집니다.

특히 소비 성향이 높은 소상공인 계층의 채무를 탕감해줄 경우, 그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 예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는 연방주택융자조정프로그램(HAMP)을 통해 채무자의 대출 조건을 완화했는데요, 이를 통해 총 170만 가구가 주택 압류를 피했다고 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HAMP에 참여한 가구가 재연체율이 낮았고, 소비가 더 빨리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중장기적으론 더 큰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입니다.

정부가 부실채권을 떠안아주는 선례가 반복되면 채무자들은 위험 감수 없이 과도한 차입을 하게 됩니다. 채무자들은 정부가 채무를 탕감해줄 것을 알지만, 정부는 채무자들의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금융기관들 역시 문제가 생겨도 결국 정부가 부실을 막아줄 것이라 믿으면 대출 심사를 느슨하게 운영할 유인이 생깁니다. 채무 탕감 정책이 오히려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요. 형평성 문제도 상당합니다. 지난 코로나19로 진 빚을 갚기 위해 그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원리금을 상환해온 자영업자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채무 탕감 정책은 이처럼 성실한 상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손실을 보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채무 탕감이 결국은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가 직접 부실채권 인수에 나서거나, 공공기금이 이를 뒷받침할 경우 결국 국가 부채가 증가하게 됩니다.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시장에 채권 공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채권 가격이 하락하며, 결국 채권 금리가 올라가게 됩니다. 높아진 국가채무비율이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우리 금융기관의 조달 금리 자체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금리인상이 다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금융비용 증가라는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재명표 채무 탕감 정책은 경기 회복을 위한 ‘신의 한 수’가 될까요.

아니면 또 다른 부실의 시작이 될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NIE 포인트

황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경제학은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커버스토리

경제학은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의 자유시장 이론에서 출발하여 대공황 이후 케인스의 정부 개입론,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통화주의와 합리적 기대이론,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케인스주의까지 정부의 시장 개입 정도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현대에는 진화론과 심리학을 접목하여 인간의 비합리성을 설명하려는 진화경제학 등 새로운 이론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경제학은 이러한 다양한 학파 간의 논쟁을 통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09.12.16

인플레이션은 돈 가치 떨어뜨려 富의 재편 초래
커버스토리

인플레이션은 돈 가치 떨어뜨려 富의 재편 초래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려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측정되며, 수요 초과로 인한 수요견인형과 원자재·임금 상승으로 인한 비용상승형으로 발생한다. 인플레이션의 주요 폐해는 개인과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와 부의 강제 재분배이며, 심할 경우 화폐의 거래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한다.

2010.08.11

정부는 어떻게 경기를 조절하나?
커버스토리

정부는 어떻게 경기를 조절하나?

정부는 경기변동을 안정시키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두 가지 수단을 사용한다. 재정정책은 불경기 때 정부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인하하여 총수요를 증가시키고, 호경기 때는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인상하여 수요를 억제한다.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조정이나 통화량 조절을 통해 이자율을 변동시켜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조절함으로써 경제를 안정화시킨다.

2010.09.01

'봇물' 터진 양적완화…경제회복 보약 vs 자산버블 빌미
커버스토리

'봇물' 터진 양적완화…경제회복 보약 vs 자산버블 빌미

주요 선진국들이 경제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시중에 공급하는 정책)를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글로벌 통화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 발생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3.05.15

청년백수.슈퍼 아저씨 한숨도 低성장탓
커버스토리

청년백수.슈퍼 아저씨 한숨도 低성장탓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일자리 창출이 감소하여 청년 실업자가 증가하고, 이는 기업 판매 부진, 자영업자 어려움, 금융시장 악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재정정책, 감세정책, 저금리 정책 등으로 성장률을 높이려 하지만 각각 국가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의 부작용이 따른다. 경제성장률은 국내총생산(GDP)의 부가가치를 집계하여 전년도 대비 증감률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2005.06.14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