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자본주의 시대,의결권 행사요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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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자본주의 시대,의결권 행사요건은?

오형규 기자2007.11.27읽기 6원문 보기
#펀드 자본주의#주식형펀드#기관투자가#의결권#주주총회#자산운용사#경영권 분쟁#IR(투자자 관련 기업설명활동)

주식형 펀드 100조원 돌파기업 경영까지 영향 미친다지난 11월 삼성전자의 IR(투자자 관련 기업설명활동) 담당 주우식 부사장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에게 공개적으로 면담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한 일이 있었다. 주 부사장은 주요 주주인 미래에셋의 박 회장을 만나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내놓고 저평가된 삼성전자 주가를 부양할 심산이었다.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의 IR 담당 부사장이 신생 금융그룹인 대표를 만나려 한다는 것 자체가 관심인 마당에,미래에셋이 면담을 거절하고 나오자 '미래에셋이 그렇게 대단한가'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미래에셋은 나름대로 정중하게(?) 거절 이유를 밝혔지만 말이다.

이는 이른바 '펀드 권력'의 위상을 잘 보여준 사례다. 주식형펀드가 100조원을 돌파할 만큼 펀드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증시의 실질적인 파워를 펀드가 쥐게 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펀드 자본주의'란 용어도 이젠 낯설지 않다. 국내에서도 펀드를 기반으로 한 기관투자가들의 힘이 막강해지면서 펀드(또는 기관투자가)가 주가 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의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주주총회에서 기관의 의결권(총회 안건에 대한 1주당 1표씩 주어지는 투표권) 행사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신문 지상을 통해 자주 접하는 '펀드 자본주의'가 무엇이고 기관투자가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 주식형펀드 100조원 시대 개막올 들어 국내에는 주식형펀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연 5% 안팎인 은행권의 낮은 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자금들이 '투자' 상품인 펀드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주식형펀드는 자산운용사가 고객들의 자금을 모아 주식에 운영해 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 주는 것이다. 실제로 증시 주가가 올 들어 30% 정도 오르면서 주식형펀드는 은행 예금에서는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짭짤한 수익을 냈다.

국내 주식형 대표펀드 중 하나인 미래에셋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은 약 50%의 수익률(11월26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주식형펀드는 지난해 말 46조5400억원에서 최근 104조원까지 두 배 이상 불었다. 자산운용사로 대표되는 기관투자가들은 고객들이 돈을 맡기면 이를 곧바로 주식에 대부분 투자한다. 투자가들이 돈을 잘 굴려서 수익을 내 달라고 맡긴 것이지 그냥 잘 보관하라고 맡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 증시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사들여 보유하고 있는 비중도 크게 높아지게 됐다.

반면 올 들어서만 20조원 넘게 내다판 외국인 보유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37.22%에서 31%대로 줄었다. 이 자리를 기관이 메우고 있는 셈이다. ⊙ 펀드 자본주의란'펀드 자본주의'는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펀드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현대 자본주의의 새로운 경향을 의미한다. 미국 하버드대 G.L 클라크 교수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다. 연기금이나 펀드 등이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금융시장은 물론 기업 인수합병이나 주요 경영 사안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기업의 지배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권력'으로 간주되고 있다.

최근 동아제약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펀드 자본주의의 힘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미래에셋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주면서 신임 이사 선임을 노린 반대 쪽은 고배를 마셔야 했다. 주식형펀드 100조원 시대의 개막은 한국에서도 '펀드 자본주의'가 더욱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경영이 불만스러울 때 예전처럼 주식을 팔고 떠나는 대신 지분을 앞세운 '행동'으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해외펀드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정부 당국과의 결전도 불사하는 공격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기업 경영 안건에 대해 의사를 표하는 의결권은 중요한 행동 수단이 되고 있다.

⊙ 기관의 의결권 행사는 어떻게 결정될까기관투자가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이들의 의결권 행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래에셋이나 국민연금 같은 '큰 손' 들은 나름대로 의결권 행사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종전에도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내부 지침은 있었지만 펀드의 의결권 행사 여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총 안건별로 행사기준을 세분화해 마련했다. 의결권 행사기준은 예를 들어 '사외이사의 비중을 높이는 안에 찬성하고,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낮추는 안에 반대하기로 한다'는 식의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관투자가들은 기본 지침만 갖고 있거나 이 마저도 없는 경우도 있다. 운용하는 자산 규모가 작아 종목별 지분율이 높지 않은 경우 자신들의 의결권 행사가 전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기관투자가들은 기업들이 주총일정을 잡고 주총 안건을 공시하면 해당 안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다. 미래에셋의 경우 의결권 행사 지침과 정책은 운용기획팀에서 마련하고,리서치본부에서는 안건별로 주요 내용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다. 검토 부서를 거친 안건은 투자전략위원회와 같은 의사 결정기구에서 찬반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의사 결정기구에서 방침이 정해지면 증권선물거래소 공시를 통해 자신의 의결권 행사 규모와 찬반 여부를 밝히게 된다. 이후에는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서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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