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경영 감시 강화·기업가치 제고에 도움"...
반 "정치적 악용 소지 크고 자율경영 해쳐"
하나금융지주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사외이사를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한 일을 계기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문제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국민연금은 무려 350조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운용하는 우리나라 최대 기관투자가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을 성공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음은 물론 국내 자본시장 안정이라는 또 다른 목적도 수행해야 한다. 이렇게 국민연금이 자금운용과 시장안정 목적으로 주식투자를 하다보니 최근에는 웬만한 대형 상장사 주식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게 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591개 상장사에 투자했는데 이는 전체 상장사 1819개의 32%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상장사 수는 190여개, 9%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50여개에 이른다. 삼성전자, 현대차는 물론 하나금융, KB금융, 신한금융지주 등 웬만한 금융지주사의 1대 주주다. 주주가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데다 워낙 자금 규모가 커 자칫 외풍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어 주주권 행사 여부는 물론 행사의 범위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치열하다.
찬성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주장은 2010년 신한금융 경영권 분쟁 사태 때부터 힘을 얻기 시작했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당시 신한금융에 사외이사를 파견하고 있었다면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면서 “정당한 주주권 행사 차원에서도 사외이사 파견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사로는 처음 하나금융이 사외이사 파견을 요청해 온 만큼 추천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 시장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사외이사를 경영진이 뽑거나 우호적인 사람들로 채우다 보니 ‘거수기’에 그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면서 “국민연금에서 사외이사를 파견한다면 경영감시 기능이 강화될 수 있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일본 주주들은 다 주주권 행사를 하고 있고, (경영진도) 주주들 눈치를 보는데, 대한민국 국민이 기탁한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시작됐을 때 찬반 논쟁이 있었지만 선진 자본주의로 가려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정두언 의원도 “국민연금이 국민의 입장에서 주주권을 성실히 행사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다”며 국민연금이 그동안 이 같은 책임을 방치해왔다고 지적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는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공익가치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30년의 장기적 투자를 통해 미래성장동력 발굴 등 국가적인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대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아직 보장되지 않아 주주권 행사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이 청와대나 보건복지부 등 정부의 외압에 밀려 낙하산 인사를 (사외이사로) 앉힌다면 주주권 행사의 의미가 흐려진다”면서 “국민연금 공사 설립, 운용위원회 분리 등을 통해 독립성을 먼저 확보한 뒤 주주권 강화를 추구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 국민연금의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경우 정부 관련 인사 6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돼 있어 정부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수동적인 의결권 행사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주주제안이나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같은 능동적인 주주권 행사는 사회적 합의가 수반된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 적용돼야 한다”고 밝혀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다.
기업가치 제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미래 소득을 담보로 한 돈을 투자하기 때문에 모든 의사결정을 국민 손실 최소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기업의 장기 투자나 공격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견해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