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담배 판매 허용은 타당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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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담배 판매 허용은 타당한가요

로컬편집기사 기자2013.10.17읽기 6원문 보기
#헌법재판소#담배사업법#헌법소원#기본권 침해#보건권#생명권#혐연권#흡연권

국가가 담배를 제조 판매하도록 허가한 것은 타당한 일인가 아니면 국민의 보건권과 생명권을 침해하는 일일까.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담배를 제조 판매 수입하도록 허가한 담배사업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를 놓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담배의 유해성이나 담배제조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거의 없는 사건이어서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번 심판 청구는 박재갑 한국담배제조 매매금지 추진운동본부장 등이 지난해 ‘담배사업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면서 시작됐다.

이번 헌법소원을 계기로 국가가 담배의 제조 판매 수입을 허가한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기호품인 담배 못팔게 막는 게 기본권 침해" 정부 유관기관 대표로 이번 헌법소원에 나선 기획재정부 측은 “기본권 침해도 아닐뿐더러 헌법소원 제기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을 헌법재판소가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측은 “2010년 3월 시행된 담배사업법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기간(1년)은 이미 지났다”면서 “제조업자 등을 규율하는 담배사업법과는 무관한 청구인들에 의해 제기돼 직접성, 자기관련성도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청구인들이 주장한 담배 전면 금지 입법에 대해서도 “담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국가는 없다”면서 “기호품인 담배를 규제하는 것은 흡연자의 흡연권, 사업자의 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국민건강증진법 등을 통해 흡연 행위를 규제하고 있고, 전면 금지 등의 추가 규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교선 변호사는 “담배는 인류의 오래된 기호품이다.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몇몇 주에서도 담배 판매를 금지한 적이 있었지만 음성적인 담배가 판매됐고 금지 규정도 연방대법원에서 무효가 됐다”며 흡연자들은 흡연의 유해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필요에 따라 끊기도 하는 만큼 오래된 담배 소비를 갑자기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흡연자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법으로 흡연하는 경우도 제한한다면 흡연자의 기본권 역시 침해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유해성 명백한데 그냥 두는 건 생명권 침해" 국가의 담배판매를 반대하는 측은 ‘모든 국민은 건강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한 헌법 제36조 3항을 근거로 담배사업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 측 대리를 맡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흡연권도 있지만 담배로 인한 폐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혐연권도 인정된다는 게 현재 정설이고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우선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국가는 담배사업법을 제정해 인체 유해물질인 담배를 합법적으로 제조 또는 수입하게 해 국민에게 판매하고 있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보건권, 생명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밝혔다.

청구인 측은 이어 “담배는 대마초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고, 담배 연기에는 4000종 이상의 독성 화학물질과 60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어 암,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담배로 매년 5만명 이상의 사람이 사망한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이어 “담배가 유해한 물질이라는 것이 확실한 만큼 청구 기간 등과 무관하게 헌재의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한다”며 담배의 제조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에 의하면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침해해서는 안되고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 시행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담배를 허용해 국민의 보건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은 “담배공사는 1년에 7600억원대의 순이익을 얻고 있지만 국민은 간접흡연의 고통을 겪고 매년 9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생각하기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등의 소송과 국가를 상대로 담배판매 자체를 중단시키라는 소송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다르다. 회사에 대한 소송은 원고 측에 배상이 이뤄져도 담배제조 판매는 계속 가능하지만 후자의 경우 아예 담배 판매의 전면 금지로 이어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미국 등지에서는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천문학적 소송이 진행된 적이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없다.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는 단계는 아니다. 그런 와중에 담배사업법 자체를 상대로 국가의 담배 판매 제조 수입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소송은 어떻게 보면 매우 급진적일 수도 있다. 기재부의 변론에서 보듯 헌재가 당장 담배 제조 판매를 허용한 담배사업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리 높지 않다. 담배판매 금액의 상당 부분이 아직도 재정으로 쓰이고 있고 성인 남성의 47~48%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헌법소원이 담배의 제조 판매가 결코 당연한 일은 아니라는 점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장 담배판매가 금지되지 않더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흡연은 다른 사람에 대한 피해만을 놓고 보면 다른 마약보다도 더 폐해가 크다고도 볼 수 있다. 이미 법으로 단속하고 있는 마약류는 본인만을 피해자로 만들지만 흡연은 전혀 규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인을 의지와 상관없이 피해자로 만드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헌법소원 사건이 흡연에 대한 사회의 의식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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