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발찌법'소급 적용 옳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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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발찌법'소급 적용 옳을까요

로컬편집기사 기자2012.08.22읽기 6원문 보기
#전자발찌법#소급 적용#보안 처분#성범죄#헌법재판소#죄형 법정주의#비례의 원칙#과잉 금지의 원칙

찬 "형벌 아닌 보안 처분이기에 소급 가능"반 "개인의 인권 제약하는 만큼 신중해야"성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 추가로 성범죄를 범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전자발찌의 유용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미 성폭력 전과가 있음에도 전자발찌를 안 찬 상태에서 재범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전자발찌법의 소급 적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다시 거세지는 양상이다. 최근 벌어진 수원 총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강남진은 2005년 두 차례나 성폭행을 저질러 7년간 복역한 뒤 최근 출소했지만 그는 전자발찌를 부착하지 않고 있었다. 검찰이 이를 요청했지만 법원이 이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 탓이다.

강씨가 2010년 전자발찌법 개정 전에 성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소급 적용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소급 입법 위헌 여부에 대해 판단을 기다리는 상태다. 전자발찌법 소급 적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2010년 개정된 전자발찌법은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거나 △성범죄를 2회 이상 범해 습벽(상습성)이 인정된 때 △전자발찌를 찼던 적이 있는 사람이 또 성범죄를 저지른 때 △성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10년도 못 가서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때 등 4가지로 ‘전자발찌 부착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법 발효 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도 이 규정을 소급 적용해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전자발찌 부착은 형벌이 아닌 보안 처분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소급 입법 논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2008년 처음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될 당시 검찰과 법무부의 입장이기도 했다. 형법에 보안 처분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경우 소급 적용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찬성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다. 형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따라야 하는 만큼 소급 적용이 곤란하지만 전자발찌 부착은 형벌이 아닌 보안 처분인 만큼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도 ‘보안 처분은 사회의 안전 유지와 교화를 위해 반사회적 위험성을 가진 사람들을 격리 수용하는 예방적 처분’이라고 판시한 적이 있는데 처벌이 목적인 형벌과 달리 전자발찌 부착은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검찰 역시 2008년 전자발찌법 제정 당시 “전자발찌가 동선을 감시하는 것에 불과해 거주 이전의 자유를 크게 제약하지 않아 입법이 가능하다”며 소급 입법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제시했었다. 반대성범죄자들에 대한 엄벌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법 원리를 무시한 채 감정적으로만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두되고 있다.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 혹은 법익 못지 않게 중요한 게 개별 법률의 합헌성 여부라는 지적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전자발찌를 보안 처분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신체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형벌로 볼 수 있는 만큼 헌법이 보장하는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 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소급 적용은 위헌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법원 관계자도 “형벌이 아닌 보안 처분인 만큼 소급 적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자유권 등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위헌 지적도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법 시행 전에 기소된 성범죄자 가운데 충분히 교화되고 사회에 잘 적응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무조건 모든 사람을 소급 적용 대상자로 하는 데는 좀 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소급 적용을 허용하되 일괄적으로 모두에게 적용할 게 아니라 사례별로 판단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학계에서는 전자발찌 부착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권을 제약하는 것은 분명한 만큼 소급 적용까지 해가며 얻을 수 있는 범죄 예방 효과가 얼마나 큰지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조심스런 의견도 있다. 재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은 자칫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각하기2010년 개정된 전자발찌법이 소급 입법인지에 대해서는 위헌심판 제청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6번이나 의견서를 냈는데도 중간에 주심이 바뀌는 등 헌법재판소 내부 사정으로 1년8개월째 심리가 계속되고 있다며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서둘러 헌재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자발찌 부착의 소급 적용 여부는 범죄 예방 효과와 인권 제약 간 어느 쪽에 좀 더 무게를 둘 것인지에 따라 찬반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문제다. 2010년에 이미 공론화했던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헌재의 심리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문제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지속되지 못했다는 게 더 큰 이유라고 본다. 성폭행 전과자가 유사 범죄를 다시 저질러 세상이 시끄러워지면 반짝 관심을 갖다가 이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얘기다. 따라서 성폭력 전과자에 대한 양형부터 시작해서 전자발찌 부착, 신상공개 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좀 더 심도 있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성이 매우 크다. 그래야 헌재의 심리도 속도를 낼 것이고 전자발찌법의 소급 적용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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