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美 인종 갈등…사태의 도화선은 빈부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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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美 인종 갈등…사태의 도화선은 빈부격차?

김순신 기자2014.08.28읽기 5원문 보기
#인종 차별#빈부격차#실업률#빈곤층#소득 불평등#교외 빈곤#경제적 불평등#민권 운동

“손 들었으니 쏘지 마!(Hands up, Don’t shoot!)”이는 미국에서 최근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이다. 10대 흑인이 지난 9일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촉발된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의 항의시위가 폭동으로 번지고 있다. 숨진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머리와 팔 등에 최소한 여섯 발을 맞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위가 격해지고 상점 약탈 등이 벌어지자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는 주 방위군을 투입했고 시위대의 화염병과 경찰의 최루탄 공방이 이어졌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차원의 사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25일 브라운의 장례식이 치러졌지만 성난 흑인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NYT “이번 사건은 흑백 차별의 산물”미국 언론들은 퍼거슨시 사태에 대해 미국이 안고 있는 인종 차별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퍼거슨시는 인구 2만1000명의 작은 도시다. 그중 63%가 흑인, 33%가 백인이다. 흑인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소위 ‘권력층’에선 철저히 배제됐다. 시장도 백인이고, 6명의 시의원 중 단 한 명만이 흑인이다. 교육위원 6명 중 5명이 백인, 1명은 히스패닉이다. 53명의 경찰관 가운데 단 3명만이 흑인이다. 백인이 장악한 공권력은 인종적 편견과 결합해 부당한 대우를 낳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교통경찰의 정지 명령 86%가 흑인에게 내려졌고, 체포된 사례의 92%도 흑인이었다. NYT는 “이번 사건은 단순 범죄가 아닌 흑백 차별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백인보다 흑인 실업률이 두 배 이상 높았던 1972년 이후 40년간 그 비율이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는 등의 통계를 제시했다. 일부 흑인 계층의 정계·기업 고위직 진출은 늘었지만, 대부분 흑인은 저학력과 빈곤 범죄라는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151년 동안 해결 못한 흑백 갈등미국에서 흑백 갈등의 역사는 뿌리 깊다.

1863년 링컨 행정부가 흑인 노예 해방을 선언했지만 보수적인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흑인을 차별하는 정책은 100년 넘게 유지됐다. 이 시절 남부 지역 식당과 버스에는 백인 전용공간이 별도로 존재했다. 흑인들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았다. 1962년 미시시피대에서 제임스 메레디스라는 흑인 청년이 입학을 거부당하면서 발생한 대규모 폭동에는 미시시피 주 방위군과 케네디 대통령의 연방군까지 가세할 정도였다. 흑인 차별을 철폐하는 움직임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1963년 흑인 민권 운동을 주도하던 마틴 루터킹 목사가 차별 철폐를 주장했지만, 그 역시 극우파 백인에게 1968년 암살당했다. 흑백 갈등은 이후에도 지속됐다.

1991년 과속 단속에 걸린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여러 명의 백인 경찰관이 무차별 구타했는데도 무죄 판결을 받자 분노한 흑인들이 로스앤젤레스(LA)에서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흑인 거주지에서 장사하던 한국 교포들의 피해도 컸다. 갈등의 도화선 된 교외 빈곤 문제브루킹스연구소는 퍼거슨 사태가 미국 교외지역의 빈곤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세인트루이스 인근에 있는 인구 2만1000명의 소도시 퍼거슨은 빈곤층 인구 비율이 2000년 10.2%에서 2012년 22%로 급증했다. 4명 중 1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것이다. 빈곤층은 4인 가족 연소득 2만3492달러가 기준이다.

퍼거슨의 실업률은 2000년 5%에서 최근 13%로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취업자의 소득은 이 기간에 30% 줄었다. 지난 10년여간 경제적 변화가 크게 몰아닥친 것이다. 콜린 고든 아이오와대 교수는 “과거 흑인 시위를 촉발시킨 주된 원인은 인종 차별이었지만 이번 퍼거슨 사태는 소득 차별에 따른 빈부격차가 근본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 감소, 실업 증가 등의 빈곤문제와 경제적 불평등에 직면한 흑인들이 흑인 청년의 총기 사망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교외의 빈곤층 집중은 퍼거슨만의 문제가 아니다.

브루킹스연구소가 2000~2012년 미국 95대 대도시와 그 인근 교외 빈곤층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교외 빈곤층 증가율이 도심보다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도심과 교외 빈곤층 인구는 1000만명으로 비슷했지만 2012년에는 교외가 1650만명으로 도심의 1350만명을 넘어섰다. 엘리자베스 니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도심보다 교외에 빈곤층이 더 많이 사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교외 빈곤화가 미국 사회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심과 교외 인구 구성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 회복이 꼽힌다.

링컨 퀼리언 노스웨스트대 교수는 “대도시의 집값은 오르고 있지만 교외 부동산 시장은 아직 침체 상태”라며 “소득이 낮은 계층이 도심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퍼거슨시의 소요 사태가 다른 교외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순신 한국경제신문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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