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갑작스러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의 해제 의결과 대통령 탄핵 소추로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큰 불상사는 없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거대 야당 주도로 탄핵 소추되면서 정부가 온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렀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가 이른바 ‘관세전쟁’을 시작하고,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국익 외교를 전개하는 사이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에만 목을 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인권도 중요한 만큼 충분한 변론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때엔 헌법재판소가 소추안 접수부터 선고 때까지 91일이 걸렸는데, 그에 비해 재판 진행이 너무 빠르다는 겁니다. 이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 장면이 TV로 전해지면서 헌법재판소의 역할, 헌법재판의 의미와 절차 등에 관심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학생들로선 대법원이라는 최고재판소가 있는데 왜 헌법재판소라는 기관이 생겨났는지 궁금할 수 있죠. 물론 대법원에서 헌법 관련 재판을 하는 나라도 많습니다. 한 번쯤 공부하며 정리해볼 필요가 있겠죠? 이어지는 4면과 5면에서 헌법재판소의 유래와 제도별 유형, 우리나라의 도입 과정, 헌재의 기능과 일반 법원과의 차이점 등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헌법과 국민 기본권 지키기 위한 헌법재판 대법원 아닌 독립기관이 맡는 나라 많아요
일반적으로 사람들 간의 생활 관계나 경제적 거래로 인해 법적 다툼이 생기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해 누구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판정받을 수 있습니다. 또 법률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법원 재판에서 유·무죄가 가려집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재판을 할 때 적용하는 법률이 최상위 법인 헌법에 잘 들어맞는지, 그렇지 않고 문제가 있는지 모호할 때가 있습니다. 혹은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국민에게 의무를 지우는 국가 공권력의 작용이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지 따져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헌법재판입니다. 헌법재판은 이 과정을 통해 헌법을 지키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주는 것을 사명으로 합니다.
2차대전 후 본격화한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의 개념은 미국에서 처음 확립됐습니다. 미 연방대법원은 1803년 한 판결을 통해 사법부가 위헌법률심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밝힙니다.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될 경우, 법원이 그 법률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 공표한 것이죠. 이후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법학자 한스 켈젠의 논문 <재판에 의한 헌법의 보장>이 크게 주목받았고, 그의 제안에 따라 1920년 오스트리아에서 기존 법원과 독립된 최초의 헌법재판소가 창설됩니다. 2차대전 뒤엔 나치 등의 인권 탄압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며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같은 형태의 헌법재판소가 설립됩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된 20세기 말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도 잇따라 헌법재판소를 설치합니다.
영미법계 국가는 대법원이 담당
헌법재판소나 헌법위원회 같은 독립기관을 별도로 세워 헌법재판을 담당하게 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기존 법원이 이 기능을 맡게 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각 나라의 역사적·법적 전통에 따라 다르게 발전해온 겁니다. 독립기관형은 위의 설명처럼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주요 나라에서 먼저 도입했습니다. 법전을 바탕으로 하는 성문법 체계를 지닌 나라, 일명 대륙법계 국가들이 주로 헌법재판소를 설치했죠. 이런 법 전통을 따른 한국이나 중남미 신생 독립국가들도 독립기관으로 헌법재판소를 설치했습니다.
기존 법원이 헌법재판을 하는 경우는 유형의 법률 없이 판례 등에 의존하는 불문법 체계, 즉 영미법계 국가들이 중심입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이 그런 나라입니다. 대륙법계를 따르는 일본이 헌법재판을 대법원인 최고재판소에 맡긴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는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결과로 보입니다.
독립기관형은 어떤 국가기관으로부터도 독립적이며, 전문성을 갖고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습니다. 프랑스의 헌법위원회는 법관 출신이 아닌 정치인도 위원으로 선임하는 전통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따로 헌법재판소를 두지 않는 나라는 일반 법원이 특정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헌법재판을 합니다. 대법원과 같은 최고법원이 최종적인 헌법 해석 권한을 갖습니다. 하나의 사법부 체계 내에서 헌법재판도 다루기 때문에 법적 판단에서 좀 더 통일성을 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