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한 해를 결산하고 내년은 어떤 모습일지 전망해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느닷없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 국회의 계엄 해제와 대통령 탄핵 소추 결의로 전 국민적 관심이 온통 국내 정치문제에 쏠려 있어요.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다면 내년에 다시 대선을 치러야 하는 사정도 있지요.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그 사이 세계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120년 전 을사늑약이 체결되던 때처럼 자기 나라 이익만 앞세우는 약육강식의 전쟁터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다음 달 초면 들어서는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이를 대행하면서 통상·안보 등 분야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민간 기업은 본격화하는 글로벌 저성장을 돌파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한 상황 판단이 중요합니다. 내년 세계 정치와 경제의 움직임과 방향, 새로운 기회의 요인, 대비하고 피해야 할 위험 요소 등을 조목조목 따져봐야 합니다. 이는 일반 국민의 경제생활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죠. 조금 더 미시적으로 들어가 내년 산업과 소비 트렌드는 무엇이 주도할지, 어떤 사회적 현상과 키워드가 관심을 모을지도 관심입니다. 이런 내용들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막내리는 군축…불확실성 최고조로 스스로 행동, 목표 이루는 AI 나오나
경제에 대한 전망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어렵습니다. 관련 변수가 워낙 많은 데다 경제주체의 심리적 요인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미래를 자신 있게 예측하는 경제학자일수록 바보이거나 거짓말쟁이에 가깝다”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틀려도 꼭 필요한 경제전망
새해를 앞두고 하는 경제전망이 맞은 적도 별로 없어요.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9%로 예상했습니다. 작년보다 성장률이 0.1%포인트 낮아질 걸로 봤죠. 그런데 올해 1.5% 성장할 것이라던 미국 경제가 실제론 2.8%대까지 호황을 누리면서 세계 성장률도 3.2%대로 올라섰어요. 경제는 한 분기면 몰라도, 1년 이상 내다보는 것은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IMF도 세계경제전망을 1년에 네 차례 발표합니다. 이런 취약점에도 경제 전망에 대한 관심은 변함없이 큽니다.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게 해주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성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혼돈의 시대
한편 정치·군사 분야의 새해 전망은 그 흐름이 이어져오는 특성 때문에 예측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년 연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새해를 예측한 책을 발간하는데요, 올해를 조망할 때는 ‘취약성의 창’이란 주제어를 앞세웠습니다. 세계 주요국에서 선거가 잇따라 치러지는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적 불안정성이 고조될 거란 얘기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정점의 이벤트인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취약성의 창이 활짝 열렸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2025 세계대전망(The World Ahead 2025)>(이하 <세계대전망>)에서 대혼돈을 맞이할 국제사회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라는 미국민의 선택은 ‘미국 우선주의’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갈등을 만들고, 심지어 핵확산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핵탄두 보유량을 억제하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은 2026년 2월로 만료됩니다. 또 ‘슈퍼 선거의 해’를 통해 주요국의 집권당은 퇴출되거나, 연립정부 구성 또는 권력 분점에 나서야 했습니다. 변화를 요구한 세계의 유권자들로 인해 국제정치가 어떻게 바뀌어나갈지 관심입니다.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대선 가능성이 열려 있고, 우리 이마 위에선 중국과 러시아·북한의 결착에 한반도 안보 위기도 점증하고 있습니다.
인도 경제, 어디까지 질주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