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등의 매장 판매가격과 배달 판매가격이 다른 ‘이중가격제’가 요즘 큰 논란입니다. 배달 플랫폼 업체가 ‘무료 배달’을 내세우면서도 입점 업체로부터는 중개 이용료를 대폭 올려 받기 시작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입점 업체로선 많게는 매출의 30% 가까이를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배달 판매에 무방비로 있을 수만 없었죠. 결국 배달 주문 때는 가격을 10% 안팎 더 올려 받으면서 사달이 난 겁니다. 배달비 무료를 반기던 소비자도 “뭔가 속임을 당한 것 같다”는 격앙된 반응입니다. 이중가격이라는 왜곡된 가격구조는 시장에 많은 혼란을 부르고 소비심리를 싸늘하게 만들 수 있어 큰 문제입니다.
이번엔 공공요금 얘기인데요, 전국의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이 하반기 들어 잇달아 상수도 요금을 10% 안팎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전기·가스요금에 이어 수돗물값까지 오른다고 하니 고물가 주름살이 더 늘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2017~2018년부터 수도요금이 동결돼 그동안 값싼 수돗물을 써왔다는 게 정확한 팩트입니다. 수돗물 생산 비용이 오르면 경제 원리에 맞게 요금을 인상하는 게 옳지만, 민생의 어려움을 돌본다는 핑계로 가격을 통제하다 급격히 인상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겁니다.
상품 가격이 시장원리대로 결정되지 못하는 가격 왜곡 문제는 소비자의 막대한 피해, 후생의 감소를 필연적으로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를 4·5면에서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소비자에게 부담 떠넘기는 이중가격시장 효율, 원활한 자원배분 방해하죠

배달서비스를 받을 때 생겨나는 이중가격 문제는 경제 원리로 뜯어보면 납득 못 할 일도 아닙니다. 직접 매장을 찾아 음식 등을 사지 않고 집에 편안히 앉아 배달받으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건 당연한 이치죠. 그동안은 이를 배달 비용으로 지불했는데, 이른바 ‘무료 배달’이 도입되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이중가격 속에 숨어든 게 문제입니다. 소비자는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공지받지 않으면 여전히 자신은 ‘배달비 공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여기겠죠. 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고, 민감한 생활 밀착 서비스에서 벌어지는 일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아요.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 대책을 강구 중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현금 구매 때 할인은 ‘불법’
이중가격제는 대개 부정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내면 물건값을 깎아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게 대표적 이중가격입니다. 판매자(공급자) 입장에선 현금 판매를 하면 신용카드 회사에 내야 하는 수수료를 줄일 수 있고, 그만큼을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려주겠다며 이중가격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이런 제안 속엔 거래 자료를 숨겨 세금을 탈루하려는 판매자의 의도가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도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제19조 1항)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현금 구매 때 물건값을 깎아주는 이중가격은 불법이란 얘기입니다.
유통구조가 달라서 생기는 이중 유통가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휘발유 제조회사가 직영 주유소와 독립적인 주유소 간에 휘발유 공급가격을 달리 책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불법은 아닌데, 이중 유통구조를 지닌 회사가 직영점 외의 유통 채널에 일정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당국의 제재를 받습니다. 경쟁제한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이중가격은 가격구조를 왜곡시켜 원활한 자원배분을 막고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만약 도로 위에 신호등(가격)이 2개가 있고 각기 다른 신호를 발신한다면 도로 질서가 제대로 잡히지 않을 겁니다. 시장과 그 안의 거래 원칙은 가능한 한 단순한 게 최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