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찍듯 수많은 법이 너무 쉽게 '뚝딱'…20대 국회서 제안된 법률안만 2만138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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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찍듯 수많은 법이 너무 쉽게 '뚝딱'…20대 국회서 제안된 법률안만 2만1384건

고기완 기자2022.04.21읽기 5원문 보기
#입법부#의원입법안#법률 제정권#헌법재판소#위헌결정#주택임대사업자 법#토초세#법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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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Bank “쓸데없는 법안이 너무 많이 제출돼요. 법 같지도 않은 법들이 2만몇 건이나 되고. 새 법률안을 처리하기 버겁습니다. ” 20대 국회(2016~2020년) 사무총장을 지낸 유인태 씨는 2019년 국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법률안 건수가 너무 많아 사무처 직원들이 진땀을 흘린다고 하소연한 겁니다. 너무 많이 만들어지는 법통계를 들여다봅시다. 15대 국회 806건, 16대 국회 1651건, 17대 국회 5728건, 18대 국회 1만1191건, 19대국회 1만5444건, 20대 국회 2만1384건입니다. 2020년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된 21대 국회는 다를까요?

2021년 말 현재 1만3863건이 제안됐습니다. 의원 임기가 4년인 점을 감안하면 21대 국회에선 의원입법안이 5만 건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통계 추세는 분명합니다. 신기록 행진. 법률 제정권은 의회, 즉 입법부만 갖도록 돼 있지만 법을 만들어도 너무 만드는 듯합니다. ‘국회=입법 공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죠. 제안된 법률안이 모두 법으로 공포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회 소위원회, 상임위원회, 본회의를 거치는 심의 과정에서 적잖은 법률안이 개정되거나 삭제되거나 부결되기도 합니다. 21대 국회에서 가결된 법률안이 전체의 약 10%입니다. 1300여 개의 법이 새로 탄생한 겁니다.

단순하게 따져도 매년 수백 개의 법이 생기는 셈입니다. 노자가 한국을 본다면법이 너무 많이 생기고 바뀌면, 개인과 기업들은 평온하게 생활하고 사업하기 어렵습니다. 누가 어느 법에 어떻게 걸리는지도 모른 채 결과적으로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중국 춘추시대 현자(賢者)인 노자는 《도덕경》에서 법을 함부로 만들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법이 많으면 범죄도 잦으므로(법에 많이 걸리므로) 좋은 국가는 가능한 한 법을 적게 만드는 나라입니다. ” 이것은 마치 고기 잡는 그물이 너무 촘촘하면 모든 고기가 떼죽음을 당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인류 최초의 성문헌법인 미국 헌법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알렉산더 해밀턴(1755 혹은 1757~1804)은 멋진 말을 남겼습니다. “법률이 너무 방대해 읽을 수 없다면, 너무 일관성이 없어서 이해할 수 없다면, 공포되기도 전에 폐지되거나 개정된다면, 끊임없이 변경되어 오늘의 법을 아는 사람이 내일의 법을 짐작할 수 없다면, 법을 제정한다는 것이 국민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230여 년 전 남긴 그의 말이 뼈를 때립니다. 법 같지도 않은 법들유인태 사무총장이 지적한 “법 같지 않은 법들”은 세계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당대의 시류와 경제 현상에 따라 많은 법이 만들어졌죠.

19세기 영국의 ‘적기조례 법’은 ‘뜻만 좋았던’ 엉터리 법이었습니다. 기울어가는 마차산업을 살리기 위해 마차보다 자동차가 빨리 달리지 못하도록 한 법이었죠. 창문 수에 따라 세금을 걷은 14세기 프랑스의 ‘창문세 법’도 법 같지 않은 법이었습니다. 2017년 만들어졌다가 2020년 폐지하다시피 한 우리나라의 주택임대사업자 법은 변덕스러운 법입니다. 주택을 임대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고 해서 사업에 나섰다가 2년 남짓 만에 법이 폐지되다시피 해서 사업자들이 낭패를 봤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한 토초세도 무리한 법이었습니다. 의회가 만든 법 중에서 좋은 법도 많습니다.

장애인법, 소년소녀가장 지원법, 노인복지법, 미래사업지원법, 인권법, 동물법 같은 것들이죠. 법은 안녕하지 못하다문제는 법의 질(質)입니다. “법 같지도 않은 법이 2만 건이나 되고”라면 문제인 거죠. 법률 제정권을 독점한 입법부(의회)의 입법 남발을 제한하자는 지적이 많습니다. 해밀턴은 “의회에 대한 신뢰의 결핍은 모든 유용한 투자를 위축시킨다. 자신의 구상을 실행하기도 전에 불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밖에 아는 것이 없다면, 어떤 신중한 상인이 새로운 교역 분야에 자기 재산을 걸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프로이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법은 소시지와 같아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습니다.

법을 희화화하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만, 요즘 법은 소시지처럼, 붕어빵처럼 너무 쉽게 만들어집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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