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채무는 국가, 즉 정부가 진 빚을 뜻합니다.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국방, 치안, 복지 등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씁니다. 가끔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이 모자란 경우가 생깁니다. 이때 정부는 민간 또는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려쓰는데 이게 국가 채무가 됩니다. 개인이 소득 이상의 돈이 필요할 때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한국의 채무가 너무 빨리 늘어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획재정부는 국가 채무가 지난해 말 846조6000억원에서 올해 말 956조9000억원, 내년 말 1068조3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해마다 100조원 넘게 증가하는 것입니다. 국민 1인당 2000만원꼴입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 외에 ‘숨어 있는’ 빚까지 합하면 더 늘어난답니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과 같은 연금충당부채와 공공기관 채무를 포함하면 말이죠. 이것까지 합하면 국가 부채(이것을 뺀 국가 채무가 용어상 다르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85조3000억원에 이릅니다. 작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933조원을 넘어서는 규모죠. 주요 외국은 국가 부채 개념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공공기관 채무는 정부가 암묵적으로 보증하기 때문에 ‘나랏빚’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에선 국가 채무를 기준으로 봅시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 채무는 2017년 36.0%, 2018년 35.9% 등으로 30%대 중반에서 비교적 안정돼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43.8%로 높아졌고, 내년 말에는 50.2%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가 거둬들인 국세 수입은 2018년 268조1000억원에서 올해 283조7000억원으로 5.8% 증가했으나, 정부가 쓴 지출은 428조8000억원에서 558조원으로 30.1% 늘었습니다. 경제성장 둔화로 세금 수입은 정체돼 있는데 정부 지출은 빠르게 늘었다는 증거입니다. 정부는 그 부족분을 빚으로 썼다는 얘기죠.
정부가 어디에 돈을 많이 썼는지 봅시다. 의료비, 실업급여, 저출산 지원과 같은 복지 지출이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복지 프로그램입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일자리와 청년실업 해소에도 많은 돈이 들어갔습니다. 내년에도 정부가 600조원 이상을 쓰겠다고 한 상태여서 채무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세금으로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돈을 풀겠다는 겁니다. 국채는 정부가 발행하는 일종의 빚 보증서입니다. 국내외에서 발행할 수 있습니다.
국가 채무가 증가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경기가 침체됐을 땐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경기를 부양해야 하니까요. 지난해와 올해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네 차례나 지급하고 정부 재정을 푸는 등 경기를 살리는 데 돈을 많이 투입했습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세계적 기준으로 볼 때 아직 과도한 편은 아닙니다. 문제는 너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겁니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50% 언저리여서 여유는 있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국가 채무가 늘고 있다면 국가 경제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빚이 늘면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으려 할 겁니다. 국민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이 올해 20.2%에서 내년엔 20.7%로 높아질 전망입니다. 정부는 화폐 발행량을 늘려 부족분을 채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돈을 많이 찍어내면 돈 가치가 떨어지는데 그 부담 역시 국민이 집니다.
너무 많은 국가 채무는 국가와 기업의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국제 자본시장에선 신용도가 낮으면 국가와 기업은 더 높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야 합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우리나라가 빚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기업이 장사를 잘하고, 정부가 작아져야 합니다. 기업이 잘되고, 경제가 잘 돌아가면 정부의 세금 수입도 자동적으로 늘어납니다. 고용과 일자리가 늘면 정부가 실업급여로 돈을 쓸 필요도 적어집니다. 청년 대책도 별도로 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정부는 생산하기보다 쓰는 곳이기 때문에 가급적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라를 운영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