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착각…선진국보다 부채비율 낮으니 괜찮다?
경제야 놀자

위험한 착각…선진국보다 부채비율 낮으니 괜찮다?

유승호 기자2024.02.15읽기 5원문 보기
#국가채무#국가부채#부채비율#기축통화국#비기축통화국#일반정부 부채(D2)#국제통화기금(IMF)#국가재정법

'정부+비영리 공공기관' 기준

부채비율 GDP의 53.5%로

美·日·英에 비해 낮지만

기축통화국과 단순 비교 무리

빚 늘고 국제신인도 떨어지면

외자 이탈·환율 급등 우려

“국가채무 1100조 원 넘었다.” “국가부채 2300조 원으로 사상 최대.” 언론에 종종 나오는 기사 제목이다. 나랏빚이 언제는 1000조 원이라고 했다가 또 언제는 2000조 원이 넘었다고 한다. 사용하는 용어도 국가채무였다가, 국가부채였다가 오락가락한다. 어쨌거나 나랏빚 문제가 심각하기는 한가 본데, 그래서 그게 얼마나 된다는 것일까. 나랏빚을 가리키는 정확한 용어는 무엇일까.국가채무부터 국가 부채까지

이미지 크게보기

정부가 진 빚은 포함하는 범위에 따라 네 가지로 나뉜다. 영어로는 D(Debt)1~4라고 한다. D1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직접적인 상환 의무가 있는 돈을 말한다. 가장 좁은 의미의 나랏빚이다. 국가채무는 D1을 뜻하는 용어다. D2는 D1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빚을 합친 것으로 ‘일반정부 부채’라고 한다. 국제 비교에 주로 사용하는 기준이 D2다.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공기업 부채도 국가 부채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이를 반영한 ‘공공부문 부채’가 D3다. D3에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충당 부채까지 합쳐 D4라고 하기도 한다. 정부 결산 재무제표에 부채로 잡히는 가장 넓은 의미의 나랏빚이다. “국가부채가 2000조 원이 넘었다”고 할 때 국가부채는 D4를 가리킨다. D3와 D4는 발표하는 나라가 많지 않아 국제 비교에는 잘 활용되지 않는다.2022년 기준 한국의 D1은 1067조4000억 원, D2는 1157조2000억 원, D3는 1588조7000억 원이었다. D4는 2326조2000억 원으로 같은 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2161조8000억 원보다 컸다.한국 국가부채가 더 위험한 이유한국의 국가부채 규모를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흔히 범하는 실수가 있다. 선진국 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해 한국의 국가부채가 적다고 하는 것이다. 2022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D2) 비율은 53.5%다. 미국(144.2%)·일본(254.5%)·영국(104.0%)·프랑스(117.3%)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달러·유로·엔·파운드 등 기축통화국이고,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미국 달러는 국제 결제의 50%, 외환보유액의 60%를 차지한다. 달러의 쓸모가 많은 만큼 미국 국채 수요도 많다. 따라서 미국은 금리 상승 부담 없이 빚을 늘릴 수 있다. 신인도 하락도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사정이 다르다. 국채 수요가 기축통화국에 비해 훨씬 적다. 빚이 늘어나면 국채 금리가 오르고 신인도가 떨어질 위험이 크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은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의 2024년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비율 전망치는 55.6%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으로 분류한 13개 비기축통화국 중 싱가포르(168.3%)와 이스라엘(56.8%)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적정 국가부채는 얼마?국가부채의 적정 수준은 얼마일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GDP 대비 40%가 국가채무 마지노선이라고 하는 근거가 뭐냐”고 말했다. 나랏빚이 그 이상으로 늘어나도 문제없지 않으냐는 얘기였다. 현 정부·여당이 제출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의 재정준칙은 국가채무를 GDP의 60%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와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2010년 44개국의 200년 치 자료를 분석해 정부 부채가 GDP의 90%를 넘으면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이 논문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0년 기축통화국은 97.8~114.0%, 비기축통화국은 37.9~38.7%가 적정 비율이라는 추정 결과를 내놨다.결론적으로 적정 국가부채비율의 절대적 기준은 없다. 다만 과도한 국가부채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는 경제학자 대다수가 동의한다. 특히 비기축통화국의 국가부채 급증은 통화가치 하락에 이어 외환위기로까지 번질 위험이 있다.총선이 다가오자 여야가 각종 ‘돈 풀기 공약’을 내놓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세수 전망이 밝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결국 빚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국가부채가 선진국보다 적으니 좀 늘려도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면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NIE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그 많은 나랏빚 누가 갚나…돌고 돌아 국민 삶 짓누른다
커버스토리

그 많은 나랏빚 누가 갚나…돌고 돌아 국민 삶 짓누른다

한국의 국가 채무가 내년 말 1068조원으로 매년 100조원씩 증가하고 있으며, 공공기관 부채까지 포함하면 1985조원으로 GDP를 초과하는 상황이다. 세수는 정체된 반면 복지 지출이 급증하면서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는데, 이는 세금 인상과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이 증가하고 국가 신용도 악화로 이어진다. 경제 성장과 정부 지출 억제를 통해 채무를 관리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그 빚을 감당해야 한다.

2021.09.09

커버스토리

사상 최대로 늘어난 한국의 국가부채

한국의 국가부채가 170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했으며, 특히 공무원과 군인의 연금 충당부채가 94조원 급증하면서 전체 부채 증가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정부의 공무원 증원 계획으로 인해 국가부채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지만, GDP 대비 부채 비율이 38.2%로 OECD 평균(110.9%)보다 낮아 아직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2019.04.11

나라 빚 많고, 성장률 추락하면 신용등급도 떨어지죠
커버스토리

나라 빚 많고, 성장률 추락하면 신용등급도 떨어지죠

국가신용등급은 경제성장률, 외환보유액, 정부재정 상황, 기업경쟁력, 정치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결정되며, 이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차입 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현재 한국은 무디스 평가에서 일본·중국보다 2단계 높은 Aa2 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나, 급증하는 국가채무가 내년에 GDP 대비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어 신용등급 하락의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신용등급을 유지·상향하려면 정부는 균형재정과 채무관리를 강화하고, 개인과 기업은 경쟁력을 높여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2021.05.27

두바이는 남의 돈 빌려 마천루 짓고 인공 섬 만든 ‘거품의 궁전’
커버스토리

두바이는 남의 돈 빌려 마천루 짓고 인공 섬 만든 ‘거품의 궁전’

두바이는 국가부채가 GDP의 110%에 달하는 무리한 차입으로 마천루와 인공섬 같은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해 한때 연 15%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외국자본 유입이 끊기면서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고 해외 근로자들이 대량 이탈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 부재로 외부 수요에만 의존하는 기형적 경제구조를 갖춘 두바이의 몰락은 외형 중심의 무분별한 성장을 추구해온 한국 사회에 중요한 경고를 제시한다.

2009.12.02

'차이나 파워'에 흔들리는 일본···세계 2위 경제大國 자리 빼앗겨
커버스토리

'차이나 파워'에 흔들리는 일본···세계 2위 경제大國 자리 빼앗겨

중국이 2분기 GDP에서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으며, IMF 지분 순위도 3위로 상향 조정되었다. 중국의 연평균 10% 안팎의 높은 성장률에 비해 일본은 성장 정체, 디플레이션, 엔화 강세 등 4중고로 인해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지역·계층 간 격차 심화 등 사회·경제적 모순을 안고 있다.

2010.11.03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