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2주년’과 관련한 기사를 냈다. 핵심 내용은 이랬다. “미국과 한국의 무역활성화를 위해 체결한 FTA로 더 큰 이익을 본 것은 한국이다.” WSJ는 “협정 발효 이후 미국의 한국 수출이 92억달러나 급감해 미국 적자가 크게 늘었다”는 시민단체들의 불만도 실었다.
미국 시민단체들의 불만
한·미 FTA의 무역성적표를 보면 미국 쪽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다. 발효 첫해인 2012년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152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엔 205억달러로 늘었다. 협정 체결 직전인 2011년과 비교하면 2배가량 늘었다.
물론 미국이 손해만 본 것은 아니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한국산 고품질 제품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한국에서는 최신식 미국산 자동차 판매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FTA가 발효된 뒤 자동차 등 제조업과 농산물, 서비스 부문 수출이 크게 늘었다. 시간이 지나면 협정이 성공했다는 증거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FTA 불만이 거꾸로 미국에서 먼저 터지고 관리들이 무마하기에 바쁜 모양새다. 물론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단기적인 적자나 이윤이 아니다. 두 나라 간 무역 규모가 자유무역 바람을 타고 늘었다는 점이다.
한국과 칠레 간 FTA는 곧 10주년을 맞는다. 2004년 4월 발효된 이후 두 나라간 무역 규모는 작년 말 현재 4.5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 교역 규모가 2.9배 커진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훨씬 크다. FTA가 양국 간 ‘파이 키우기’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은 물론 칠레와의 거래도 키웠다. ‘연간 무역 규모 1조달러’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FTA 하면 손해라고?
칠레 미국과 FTA를 체결할 당시 FTA 반대 시위가 격렬했다. 두 나라의 축산, 농산물이 자유무역 바람을 타고 들어오면 한국 농업과 축산이 붕괴한다는 논리였다. 신기한 것은 국내 농업과 축산이 망했다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FTA 이후 거꾸로 20%나 줄었다. 반면 국내산 농축산물의 대미 수출은 20% 늘었다. FTA가 체결됐다고 해서 이익만 보거나, 손해만 보는 구조는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 미국산 소고기라 하더라도 국내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그만이다.
개방은 하는 것이 좋다. 문을 닫고 있는 게 능사가 아니다. 영화시장 개방이 대표적인 사례다. 10년 전 한국 영화인들은 한국 영화 의무상영 일수(스크린 쿼터제)를 줄이면 영화산업이 망한다고 시위를 벌였다. 요즘 맹활약하는 대부분의 영화인들이 머리를 깎고 연좌농성을 했다. “할리우드 영화가 밀고들어 오면 한국 영화가 설 땅은 없다”며 난리를 쳤다.
지금은 어떤가. 시장을 개방한 결과 한국 영화는 더 강해졌다. 외부와의 경쟁이 내부 경쟁력을 키운 것이다. 투자가 늘었고, 영화관도 멀티플렉스로 변했다. 영화가 대형화됐고, 시나리오도 탄탄해졌다. ‘1000만 관객 영화’가 흔해졌다.
운동장 넓게 써야
한국은 운동장을 넓게 활용하는 대표적인 무역국가다. 전 세계를 그라운드로 삼고 물건을 사고판다. 한국은 미국 칠레를 비롯해 캐나다 유럽연합(EU) 아세안 인도 터키 페루 등과 FTA를 맺고 있다. 조만간 중국 호주 콜롬비아 베트남 일본과도 FTA를 맺을 계획이다. 여기에다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가입할 예정이다.
외국에선 이런 한국을 부러워한다. 수출경쟁력 무역경쟁력에 자신감이 없으면 FTA 협정을 체결하기란 쉽지 않다. 대개 후발주자들은 혹시나 상대국에 먹히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한국은 ‘자유무역은 무역국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점을 오랜 무역 역사를 통해 터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