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명분과 현실의 딜레마 새누리당은 지난 1월 경제민주화 실현을 정강정책에 담으면서 “거대한 경제세력으로부터 시장과 중소기업,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정경쟁 경제를 실현한다는 관점에서 경제 민주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거대한 경제세력은 주로 대기업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과도한 탐욕이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사업영역까지 박탈했다”며 “이렇게 해서는 공정한 시장이 될 수 없다는 관점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담아내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민주화’라는 것의 의미가 불분명할 뿐더러 자칫 이를 과도하게 적용할 경우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비판한다.
# 효율성의 원천은 경쟁경제민주화를 시장에 적용할 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효율성 저하다. 경제학에서 시장 효율성은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달성된다. 완전경쟁시장에서도 시장 효율성은 참가자가 무수히 많아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누군가 꼼수를 부려 가격을 올리려 하면 다른 사람이 꼼수를 부려 높인 가격과 정상적인 시장 가격과의 격차에서 이익을 얻는 차익거래를 한다. 따라서 가격은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과점시장의 경우 충분히 경쟁이 벌어지는 환경에서라면 그 부작용은 많이 희석된다. 차별화되지만 어느 정도 서로 대체 가능한 상품들로 경쟁하는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기업들의 독점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상품들의 대체성과 신규 진입자의 존재다. 두 가지 모두 기업들이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경쟁하면 할수록 실현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시장효율성은 단순히 여러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어 특정 기업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측면이 아니라, 기업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과정에서 달성되는 것이다. 더구나 상당수 산업은 필연적으로 경쟁에서 이긴 소수의 기업들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규제가 많아지면 이들의 유인 동기는 약해진다. 오히려 정부 입맛에 맛는 규제가 나와 의도한 것 이상으로 큰 비효율성을 낳을 수 도 있다.
# 혁신은 어떻게 촉진할까
경제민주화는 자칫 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혁신 활동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동적인 진화’가 경제발전을 이끈다고 주장한다. 기업이 새로운 이익과 기회를 얻기 위해 일종의 ‘목숨을 건 도약’을 하는 과정에서 경제가 질적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이는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과정이며, 필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먼저 그 유탄을 맞게 된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시장에 일률적으로 개입하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국내 두부 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중소기업 고유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막겠다며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고 있다. 두부 제조업도 유력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후보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 두부 시장의 최강자는 ‘포장두부’라는 혁신을 일으킨 식료품 전문업체 풀무원이라는 점이다. 풀무원은 1984년 두부 콩나물 등을 위생적인 공장에서 제조해 플라스틱 용기 등에 포장해 파는 방식을 최초로 도입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포장두부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 두부 시장 1위 업체가 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두부 시장 점유율은 풀무원 51.7%, CJ제일제당 24.3%, 대상 8.2% 순이다. 나머지 16.8%는 1500여곳의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준으로는 풀무원이 1차 규제 대상이다. 일률적인 규제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규모가 크다고 또는 이윤을 많이 남긴다고 일률적으로 규제를 하는 경우는 역사적으로도 찾아 보기 힘들다. 어느 국가나 경쟁을 제한하는 진입장벽이나 담합 같은 불공정거래를 규제하고 있을 뿐 규모나 이윤을 많이 남긴다고 규제하지는 않는다.
경제민주화는 경제 용어가 아닌 정치 용어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자칫 남용될 경우 시장의 효율성을 크게 저하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 시장원리에 민주화 적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