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길 포기하고 창업 '벤처 1세대'
"이공계 후배들 뭔가 저질러 봐라"
'벤처(venture)'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첫머리에 '모험'이라고 해석돼 있다.
흔히 기업인들의 삶을 모험가에 빗대곤 한다.
'흥'(興)과 '망'(亡)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하는 그들을 가리켜 "모험 유전자를 타고 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예 '모험'이라는 말을 앞에 붙인 벤처기업인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변대규 휴맥스 사장(47)은 우리나라 벤처 1세대이고,그 중에서도 '맏형'으로 꼽힌다.
그는 벤처기업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1980년대 후반 자본금 5000만원으로 휴맥스를 설립,오늘날 매출 6600억원의 국내 디지털 셋톱박스 1위 업체로 키워냈다.
그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박사 출신이다.
당시 서울대 공대 박사학위는 교수직에 오르는 '티켓'과도 같았다.
그러나 대학원 1학년 때 일찌감치 교수의 길을 포기했다.
"제가 일단 뭘 하면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어요.
근데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뛰어난 교수가 될 재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학도 잘 못하고….그래서 포기했죠." 박사 학위 수여식을 코앞에 둔 1989년 초,그는 대학원생 친구들과 학교 근처 포장마차에 모여 서로의 장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다 장난처럼 의견을 모은 것이 바로 창업이었다.
"평소 지도교수님께서 공대생은 논문 작성보다는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열정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죠.우리 연구실 친구들이 그 지도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사업계획이니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젊은 혈기 하나 믿고 창업을 결정했죠."
당시 그들에게 없던 것은 사업계획뿐만이 아니었다.
당장 사업자금이 문제였다.
은행에 담보로 내세울 집 한 채 갖고 있지 못한 상태로,변 사장은 다짜고짜 기술신용보증기금을 찾아갔다.
"기술신용보증기금에 5000만원짜리 보증서를 신청했더니 창구 직원이 대뜸 집 등기부등본을 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하숙생인데요'라고 했더니 직원이 황당한 표정으로 '하숙생이 보증을 받으러 온 것은 처음 본다'고 말하더군요.
그것도 모자라 옆의 직원한테 이야기하며 자기네들끼리 킬킬거리며 웃더군요.
어쨌든 결국 보증서는 받았어요.
박사 학위를 보고 그랬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