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취업 포털 사이트 중 한 곳에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직장인 남녀 850여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본 설문 조사에서 직장인들이 한 회사에 평균 재직하는 근무기간은 평균 3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 직장인들의 한 회사 평균 재직기간이 3년4개월로 여성(평균 2년5개월)보다 조금 길었다. 남녀 모두 다소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한 직장에서 평균 3년 수준만 재직한다는 본 설문조사의 결과는 이제 평생직장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다. 이러한 세태로 인해 많은 미래학자들은 이제 평생직장을 찾을 것이 아니라 평생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평생직업을 찾으면 하나의 직업만 계속 갖게 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평생 4~5번은 직업이 바뀐다고들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렇게 빈번히 직장 내지 직업을 옮기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발적 실업과 비자발적 실업
경제학에서 제시하는 실업의 종류는 이러한 질문에 유효한 대답을 제시해 줄 수 있다. 경제학은 실업률의 높고 낮음의 원인에 따라 실업을 몇 가지로 구분하여 이해하고 있다. 먼저 경제학에서는 실업이 유발하는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자발적 실업’이고, 다른 하나는 ‘비자발적 실업’이다. 자발적 실업이란 현재 임금 수준에서 일할 수 있지만, 더 나은 임금이나 더 나은 근로 여건을 찾거나, 적성에 더 잘 맞는 직장을 찾기 위해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으로, ‘마찰적 실업’ 또는 ‘탐색적 실업’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 마음에 안 들어 이를 포기하고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비자발적 실업은 일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비자발적 실업은 다시 ‘경기적 실업’과 ‘구조적 실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경기적 실업은 경기가 좋고 나쁨에 따라 유발되는 실업을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자신이 일하고 있는 산업 분야에 불황이 찾아와 실직을 하게 된 사람이 있다면 바로 경기적 실업으로 인해 실업자가 된 것이다. 경기적 실업은 다른 실업 요인들이 개인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인데 반해, 경제 전체의 상황 악화로 인해 발생한 실업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구조적 실업은 산업의 구조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실업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업의 형태이다. 사양 산업과 신흥 산업이 급변하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사양 산업에 종사하였던 노동자들은 신흥 산업으로 이동하지 못하여 유발되는 실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 우리는 카세트테이프와 LP 등을 통해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이후 CD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MP3 파일 형태로 음악을 듣는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카세트테이프나 LP판을 만드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감이 줄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처럼 경제 구조 내지 산업 구조가 변화하여 유발되는 실업이 구조적 실업이다.
지식·기술 발달로 산업구조 변화
이처럼 실업은 그 원인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는데, 이 중 가장 심각한 실업의 종류가 구조적 실업이다. 앞서 소개한 자발적 실업의 경우에는 자신이 스스로 더 좋은 직업을 찾아 그만둔 것이기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될 부분이 적다. 다음으로 경기적 실업은 경기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자신이 일하던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한시적인 실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 실업은 다르다. 구조적 실업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실업이다. 산업 구조의 변화 내지 기술 환경의 변화로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숙련해왔던 기술이나 노하우의 활용도가 크게 줄어든 사람이 이제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여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설문조사 결과처럼 우리가 한 직장을 오랫동안 다니기 어려운 이유도 구조적 실업과 무관하지 않다. 오늘날 기술 발달의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통신의 속도는 최근 30~40년 사이에 1억 배 가까이 빨라졌으며, 기술 개발의 발달 속도 역시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CPU 처리 속도는 1988년 미국 NASA에서 설치한 슈퍼컴퓨터의 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라 한다. 마이크로 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 역시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증가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인이 학창시절 배웠던 지식이나 기술이 내포하고 있는 부가가치는 그리 수명이 길지 않게 되었고, 이러한 기술발달로 인한 산업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자연히 많은 사람들은 다니던 직장을 잃거나 새로운 직장을 찾아 떠나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