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문학은 가장 대중적이며 보편적인 문화예술의 장르 중 하나다. 연중 미술관 한번 안가는 사람도, 음악회 한번 안가는 사람도 책 한 권 사서 집에서 틈나는 대로 읽는 사람들은 흔히 목격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문학을 우리는 흔히 대중문학이라고 하는데, 이런 대중문학은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문화생활이 되었다.
하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대중문학이라는 장르는 형성되지 못했다. 그것은 음악이나 미술과는 달리 문학 작품을 즐기기 위해 책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글을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여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한 소비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따라서 대중문학이라는 장르가 형성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초의 대중문학의 수요자로 등장한 계층은 다름 아닌 하녀, 집사, 문지기, 가정교사와 같은 일련의 가사노동자들이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를 축척한 신흥 중산층은 귀족들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정에 2~3명의 하인을 두기 일쑤였으며, 많게는 40명 가까운 하인들을 고용한 중산층 가정도 있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19세기에는 마부, 집사, 하녀, 가정교사, 유모 등의 가사노동자의 비중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1851년 당시 노동 관련 통계를 보면, 영국의 하녀 수는 100만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당시 가사노동자가 전체 직업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초의 대중문학 수요자
이들 가사노동자는 그 이전의 형성된 다른 노동자 계층인 공장노동자와는 다른 특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공장 근로자와 달리 가사노동자로 근무하기 위해서는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 했다. 가사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계층은 과거 귀족계층을 비롯한 신흥 부유층으로 이들은 하인들이 글을 읽고 쓸 줄 알 때 훨씬 더 유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문자 해독력을 갖춘 가사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훨씬 용이하게 되었고, 기존 가사노동자 중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없었던 사람들도 글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가사노동자들은 비교적 쉽게 글을 배울 수 있었다. 그들 주위에 이미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동료들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주인의 서재에서 쉽게 책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많은 수의 가사노동자들은 이제 글을 해독하는 능력을 보유한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대두되었다. 또한 가사노동자들은 공장근로자와 달리 여유 시간도 많았다. 어쩌다 모시는 주인이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되면 온종일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여유 시간에 문학 작품은 가장 좋은 벗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이야기 신문 큰 인기
가사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문학 수요층이 생기면서 이에 부응하는 형태의 문학 작품이 공급되기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등장한 형태는 오늘날의 타블로이드 신문과 유사한 내용으로 구성된 이야기 신문(story paper)이었다. 일반적인 신문이 시사적인 내용과 정보들을 위주로 구성된 것에 비해 이야기 신문은 멜로 소설, 자극적인 내용들과 삽화 등으로 구성된 신문이었다. 특히 이러한 이야기 신문들은 값이 저렴했기 때문에 글을 읽을 수 있는 노동자 계층에서 크게 각광받기 시작한다. 특히 1850년 경에 등장한 뉴욕 위클리 같은 이야기 신문은 주당 35~40만부 가까이 판매되기도 하였다.
가사노동자를 비롯한 문자 해독력을 갖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 신문의 성공에 주목한 출판사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염가 도서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산층은 정장본의 순수문학을 즐기고 있었지만, 가사노동자들은 고가의 정장본 문학책을 사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서적들은 저가로 생산해야만 전달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싸구려 종이를 사용하고, 원고료를 싸게 줘도 되는 무명작가들을 고용해 자극적인 내용들로 가득찬 문학 작품을 마구 써내기 시작했다. 당시 이러한 염가 소설들의 주인공으로 아름다운 하녀 내지 여공이 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들 서적의 주요 고객층이 가사노동자들이었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주로 출판사 사장은 중산층 출신이 많았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하인을 위한 문학 작품의 질적인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신문기자, 초등학교 교사 등 무명의 작가를 고용하여 그들에게 등장인물·구성뿐 아니라 주요 장면까지 일일이 지정해 주면서 많은 작품들을 기계처럼 생산해 낼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대중문학은 몇 가지 종류로 장르화되어 진화했다. 범죄 미스터리 멜로 소설 등은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장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