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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 회장 '샌포드 웨일'

주급 35달러 사환으로 사회생활 시작

2005.10.16

주급 35달러 사환으로 사회생활 시작

유영석 기자2005.10.16읽기 5원문 보기
#씨티그룹#인수합병(M&A)#금융 백화점#도덕적 해이#프라이빗뱅킹(PB)#국채#주가 조작#트래블러스

'월스트리트 금융제국의 냉혹한 황제.' 국제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는 샌포드 웨일 씨티그룹 회장(72)을 이렇게 부른다. 세계 최대의 종합 금융회사 씨티그룹을 이끌고 있는 그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웨일 회장은 1998년 미국의 대표적인 두 금융지주회사 트래블러스와 씨티코프의 합병을 성사시킴으로써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을 탄생시킨 사람이다. 당시 트래블러스생명·연금보험과 살로먼 스미스 바니 증권의 지주회사인 트래블러스를 이끌고 있던 웨일 회장은 미국 최대 소매 은행인 씨티은행의 지주회사 '씨티코프'의 회장 존 리드에게 먼저 합병을 제의해 성사시켰다.

웨일 회장이 만든 씨티그룹은 소비자금융·기업금융에서 증권·보험까지 '돈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미국 최초의 금융 백화점이다. 당시 전 세계 언론은 이를 두고 '세기의 거래''메가톤급 합병''금융제국의 탄생' 등으로 표현했다. ◆주급 35달러 사환으로 사회생활 시작'샌디'라는 애칭으로 더욱 잘 알려진 웨일 회장은 밑바닥에서 출발해 정상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폴란드 유대계 출신인 그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미국 동부의 명문인 코넬대학을 졸업한 뒤 메릴린치 등 유력 금융사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결국 그는 22세가 되던 1955년 유대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 사환으로 취직한다.

급여는 주당 35달러.월스트리트 고객에게 주식 채권 등 증권 다발을 배달하는 것이 그의 주 업무였다. 웨일은 1960년 친구 3명과 함께 20만달러를 모아 증권회사 '셰어즈 로브로즈'를 설립했다. 이후 그는 부실한 금융사들을 찾아내 인수하고,이를 탄탄한 회사로 성장시키는 일을 반복했다. 자금난으로 부도 직전에 처한 금융회사를 싼값에 인수,과감한 감원과 비용절감을 통해 흑자회사로 전환시키고 이를 다시 비싼 값에 파는 전형적인 인수합병(M&A)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기업 사냥꾼'이었다. 20년 동안 15회 이상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고,그가 처음 설립했던 20만달러짜리 증권사는 미국 내 2위 증권사로 키워냈다.

그는 81년 '셰어즈 로브로즈'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합병시켰고,여기서 돈을 벌어 86년 트래블러스 그룹의 모기업을 설립한다. 그리고 12년 만인 98년 미국 굴지의 은행인 씨티코프와의 합병을 통해 미국 금융계 정상에 올랐다. ◆물불 안 가리는 '냉혈한'경제전문 잡지인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11억달러가 훨씬 넘는다. 미국에서 185번째 갑부다. 지난 98년엔 모교인 코넬대학에 1억달러를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웨일은 업무에 있어서 만큼은 물불 가리지 않는 '냉혈한'으로 알려져 있다. 한번은 회사 사무실에 불이 난 적이 있었다. 그는 회사에 불이 난 것을 알고 점심을 먹다 말고 급히 사무실로 달려갔다.

빌딩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직원을 붙잡고 그는 "채권 주식예탁증서 수표는 어떻게 했어"라고 윽박질렀다. "사장님,그것을 어떻게 챙겨 나오겠어요. 피신하기도 급한데"라고 말하는 직원에게 웨일은 "이런 망할 놈. 당장 뛰어 들어가지 못해? 우리 사무실이 있는 층에는 아직 불이 안 붙었잖아"라고 호통쳤다. ◆씨티 스캔들로 곤욕 치러그러나 최근 웨일 회장은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까지 받았고 씨티그룹이 각종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일본에서 고객들에게 대출을 허가하는 대가로 채권상품을 끼워 파는 일종의 '꺾기'를 강요한 것이 드러나 국채입찰을 금지당했다.

씨티그룹 일본지점의 프라이빗뱅킹(PB) 사업부는 주가 조작에 사용된 자금을 대출한 것이 적발돼 영업정지 명령까지 받았다. 씨티그룹의 '도덕적 해이'는 유럽시장에서도 말썽을 일으켰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8월 유럽 국채시장에서 124억유로(약 161억달러)의 유럽 국채를 순식간에 매도한 뒤 이로 인해 촉발된 국채가격 하락세를 이용,30여분 만에 다시 40억유로 상당의 유럽 국채를 되사들였다. 당시 유럽 국채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진 데다 씨티그룹이 이 같은 거래를 통해 거액의 이익을 챙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이에 따라 최근 씨티그룹은 △직원들이 언제라도 윤리 관련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윤리 핫라인' 설치 △전 직원 대상 윤리교육 실시 △회사 내 독립적인 감시기구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윤리강령을 선포하는 등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유영석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yoo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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