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으로 배우는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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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으로 배우는 경제학

오형규 기자2007.03.07읽기 8원문 보기
#희소성(유한한 재화)#인센티브(동기·유인)#기회비용#매몰비용#합리적 소비#충동구매#도덕적 해이#제임스 토빈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경제원리의 보물창고야!

속담은 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생활 속의 진리라 할 수 있다.

또한 속담은 간결한 문구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담아낸다.

이때 세상 돌아가는 이치란 궁극적으로 경제원리와 일맥상통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가 바로 현실 세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이 수천년 동안 축적해온 속담은 경제원리를 설명하는데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속담의 경제학을 소개한다.

◆무한한 욕구,유한한 재화

우리 속담에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메운다'는 말이 있다.

세상의 재화는 한정돼 있는데 인간의 욕구는 다양하고 끝이 없다는 의미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고,오래 살고 싶고,잘 먹고 싶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모든 욕구를 다 채울 순 없다.

재화는 희소(유한)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속담으로 '아홉 가진 놈이 하나 가진 놈 부러워한다''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 등이 있다.

충족하지 못할 욕구가 지나치면 탐욕이 되는데,그래서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고 한다.

절제의 미덕이 필요한 순간이다.

◆경제활동의 출발은 동기(인센티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에게 경제학을 한마디로 요약해달라고 했더니,답은 '인센티브'(동기,유인)였다.

세상의 모든 경제활동이 바로 동기·유인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에 걸맞은 속담이 '김 매는 주인이 놉 일꾼 아흔아홉 몫 한다'이다.

놉이란 노비를 의미한다.

주인 의식과 나그네 의식,즉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공산주의 계획경제가 왜 차이가 나는지를 주인과 노비의 비유로 풀어보면 이해가 쉽다.

'미끼가 커야 큰 고기를 잡는다''벌 나비도 꽃이 좋아야 찾아간다'와 같은 속담도 경제활동에서 동기 유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우리는 언제나 선택 문제에 직면한다.

하나를 선택할 때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한다.

예컨대 적은 용돈으로 읽고 싶은 책을 샀다면 햄버거를 사먹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중국 음식점에서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짬짜면이 있긴 하지만…)

이럴 때 개인이 선택하는 것은 편익이고,포기해야 하는 것은 기회비용이다.

기회비용보다 자신이 누릴 편익이 크다면 사람들은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기회비용의 개념을 보여주는 속담이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멧돼지 잡으려다 집돼지 놓친다'이다.

경제학에서 기회비용은 "하나를 선택하면서 포기한 것들 가운데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이라고 정의한다.

집토끼,집돼지가 기회비용인 셈이다.

한번 지불하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 매몰비용이다.

사람들은 흔히 매몰비용도 회수 가능한 것으로 착각할 때가 많다.

이럴 때 '놓친 물고기가 커 보인다'는 속담은 매몰비용에 연연해 선택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합리적 소비와 충동구매

사람은 끊임없이 소비하며 살지만 합리적인 소비인지 아닌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경제원리를 아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열번 재고 가위질은 한번 하라'와 '삼년 벌던 전답도 다시 둘러보고 산다'와 같은 속담이 어울린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도 가격(비용)에 큰 차이가 없다면 품질·성능·디자인을 보고 제품을 고르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이다.

'우물물은 퍼 쓸수록 맛이 있다'는 속담은 적절한 소비가 경제를 잘 돌아가게 한다는 이치를 일깨운다.

반면 비합리적 소비를 지칭하는 속담도 다양하다.

그만큼 사람들이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는 이야기이다.

'남이 장에 가면 나도 간다''숭어가 뛰니까 망둥어도 뛴다'는 속담이나 '견물생심'(見物生心),'부화뇌동(附和雷同)' 같은 사자성어도 불합리한 소비행태를 꼬집는 뜻을 갖는다.

명품 브랜드만 밝히거나,친구가 산다고 따라 사는 것을 설명하기 적합한 말이다.

값이 싸다고 무턱대고 샀다가 후회하기 전에 '싼 게 비지떡'이란 속담을 떠올려 보라.

◆일하려는 의욕과 도덕적 해이

빈곤층을 구제할 때 최선의 방법은 자립과 근로의욕을 일깨우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도 일하려는 의욕이나 근면성을 찬양하는 것들이 많다.

'이마에 땀을 내고 먹어라''누운 나무에 열매 안 열린다'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부지런함에 대해선 '공든 탑이 무너지랴''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같은 속담이 제격이다.

우리 조상들은 '콩 심은데 콩 나고,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으로 요행과 일확천금보다는 노력과 근로를 강조했다.

반면 주변에는 늘상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젯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도덕적 해이를 목격한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나태·무사안일을 보면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행랑이 몸채 노릇 한다''제 논에 물대기' 같은 속담을 떠올리게 된다.

◆신용과 인적자본의 중요성 오늘날 경제활동에서 신용은 생명과도 같다.

신용불량자처럼 신용을 잃으면 직장 구하기나 결혼도 어렵게 된다.

신용에 대한 속담으론 '오뉴월 품앗이도 먼저 갚으랬다'가 대표적이다.

서로 돕는 품앗이를 받기만 하고 갚지 않는 사람은 신용없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다.

'부잣집 외상보다 비렁뱅이 맞돈이 낫다'는 속담도 상거래에서 신용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인재의 중요성을 속담에 담았다.

'돈 물려줄 생각 말고 자식에게 글 가르쳐라'라는 속담은 물고기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유대인들의 지혜와도 일맥상통한다.

'미운 놈 떡하나 더 준다'와 '이쁜 자식 매 한대 더 때린다'는 속담에선 제대로 된 육아와 교육의 정석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인재를 키우더라도 전문화를 강조했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고 했고,'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독려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으로 인재 감별의 어려움도 가르치고 있다.

◆투입·산출,경쟁과 상거래의 원칙 경제에선 투입량에 대한 산출량을 토대로 비용과 효율을 따진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것이나 성서에 나오는 '뿌린대로 거두리라'는 바로 투입·산출이론을 가장 쉽게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기업이든,개인이든 경쟁력은 생산성에서 나온다.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님도 보고 뽕도 딴다''되글을 가지고 말글로 써먹는다' 등은 창의적·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상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그래서 '기는 놈 위에 뛰는 놈,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하지만 경쟁에도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

누구나 자기 것은 덜 주고,남의 것은 더 얻고 싶게 마련이지만 내가 베풀지 않으면서 남이 베풀어주길 기대하는 것은 욕심쟁이일 뿐이다.

그래서 시장경제에선 구매자와 판매자의 이기심이 만나는 접점에서 균형가격을 이룬다.

이는 '내 물건이 좋아야 제값을 받는다'는 속담이 잘 보여준다.

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거나 '가는 떡이 두꺼워야 오는 떡도 두껍다'는 속담은 상거래의 기본 자세로 삼을 만하다.

◆보완재와 대체재 커피와 설탕은 보완재 역할을 한다.

이는 '바늘 가는데 실 간다'와 통한다.

또 돼지고기와 쇠고기는 대체재로 분류되는데,속담에선 '꿩 대신 닭'으로 표현된다.

끝으로,이상사회를 꿈꿨던 공산주의가 철 지난 유행이 되어버린 것은 경제활동의 동기인 사유재산의 중요성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남의 집 금송아지가 내 집 송아지만 못하다'는 우리 속담을 되새겨보면 간단한데 말이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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