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이 문제해결 능력 획기적으로 높여
디지털 이코노미

연결이 문제해결 능력 획기적으로 높여

생글생글2023.07.13읽기 5원문 보기
#디지털 경제#크라우드소싱#크라우드메드#제1형 당뇨병#창의적 문제해결#집단지성#하버드 의대#혁신

(109) 디지털 경제와 연결

디지털을 활용한 다양한 연결은 '무엇을 모르는가'에 대한 인식을 통해 창의적인 해결책 도출 가능.

Getty Images Bank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우민론(愚民論)을 주창했다. 대중은 어리석고, 어리석은 무리를 다루기 위한 방법은 권모술수가 유일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구성의 오류’도 비슷한 개념이다. 개별적인 것이 합쳐질 경우 전체의 모습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시각대로라면 한 사람, 한 사람은 똑똑한데 군중은 어리석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는 반대 사례도 존재한다. 한 명의 의사만으로는, 한 명의 난치병 환자만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치료법을, 이들이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면 찾아낼 수 있다. 온라인 의료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 ‘크라우드메드(CrowdMed)’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이곳에 병의 증상이나 병력, 가족력 등의 정보와 수집한 관련 자료들, 의학적 사례를 정리해 올린다. 그러면 ‘의료탐정’ 집단이 진단을 제시하며 가장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는 결론에 베팅한다. 의료탐정의 대다수는 의료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이지만, 의료계 밖에 있는 사람들도 참여한다. 크라우드메드는 축적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각 환자에게 가능성 있는 진단 목록을 제시한다. 세 가지 진단을 제시했을 때, 희소병의 정체에 대한 결정적 정보를 받은 사람은 무려 700명에 이르렀다. 크라우드메드를 이용하고자 하는 환자들은 대가로 299달러를 지불한다.

하지만 의료탐정이 제시한 진단이 환자를 담당하는 의사에게 입증받지 못하거나 의사가 다른 정확한 진단을 내릴 경우 환불받도록 설계돼 있다. 무슨 병인지 알 수 없어 불안한 환자 입장에서는 이들이 제시해주는 정보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크라우드메드의 설립자 자레드 헤이맨은 누구보다 절실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여동생은 무슨 병인지 알 수 없어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 18세 때 시작된 증상은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우울증까지 생겨 스스로 생을 마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나서야 의사들은 희귀병 중 하나임을 알아차렸고, 호르몬 대체 요법을 쓰자 3주 만에 대부분의 증상이 사라졌다.

동생의 사례를 크라우드메드 사이트의 첫 시험 사례로 제안했을 때 의료탐정들이 질환을 정확히 맞히는 데 3일이면 충분했다. 비전문가로 구성된 집단이지만, 연결되자 현명한 집단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비전문가 자원에서 정보 얻기2010년 제1형 당뇨병의 치료법을 찾기 위한 아이디어 경연대회도 같은 맥락이었다. ‘벽 너머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개방해 창의적인 접근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인슐린을 자체적으로 생성하지 못하는 제1형 당뇨병은 ‘소아 당뇨’로 알려졌지만 성인에게서도 발병한다. 호르몬 투여로 병을 견디지만 완치법을 찾지 못했다. 경연은 6주간 이어졌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로부터 의견이 들어왔다.

12명의 우승자가 선정됐고, 이들 중에는 과학이나 의학 쪽 배경이 전혀 없는 사람도, 제1형 당뇨병을 앓는 의사와 교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제안은 의학계에서 간과해온 측면을 다루고 있었다. 실제 의료진과 결합해 협력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경연에서 나온 의견을 연구가설로 세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실제 7개 프로젝트가 하버드 의대에서 승인됐고, 이 가운데 5개 연구는 제1형 당뇨병과 전혀 관련돼 있지 않은 연구원이 이끌었다. 핵심은 ‘무엇을 모르는가’를 찾는 것이처럼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연결됐을 때 기존 전문가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의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을 모르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사람에게 당뇨병에 대한 의학적 지식은 없지만, 그의 아이들이 당뇨를 앓을 수 있다. 분명 당뇨병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연결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16세기에는 자신이 아는 정보가 원활하게 전달될 수단이 부재했을 것이다. 군중이 우매해진 이유다. 디지털 시대는 다르다. 다양한 경험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연결되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전문가 의견을 같은 분야의 전문가만 검토하는 일은 ‘무엇을 모르는가’를 놓칠 수 있다. 진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면 비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해법을 위한 전문지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 시대 전문가들의 역할이다.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혁신 아이디어, 벤처에선 살고 대기업선 죽는 이유
디지털 이코노미

혁신 아이디어, 벤처에선 살고 대기업선 죽는 이유

대기업에서 혁신 아이디어가 죽는 이유는 사람의 보수성이 아니라 조직 구조의 문제다. 조직이 커질수록 개인의 성과보다 지위에 따른 특전이 중요해지면서 위험한 혁신 아이디어를 거부하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는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상전이 현상과 같다. 따라서 혁신을 원한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문화보다 조직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설계가 핵심이다.

2022.04.07

혁신이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한 경쟁의 조건은
디지털 이코노미

혁신이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한 경쟁의 조건은

혁신이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내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현대 기술 발전은 소수 기업의 영구적 시장 지배를 가능하게 하면서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론보다 조지 오웰이 경고한 독점화 현상에 더 가까워지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구조가 아닌 건전한 경쟁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2022.02.17

혁신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라 과거를 토대로 하죠
4차 산업혁명 이야기

혁신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라 과거를 토대로 하죠

일본 반도체산업의 쇠락 사례를 통해 기술경쟁력만으로는 혁신이 아니며, 시장 수요 변화를 읽고 이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혁신은 기술 외적 요인인 마케팅, 고객 이해, 가격경쟁력 등이 어우러져 완성되며, 과거와의 단절이 아닌 사회·경제적 요구에 대응하는 연속적 발전이다.

2019.11.07

미국은 혁신에 성공하고 일본은 실패하는 이유는
디지털 이코노미

미국은 혁신에 성공하고 일본은 실패하는 이유는

미국은 1960~70년대 IBM과 AT&T에 대한 반독점 소송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독립시켜 기술 혁신을 지속했지만, 일본은 NTT와 NEC의 독점을 용인하며 새로운 기업 진입을 막아 2000년대 이후 혁신 동력을 잃었다. 반독점 규제가 약화된 현재 구글, 아마존 등 거대 기술 기업의 독점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경제 집중과 사회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새로운 혁신을 위해서는 독점 규제가 필수적이다.

2021.04.22

디지털경제 시대 경쟁우위 핵심자산은 '브레인'…인적자원 수요·공급에 관한 구조적 문제 점검해야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경제 시대 경쟁우위 핵심자산은 '브레인'…인적자원 수요·공급에 관한 구조적 문제 점검해야

디지털경제 시대에는 제조업과 달리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 기술에서 가치가 창출되므로 인적자원이 경쟁우위의 핵심자산이 되었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숙련 노동자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인적자원 공급은 정체되어 임금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업계의 노동 공급 부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R&D 투자 확대와 교육 정책을 통해 인적자원 수요와 공급의 구조적 불일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22.05.12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