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의 지속적인 혁신이 자본주의 발전의 원천"…기업 초과이윤은 노동착취 아닌 '혁신의 대가'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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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의 지속적인 혁신이 자본주의 발전의 원천"…기업 초과이윤은 노동착취 아닌 '혁신의 대가'로 봐

김태완 기자2020.06.04읽기 6원문 보기
#창조적 파괴#조지프 슘페터#경제발전의 이론#기업가 혁신#초과이윤#신용 창조#경제 순환#신용 디플레이션

조지프 슘페터《경제발전의 이론》

조지프 슘페터

(1883~1950)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자로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정리했다.

“경제발전은 외부 여건 변화에 의한 단순한 순응과 수용이 아니라 경제 체제 내부에서 발생한다. "“신용이란 본질적으로 기업가에게 양도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구매력의 창조이며, 경제발전이 수행되는 방법을 특징짓는다.”고전 경제학 세계에서 경제 주체는 시장에 수동적인 존재다.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의 효용을 추구하면 경제는 균형 상태에 도달한다. ‘균형’은 그들이 생각한 경제의 일반적인 상태였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경제는 항상 균형을 깨고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면서 질적인 발전을 해왔다.

조지프 슘페터(1883~1950)는 이런 자본주의의 균형을 파괴하는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에 주목했다. 과거엔 기껏해야 천재지변이나 전쟁 같은 외부적 요소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힘의 원천이 경제 내부에 있다고 믿었다. 슘페터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쓴 《경제발전의 이론》(1911년 출판)에서 “경제발전은 외부 여건 변화에 의한 단순한 순응과 수용이 아니라 경제체제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기업가의 혁신, 즉 생산요소의 새로운 결합이 경제발전을 자극하는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슘페터는 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엄격히 구분했다.

그가 말하는 발전은 ‘점진적 변화(성장)가 아니라, 경제의 틀과 궤도 자체를 바꾸는 혁명적인 변화’다. 소매점에 백화점이 들어선 것이 성장이라면, 역마차에서 기차로 바뀐 것은 발전이다. 그 발전의 원동력이 혁신이다. 기업의 초과 이윤은 ‘혁신의 대가’슘페터에 따르면 기업가 혁신은 다섯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새로운 재화, 즉 소비자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품이나 새로운 품질의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둘째는 새로운 생산방식 도입이다. 셋째는 한 나라의 특정 부문 제조업이 참가한 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다. 넷째는 원료나 반제품의 새로운 공급원 확보다.

그리고 다섯째가 어떤 산업의 새로운 조직 실현, 즉 독점적 지위 형성이다. 그가 혁신이 발전의 동인이라고 말한 가장 큰 근거는 기업가 이윤(정상 이윤을 뛰어넘는 초과 이윤)에 있었다. 그는 기업의 초과 이윤은 노동자로부터 착취한 것이라는 마르크스주의에 반박해 ‘혁신의 대가’라고 주장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 사회의 신용도 이윤 추구를 덕목으로 하는 기업가의 혁신 활동에 좌우된다고 봤다. 기업가가 혁신하려면 새로운 생산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혁신을 위한 자금 수요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수요이기 때문에 신용 창조가 필수적이다.

그는 “신용이란 본질적으로 기업가에게 양도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구매력 창조이며, 경제 발전이 수행되는 방법을 특징짓는다”고 지적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발전이 순환적 변동을 통해 진행된다고 봤다. 변동의 출발점은 혁신적 기업가들이다. 그에 따르면 혁신은 집단적으로 또는 떼를 지어 불연속적으로 나타난다. 혁신적 기업가는 은행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새로운 생산수단에 투자하고, 신규 노동력을 고용한다. 이로 인해 생산수단 가격이 오르고 임금도 상승한다. 이런 과정은 혁신적 기업가의 생산물이 시장에 등장할 때까지 계속된다. 이 기간이 호황이다.

이후 혁신을 통해 나온 생산물이 시장에 쌓이면서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한다. 또 이익을 실현한 기업들은 대출을 상환하고, 은행들도 신용 팽창에 따른 위험 관리를 위해 자금 회수에 나선다. 결국 신용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면서 새로 창조됐던 사회의 구매력도 소멸한다. “불황은 균형을 찾아가는 정상적 과정”그렇다면 왜 호황이 끝나갈 때 대출받는 기업이 등장해 호황 국면을 이어가지 않을까. 슘페터는 “첫째는 가격 하락과 비용 상승으로 기업의 이윤이 소멸하고, 둘째는 기업들의 혁신으로 경제의 균형이 깨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셋째는 은행이 과도한 신용 팽창을 경계해 의도적으로 긴축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슘페터에게 경기 불황은 새로운 혁신을 준비하기 위해 균형점을 찾아가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는 특히 경기순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소득도 꾸준히 증가한다고 봤다. 아무리 혁신이 자본 집약적 형태로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생산 활동과는 별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노동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경제발전의 이론》에서 나타난 슘페터의 자본주의 경제관은 지극히 낙관적이다. 기업가의 혁신만 있다면 자본주의는 무한히 발전하고, 노동자의 생활 수준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슘페터는 1942년 발간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역설적이게도 ‘혁신의 일상화’로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로 대체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이 책에서 △혁신이 일상화되면서 혁신 기업가의 기능과 사회적 지위가 상실되고 △비판적인 지식계급이 출현해 자본주의 울타리를 파괴하고 △평등, 사회보장, 정부 개입, 여가 등을 선호하는 풍조 등이 조성돼 자본주의가 붕괴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슘페터는 독특한 경제학 체계를 완성한 탁월한 학자라는 찬사에도 불구하고 “경제분석은 신고전파의 일반균형이론을 기초로 하고, 자본주의 경제발전 과정은 마르크스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혹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김태완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장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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