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기업가이론의 창시자 조지프 슘페터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귀족과 재혼한 가정에서 자라난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A. Schumpeter). 그가 평생 연구한 주제는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라는 거대담론이었다.
경제학의 세계적 중심지였던 빈대학을 졸업한 슘페터가 그런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은 젊은 시절에 목격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눈부신 경제 발전 때문이었다. 두 나라는 1870년과 40년 뒤인 1910년을 비교하면 경제 규모가 3배 이상 커졌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빠르게 높아졌다. 슘페터는 그런 경제 발전의 배경에는 사유재산권을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슘페터는 경제 발전을 이끄는 힘의 원천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자본주의는 실패할까’ ‘불황을 우려해야 하나’ ‘자본주의는 살아남을까’ 등과 같은 당시 사회적 이슈의 의문점을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목을 끄는 것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은 경제 밖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경제 내부에 있다는 슘페터의 통찰이다. 자본주의 자체에 변화의 에너지가 내재돼 있다는 얘기다. 그는 자본주의에서 ‘기업가’를 발견하고는 흥분했다. ‘기업가’가 바로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슘페터는 기업가이론 개발에 몰입했다. 기업가란 신상품, 신기술 등 혁신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주체다. 기업가는 열린 마음, 리더십, 통찰력 등 ‘엘리트적 자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아무나 기업가가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기업가란 돈벌이에만 급급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기업가이론의 시각에서 본 슘페터의 자본주의 비전은 다양하다. 슘페터에게 자본주의는 산업혁명, 철도, 값싼 자동차, 비행기같이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기계처럼 보인다. 1990년대 인플레이션 없는 신경제를 부른 것도 정보기술(IT) 혁신의 결과다. 혁신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슘페터의 낙관론이다. 대기업 권력도 문제될 게 없다. 규모의 경제나 혁신으로 소비자들이 이익을 본다는 이유에서다. 장기적으로 소득은 올라가고 상품가격은 내려가는, 그래서 노동자 삶을 비롯해 대중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체제가 자본주의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이 되는 게 자본주의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자본가-노동자 계급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마르크스처럼 엉뚱한 계급의식으로 노동자를 선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문명적 성격을 낙관하는 슘페터는 ‘문제는 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발전의 동력을 침해하고 변화를 가로막는 것, 혁신을 거역하는 것, 기업가 정신에 피해를 주는 것은 모두 정치에서 비롯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기업가이론에 비춰 호황-불황의 순환을 해석하는 슘페터의 관점도 독보적이다. 기업가의 혁신으로 이윤이 높아지면 많은 기업들이 그 혁신기업의 전략을 경쟁적으로 모방해 추격하면서 경제 붐이 생겨난다. 그런 경쟁적인 행동으로 가격과 이윤이 떨어지고 불경기가 등장하는데, 이는 다음 나타날 붐의 시작이라는 게 그의 경기순환론 핵심이다. 불황은 호황으로 방만하게 몰려든 기업들을 정리해주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래서 증권시장의 붕괴나 경제위기는 일시적 현상으로, 놀랄 일이 아니라고 슘페터는 설명한다. 1929년 세계공황도 자본주의의 병리(病理)가 아니라 흔히 있을 수 있는 경기 하강인데, 케인스처럼 호들갑을 떨지 말라고 일침을 가한다.
혁신을 실행하기 위해선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슘페터는 은행이 이 같은 자금조달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슘페터는 저축을 초과하는 방만한 신용창출(대출)의 위험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신용팽창으로 조성된 호황은 잘못된 투자를 불러오고 많은 혁신적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비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일본의 장기불황 등도 그 같은 방만한 통화팽창의 결과라는 오스트리아학파의 인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의 혁신으로 자본주의가 눈부신 성공을 거두지만 그 성공으로 자본주의가 몰락하고 사회주의가 도래한다고 슘페터는 주장한다. 기업가 기능이 사멸하고 대신 거대기업의 경영팀이 기업가 기능을 넘겨받음으로써 혁신이 관료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지식인들의 반(反)자본주의 태도가 사회주의를 부추긴다고도 했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불확실성이 없고 효율적이어서 그 체제가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