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수능시험 성적에 수험생의 점수를 그대로 반영할 때는 절대 평가였지만 올해부터 등급제로 매기면서 수능은 상대 평가로 바뀐 셈이다.
올해 수능 수리 '가'형에서 3점짜리 한 문제가 틀려 2등급으로 떨어진 수험생이 두 문제 틀린 학생과 동등하게 2등급이 됐다면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생들도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상대평가 시험이다.
수강생 중 상위 10%에게만 'A'학점을 줄 경우 아무리 열심히 해도 10% 안에 못 들면 'A'를 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상대평가 시험은 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매정한 시험 제도인가.
상대 평가는 정말 평가받는 사람에게는 가혹하기만 한 제도인가.
오늘은 상대 평가와 절대 평가의 원리를 경제학적 사고로 풀어 보자.
⊙ 1980년대 상대평가의 기억 1980년대 전두환 정부는 각 대학이 입학 정원의 130%를 신입생으로 뽑게 하고 상대 평가를 실시해 이 가운데 30%를 졸업 때까지 탈락시키도록 하는 졸업정원제를 도입했다.
상대 평가로 학사 관리를 엄격히 하면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를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학생들이 졸업할 시점이 되자 흐지부지됐다.
학부모들이 멀쩡한 자식이 성적이 좀 나쁘다고(그것도 상대 평가로 학점을 제대로 못 따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졸업정원제는 대학생 숫자만 잔뜩 늘려놓아 1980년대 학생 운동은 절정에 이르렀고,이른바 386세대를 낳는 토대가 됐다.
⊙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 상대 평가를 하게 되면 시험 성적 자체보다는 학급·학년이나 수강생들의 순위에 의해 성적이 매겨지게 된다.
따라서 내가 한 계단 올라가면 필연적으로 한 계단 떨어지는 친구가 나온다.
내가 시험을 못 봐도 다른 사람들이 더 못 보면 내 등수(점수)는 올라가고 시험을 잘 봐도 다른 사람들이 더 잘 보면 떨어진다.
이런 상황을 경제학에선 위치적 외부효과(생글생글 119호 14면 참조)라고 부른다.
자신의 순위(상대적 위치)를 높이기 위한 모든 수단들이 경쟁자의 순위를 끌어내리는 상황이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2위인 라파엘 나달이 1위가 되면 1위인 로저 페더러는 2위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이 경우 서로 순위를 높이려고 경쟁하지만 서로의 노력이 상쇄돼 소모적 경쟁(위치적 군비경쟁이라고도 한다)이 벌어진다.
⊙ 상대 평가는 나쁘기만 한 것인가 절대 평가는 이해가 쉽고 평가 기준도 단순한 반면 자의적 평가 여지가 있다.
시험 문제를 쉽게 출제하고 90점 이상은 모두 'A' 또는 '수'를 준다면 객관성을 담보하거나 다른 집단과의 비교가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