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수는 경제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체온계
18세기 초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한 학생은 평소 친분이 있던 성공회(영국의 국교회) 주교 윌리엄 플릿우드(William Fleetwood)를 찾아가 학교의 학비 지원 규정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학생의 사정은 이러했다.
당시 옥스퍼드 대학은 1440년에 만들어진 규정에 따라 한해 수입이 5파운드를 넘으면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었다.
이 규정 때문에 장학금을 받을 수 없었던 학생은 2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생계비가 많이 상승했을 것이니 15세기의 규정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학생은 플릿우드 주교를 찾아가 그동안 물가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밝혀줄 것을 부탁했다.
이 학생이 플릿우드 주교를 선택한 것은 행운이었다.
플릿우드 주교는 전부터 물가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연구할 자료도 이미 확보해 놓고 있었다.
플릿우드 주교는 학생의 부탁으로 연구를 시작해 결국 15세기 5파운드의 가치는 당시(18세기 초)의 30파운드 정도와 같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곧 18세기 초에 15세기에 5파운드로 살 수 있었던 물건들을 사기 위해서는 30파운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화폐의 구매력이 6분의 1가량으로 감소한 셈이므로 학교의 규정이 부당하다는 학생은 주장은 신빙성이 있었던 것이다.
물가지수를 누가 맨 처음 개발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플릿우드 주교의 연구를 근대적 물가지수의 시초로 보고 있다.
현실세계에는 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상품들이 존재한다.
각 상품들은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다를 뿐 아니라 그 값이 오르고 내리는 정도도 상이하다.
경제 전체의 상황을 살필 때 어떤 한 개별 상품의 가격만을 관찰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없을 것이다.
물가(prices) 혹은 물가 수준(price level)이란 개별 상품의 가격이 아닌 수많은 상품들의 가격을 평균한 가격 수준을 가리킨다.
이런 물가의 움직임을 알기 쉽게 나타내기 위해 작성하는 지표가 바로 물가지수(price index)다.
물가지수는 기준 시점의 물가 수준을 100으로 놓아 비교 시점의 물가 수준을 나타낸다.
어떤 시점의 물가지수가 100 이상이라면 기준 시점보다 물가가 상승한 것이고,100 이하라면 기준 시점보다 물가가 하락한 것이다.
물가지수는 흔히 경제의 상태를 나타내는 체온계와도 같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체온계가 사람의 체온을 하나의 수치로 나타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가지수는 경제 전체의 총 수요와 총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물가를 기준 시점과 비교한 지수로 나타내준다.
의사는 진찰을 할 때 환자의 체온을 재보고 열이 높으면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을 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