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에 6400억…'공급탄력성 0' 미술품의 경제학
경제야 놀자

한 점에 6400억…'공급탄력성 0' 미술품의 경제학

유승호 기자2025.05.15읽기 5원문 보기
#공급 탄력성#수요·공급 원리#소득 탄력성#희소성#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사용가치와 교환가치#경매#케인스

'조금 다른' 수요·공급원리

보통의 재화는 가격 오르면

공급도 따라서 늘어나지만

인기 있는 유명작품은 한정

천정부지로 값 치솟기 쉬워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

보석이 물보다 비싼 이유는

구하기 힘든 희소성 때문

타계한 작가의 작품값이

더 비싸지는 것도 같은 이유

프리즈, 테파프 등 유명 아트 페어가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렸다. 뉴욕에서는 5월 한 달 동안만 10개가 넘는 아트 페어가 열린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 미술시장도 불황을 겪고 있지만, 유명 작가의 작품은 수십억~수백억 원에 팔려 세상을 놀라게 한다. 국내에서도 투자 대상으로서 미술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미술 작품은 왜 때때로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것일까.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경제 원리를 살펴보자.공급 탄력성이 0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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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에서도 수요·공급의 원리가 작동한다. 그러나 미술시장의 수요·공급은 일반적인 재화의 수요·공급과 조금 다르다. 보통의 재화는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난다.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도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을 제한한다.반면 미술품은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상승해도 공급은 늘어나기 어렵다. 그림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작가가 갑자기 그림을 여러 개 그려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미술품의 공급 탄력성은 0에 가깝다. 따라서 우상향하는 일반적인 공급 곡선과 달리 미술품의 공급 곡선은 수직선 형태가 된다. 이런 시장에서는 수요가 조금만 증가해도 가격이 급등한다.수요의 소득 탄력성이 크다는 것도 미술시장의 특징이다. 소득 탄력성이란 소득 변화에 따라 수요가 변화하는 정도를 말한다. 소득이 늘어 의식주 욕구가 충족되면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반대로 경기 침체로 소득이 줄어들면 미술시장에도 찬 바람이 분다.미술시장의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큰돈을 번 경제학자가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케인스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가격이 폭락한 프랑스 예술가들의 그림을 사 모았다. 전쟁이 끝나고 경기가 회복되자 그림 가격이 급등했고, 케인스는 큰 이익을 얻었다.작가의 죽음을 기다리는 이유미술시장은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이 작용하는 시장이다. 물이 없으면 인간은 단 며칠도 살기 어렵다. 다이아몬드는 평생 없어도 생존에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다이아몬드는 비싸고 물은 싸다. 애덤 스미스는 이런 역설을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말로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갖고 싶어 하지만 쉽게 구할 수 없다는 희소성이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높인다.비싼 미술 작품도 다이아몬드처럼 희소성이 가치의 원천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도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도 이 세상에 하나뿐이다. 미술 작품을 소장한 사람은 작가가 죽기를 기다린다는 우스개가 있다. 작가가 사망하면 더 이상 작품을 만들어낼 수 없으니 작품의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 이유다.미술사적으로 큰 발자취를 남긴 작가 중에서도 죽은 다음에야 가치를 인정받은 사람이 많다. 폴 고갱은 말년에 작품 여덟 점을 팔아 겨우 1000프랑을 벌었다. 그가 사망하고 100년도 더 지난 2015년 그의 작품 ‘언제 결혼하니’는 3억 달러에 팔렸다. 당시 기준 역대 최고가 기록이었다.미술시장 효율성 높이는 경매유명한 미술 작품은 주로 경매를 통해 거래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는 201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031만달러에 팔렸다. 현재 환율로 6400억원에 이르는 역대 최고가였다. 1744년 설립된 소더비와 1766년 생겨난 크리스티가 세계 미술 경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경매라는 판매 방식이 미술품 가격을 더 높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술품을 경매로 거래하는 데도 이유다. 미술품은 위작이나 모작이 아니고서는 같은 작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표준적인 가격을 정하기 어렵다. 또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에 큰 차이가 있다. 똑같은 피카소 그림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수백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저 그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작품을 ‘적당한 가격’에 팔면 작가에게는 손해가 된다. 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경매는 그와 같은 구매자의 지불용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판매 방식이다. 경매를 하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작품을 넘겨 작가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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