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계속 돈다?…지역화폐에 대한 오해들
경제야 놀자

돈은 계속 돈다?…지역화폐에 대한 오해들

유승호 기자2025.03.06읽기 5원문 보기
#지역화폐#기본소득#승수효과#한계소비성향#부가가치세#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지역 상권 활성화#제로섬 게임

'전국민 25만원'이 내수진작 마중물?

소득 늘어도 소비로 다 옮겨가지 않아

저축·부가가치세 이어 해외서 쓰기도

"우리 지역서 써라" 지자체 제로섬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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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행객이 10만원을 내고 어느 마을의 호텔 방을 예약했다. 이 호텔은 근처 가구점에서 10만원짜리 침대를 샀다.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10만원어치 주문했고, 치킨집은 문구점에서 10만원어치 물품을 구입했다. 이런 식으로 돈이 한 바퀴 돌아 마을 상권에 활기가 돈다는 아름다운 얘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 페이스북에 올린 ‘기본소득 그림’의 내용이다. 이 대표가 ‘전 국민 25만원 지역화폐’를 추진하면서 이 그림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시 화제가 됐다. 한 번 뿌린 돈이 계속 돌고 돌아 상권을 살리는 ‘경제의 영구기관’은 가능할까. 무한 동력 창조경제?지역화폐로 소비를 활성화한다는 아이디어는 승수효과에 이론적 기초를 두고 있다. 승수효과란 정부 재정 지출이 최초 지출 금액보다 큰 폭으로 총수요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여행객이 호텔 방을 예약하면서 지출한 돈 10만원이 호텔에서 가구점으로, 가구점에서 치킨집으로 옮겨 가면서 전체 소비가 20만원, 30만원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승수효과는 한계소비성향, 즉 추가로 얻은 소득 중 소비에 쓰는 금액의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 승수효과의 크기는 1÷(1-한계소비성향)으로 계산한다. 앞서 든 예시처럼 호텔, 가구점, 치킨집이 추가로 번 돈을 전액 소비에 쓴다면 한계소비성향은 100%이고, 승수효과는 무한대가 된다.이렇게 돈이 무한히 돌고 도는 경제는 외부에서 한 차례 동력을 전달받으면 추가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도 영원히 작동할 수 있다는 영구기관을 연상시킨다. 실제 물질계에서 영구기관은 존재할 수 없다. 기관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마찰열 등으로 열 손실이 발생해 처음에 공급된 에너지가 100% 일로 전환되지 못하고 소멸하기 때문이다. 돈을 줘도 안 쓰는 사람들열 손실과 비슷한 현상이 경제에서도 일어난다. 늘어난 소득이 전부 소비로 가지는 않는다. 일부는 저축한다. 소비 금액의 약 10%는 부가가치세로 빠져나간다. 외국에서 쓰는 돈도 있다. 결국 호텔이 번 돈 10만원은 가구점, 치킨집, 문구점으로 옮겨 가는 과정에서 7만원, 5만원, 3만원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총수요도 10만원, 20만원, 30만원으로 늘어나지 않고 10만원, 17만원, 22만원으로 돈이 돌수록 증가 폭이 작아진다.지역화폐처럼 소비 지출 외 용도로는 쓸 수 없는 ‘소비 쿠폰’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0년 지급된 1차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증대 효과를 분석한 결과 한계소비성향이 0.217이었다. 100만원을 받았다면 소비는 22만원밖에 늘리지 않았다는 의미다.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대만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소비 쿠폰의 소비 증대 효과도 지급액의 24.3%에 그쳤다. 이 정도만으로도 경제 위기 시에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지급한 지역화폐가 무한히 돌면서 수요를 창출할 것처럼 말하는 것은 현실과 다르다. 지역 간 제로섬 경쟁지역화폐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 중엔 지역 상권 활성화도 있다. 지역화폐가 해당 시·군·구 내에서만 쓸 수 있는 만큼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는 소비를 지역 내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화폐가 전 국민 25만원과 같은 기본소득 형태로 지급되면 이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지금도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제로섬 게임이 되고 있다. 전국 243개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중 75%인 182곳이 올해 지역화폐를 발행한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2022년 발표한 ‘지역사랑상품권이 소비자 구매 행태 및 지출 규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경기도와 인천시가 지역화폐를 도입한 뒤 소비 지출 증가 폭은 미미했다”고 분석했다.국민 1인당 25만원씩 지역화폐를 지급하려면 약 13조원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다면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고, 국채를 발행하면 금리가 오른다. 물가나 금리가 오르는 것이 싫다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만큼의 가성비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인지 더 신중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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