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놀라고 한국은행도 놀랐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어리둥절해했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 얘기다. 전 분기 대비 1.3%로 2021년 4분기(1.4%) 후 최고치였고, 전문가 추정치(0.5~0.6%)의 두 배가 넘었다. 물가가 너무 올라 외식하기도 겁나고 대출이자 갚느라 허리가 휘는데, 경제성장률은 ‘서프라이즈’라니. 나만 먹고살기 힘든 걸까.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GDP와 GNI의 차이
우선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허점이 있다. GDP는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GDP가 큰 폭으로 늘었다면 나라 경제가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GDP가 곧 국민소득은 아니다. 국민총소득(GNI)이라는 별도의 지표가 있다.
GNI는 GDP에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교역조건은 쉽게 말하면 수출품과 수입품의 가격 비율이다. 만약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 가격이 하락하고 석유 등 주요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면 실컷 수출하고도 외국에서 사 올 수 있는 물건이 별로 없게 된다. 이런 경우 GDP가 늘어도 GNI는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작년 하반기부터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있어 최근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를 교역조건 악화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배고픔과 배아픔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부문별 격차다. 우리 집 장사는 그저 그런데 옆집은 장사가 잘되면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와 관련해 많이 거론되는 것이 ‘반도체 착시’다. 지난 1분기 수출은 1637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3% 늘었다. 하지만 반도체를 빼면 증가율이 1.6%로 떨어진다.
수출의 온기가 내수까지 퍼지는 연결고리도 약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4년 1분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품 수출 증가가 민간 소비 증대로 이어지기까지는 한 분기의 시차가 있었다. 그나마 상품 수출이 1% 늘 때 민간 소비 증가 폭은 0.0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나가는 업종과 부진한 업종, 수출과 내수의 격차는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 2022년 12월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591만원이었다. 중소기업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86만원으로 대기업의 반도 안 됐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연령대인 40대(2.2배)와 50대(2.4배)에선 차이가 더 컸다.
일자리가 많으면 행복할까
고용지표도 겉으로만 보면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작년 15~64세 실업률은 2.7%, 고용률은 69.2%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실업률은 최저, 고용률은 최고였다.
하지만 유의할 대목이 있다. 성별·연령별로 봤을 때 지난 10년간 고용률 상승폭이 가장 큰 계층은 30대 여성과 60세 이상이다. 전체 고용률이 2013년 64.6%에서 2023년 69.2%로 높아지는 동안 30대 여성은 55.5%에서 68.0%로, 60세 이상은 38.4%에서 45.5%로 상승했다. 30대 여성의 고용률 상승은 결혼, 출산, 육아를 일정 부분 포기한 대가로 볼 수 있다. 60세 이상의 고용률 상승은 고령층의 노후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다.
본업 외에 부업을 하는 ‘투잡족’도 늘었다. 1분기 투잡족은 월평균 55만2000여 명으로 1년 전보다 22.4% 늘었다. 역대 최고 고용률의 이면엔 결혼, 출산, 육아를 미루고 직장 생활을 하는 30대 여성,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고령층,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투잡족이 있다.
내 돈은 어디로?
나라에서 가져가는 돈도 많아졌다. 작년 가구당 연소득은 5971만2000원으로 2019년 대비 26.4%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처분가능소득은 17.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금과 국민연금 부담금, 건강보험료 등이 늘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 GDP 대비 세금과 사회보장성 부담금의 비율을 뜻하는 국민부담률은 2022년 32.0%로 10년 연속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