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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고실업이라는 프랑스 병(病)이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 토론해보자. 또 노동 유연성의 개념이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되는지 공부해보자.
갤러리라파예트, 봉마르셰, 프랭탕…. 프랑스 파리의 쇼핑 명소로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고급 백화점이다. 올초 이들 백화점이 ‘일요일에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해외에서 화제가 됐다. 무려 111년 만에 재개된 일요일 영업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노동자의 휴식권과 종교생활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1906년부터 휴일 영업을 법으로 금지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때 부인 미셸 오바마가 일요일에 쇼핑을 나섰다 헛걸음했다는 일화도 있다.
노동법이 3809쪽…고용 규제 많은 나라
프랑스 정부가 이 규정을 바꾼 건 2015년이다. 내수 부진에 테러 사태로 관광객까지 끊기자 집권여당은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노동자의 휴식권을 침해한다”는 백화점 노조의 반발이 거셌다. 협상을 거듭해 일요일 영업을 성사시키기까지 1년여가 더 걸렸다.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는 노동자 권리를 중요하게 여겼다. 프랑스 노동법은 3809쪽에 걸쳐 노동자의 권리를 촘촘하게 정하고 있다. 휴가를 3주씩 몰아서 갈 수 있고, 법정 근로시간은 주 35시간으로 유럽연합(EU) 최저 수준이다. 노동조합의 힘도 강해 정부가 인정하는 대표 노조만 다섯 개다. 해고에 제한이 많아 노동시장이 매우 경직된 나라로 꼽힌다.
‘노동자의 천국’ 같지만 프랑스 사람들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이 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달리 경제는 죽을 쑤고 있어서다.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오랫동안 1%대, 실업률은 10% 안팎에 갇혀 있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25%에 달해 젊은 층의 절망감이 크다.
프랑스의 고용률(15~64세·지난해 기준)은 64.2%로, EU 최상위권인 독일(74.7%) 영국(73.5%)과 격차가 크다.
청년 네 명 중 한 명이 백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프랑스의 시급한 과제는 일자리 촉진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복잡한 노동법이 민간·공공부문의 고용 유연성을 떨어뜨려 정규직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청년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안에서도 강력한 노동 규제가 경제 활력을 떨어뜨렸다는 ‘자기비판’이 많이 나온다. 예컨대 2000년 단행한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를 나눠 일자리를 늘리자’는 의도와 달리 고용 창출 효과가 없었다. 임금은 그대로 주고 근로시간은 줄여야 하자 프랑스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이나 임금 인상에 몸을 사렸다. 인건비가 싼 체코나 폴란드로 옮겨가는 회사도 많아졌다.
그 사이 이웃나라 독일은 프랑스와 다른 길을 택해 경제 부흥에 성공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실업률이 8%로 비슷했다. 독일은 2003년 정규직 보호 완화와 시간제·한시적 일자리 대거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하르츠 개혁’에 나섰다. 프랑스인 두 명을 채용할 돈으로 독일인 세 명을 쓸 수 있을 만큼 생산성을 높였다.
요즘 독일 실업률은 5% 선으로 떨어진 반면 프랑스는 더 올라갔다. 재정위기를 겪은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고강도 노동개혁으로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마크롱 개혁 성공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