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인간의 합리성을 주제로 여러 견해를 다뤄보았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논술 문제 형식으로 전환해 답안을 구상해보겠습니다. 아래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해보세요. 답안을 한 번 써 본 후 해설을 읽어보면 더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논제] 제시문 <다>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와 <나>의 주장을 평가하시오. (700자 내외)
<가>시장사회는 단순히 물건을 상품으로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본성과 사회 질서에 관한 그 나름의 문화와 사상을 만들어냈다. 밀은 세계를 보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단순한 가정을 통해 인간의 상호작용과 행동 방식에 깊숙이 숨어 있는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었다. 밀은 일반적으로 인간이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최선의 방식으로 자원을 사용한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가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을 통해 호모에코노미쿠스, 바로 경제적 인간이 탄생한다. 이러한 가정은 21세기 경제사상의 거인 중 한 명인 게리 베커가 수용한다.
게리 베커는 “경제학적 접근이 인간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라고 주장했다. 베커는 모든 영역에 경제적 사고의 도구를 적용한다. 그의 경제학적 방법론은 세 가지 개념을 전제한다. 첫째, 모든 존재는 극대화를 지향한다. 사람, 정부, 기업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최선으로 활용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하는 호모에코노미쿠스라고 간주할 수 있다. 둘째, 호모에코노미쿠스적 행위는 시장 메커니즘 아래에서 일어난다. 셋째, 호모에코노미쿠스는 어떤 사회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같은 것을 선호한다. 그는 합리적 선택에 관한 자신의 이론이 사람들이 행하는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커의 주장에 따르면, 직장을 바꾸거나 친구를 사귀거나 하는 모든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행동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나>인간이 본질적으로 비합리성을 보인다는 사실은 제쳐두고라도, 어떤 사회에서든 호모에코노미쿠스는 같은 것을 선호한다는 베커의 가정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북미의 많은 토착 문화에서 사회와 경제가 작동하는 데 중심이 되는 덕목은 ‘관대함’이었다. 백인 소년과 아메리카 원주민 라코타족 소년에게 각각 두 개의 막대 사탕을 주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실험한 사례 보고가 있다. 두 집단의 아이들 모두 첫 번째 막대 사탕은 곧장 자기 입에 넣었다. 그러나 두 번째 사탕은 달랐다. 백인 아이들은 두 번째 것을 자기 주머니에 넣었지만, 원주민 아이들은 막대 사탕을 받지 않은 다른 아이들에게 주었다.
‘공공재 게임’을 통해 관대함에 대한 북아메리카 백인 사회의 문화적 태도를 좀 더 심도 있게 조사한 실험 사례도 있다. 공공재 게임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나는 당신을 포함한 여러 사람에게 토큰을 한 줌씩 주면서 두 가지 방법의 하나를 선택해 투자하라고 말한다. 첫 번째 방법은 그 토큰의 전부 혹은 일부를 내가 설립한 은행에 예금하는 것이다. 그 경우 토큰 하나당 1페니의 이자를 보장받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은 공동체 은행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 은행은 당신이 투자했듯 안 했든 상관없이 당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돈을 나누어준다. 공동체 은행에 적립되는 총액이 클수록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액수도 더 커진다.
모든 사람에게 토큰당 1페니 이상 지급받기 위해 필요한 적립금의 양은 그리 크지 않다. 집단 전체의 입장에서 합리적 결과는 모든 사람이 공동체 은행에 100%를 투자하는 것이지만, 각 개인에게 합리적 결정은 자신은 공동체 은행에 한 푼도 넣지 않고 다른 모든 사람이 전액을 공동체 은행에 투자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신은 다른 모든 이와 똑같이 공동체 은행으로부터 지급금을 받고 동시에 내가 설립한 은행의 계좌에서도 이자를 받게 된다. 그러나 위스콘신 고등학교 학생들이 이 게임을 했을 때 그들은 호모에코노미쿠스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그들은 공동체 은행에 0%가 아니라 42%를 넣었다.
일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다> 폴 펠드먼은 워싱턴에서 직장을 얻어 미 해군의 무기 소비량을 분석하며 삶을 보내고 있었다. 베이글 공급은 우연히 시작한 일이었다. 사실 그가 준비한 베이글은 원래 부하 직원들이 외부 계약을 따냈을 때 칭찬해주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일종의 습관으로 변했고, 매주 금요일이 되면 펠드먼은 회사에 베이글과 칼, 크림치즈 등을 가져다 놓곤 했다. 곧 소문이 퍼지면서 너도나도 베이글을 먹고 싶어 하게 되었다. 결국 그는 매주 15다스나 되는 베이글을 가져와야 했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에, 그는 바구니를 하나 내놓고 베이글값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가격을 적어놓았다. 수금률은 95%에 가까웠다. 100%가 아닌 것은 돈 내는 것을 깜빡했거나 단순한 실수인 것 같았다. 결코 의도적으로 돈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펠드먼의 추측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