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의 언어 : '고객'과 '손님'의 차이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관점의 언어 : '고객'과 '손님'의 차이

생글생글2025.05.15읽기 5원문 보기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 사태#금리인하#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금융감독원#예금 가입자#소비자#한국전쟁 정전협정

‘고객’은 ‘판매자 관점’의 말이다. ‘가입자’ 정도가 중립적이고 정확한 표현이다. 또는 ‘소비자’나 ‘손님’ ‘방문객’ 등 내용에 따라 적절한 말을 골라 쓸 수 있다. 그것이 이른바 글쓰기에서의 ‘객관적 표현’을 구현하기 위한 문장론적 기법이다.

Getty Images Bank“SK텔레콤은 최근 대규모 유심 정보 해킹 사태로 인해 예상치 못한 큰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 … 고객뿐 아니라 기업도 해킹의 피해자라는 측면에서 초기에 보다 빠르고 투명하게 대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지난달 터진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해킹 사태가 일파만파의 후유증을 낳았다. 사태 배경과 향후 추이를 분석한 이 기사 한 대목에는 눈여겨봐야 할 말이 하나 있다. ‘고객’은 공급자 중심으로 쓰는 말힌트는 ‘관점의 언어’다. 글쓰기에서 ‘누구의 관점’에서 서술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관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누군가 “쓰레기 분리수거”라고 한다면 이는 쓰레기를 거둬가는 업체의 말이고, “분리배출”이라고 하면 주민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다. 1953년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이다. 우리는 그것을 ‘정전기념일’이라고 한다. 남침으로 참혹한 전쟁을 일으킨 북한에서는 이를 미화해 스스로 ‘전승절’이라고 부른다. 역사적 배경을 모르고 누군가 이날을 두고 자칫 ‘전승절’ 운운한다면 이는 망발이 된다. 예문에서는 ‘고객’이 눈에 띈다. ‘고객’은 어떤 때 쓰는 말일까? 누구나 아는 말 같지만, 의외로 이 말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고객’은 보통 두 가지로 쓰인다.

‘① 상점, 식당, 은행 따위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는 사람 ② 단골로 오는 손님’, 특히 ②의 의미로 이 말을 쓸 때 제격이다. 즉 ‘판매자 관점’의 말인 셈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고객’이겠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고객’보다 ‘가입자’ 정도가 중립적이고 정확한 표현이다. 또는 ‘소비자’나 ‘손님’ ‘방문객’ 등 내용에 따라 적절한 말을 골라 쓸 수 있다. 그것이 이른바 글쓰기에서의 ‘객관적 표현’을 구현하기 위한 문장론적 기법이다. 과학적·논리적 표현 담은 말을 써야‘고객’은 가치를 담은 말이다.

문세영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인 <조선어사전>(1938년)에서 ‘고객(顧客)’을 ‘단골손님’으로 풀었다. ‘객(客)’은 ‘찾아온 사람’ 또는 ‘물건을 사는 사람’이다. 순우리말로 ‘손’과 같다고 했다. ‘손님’은 ‘손’을 높인 표현이다. 그러니 ‘손’은 ‘객’이고 이를 높인 ‘손님’이 곧 ‘고객’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단골손님’이 ‘고객’의 개념에 가깝다(물론 요즘은 ‘고객’의 개념이 넓어져 물건을 사는 사람뿐 아니라 은행이나 공공시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붙이기도 한다).‘고객(顧客)’이 가치어인 것은 글자를 풀어보면 금세 드러난다. ‘顧(고)’는 ‘(지난날을)돌아보다/방문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문지방(戶) 위로 제비(隹)가 날아드는 모습을 그렸다. 조상들은 봄이 오면 다시 찾아드는 제비를 보고 농사일을 준비했다. 즉 제비가 돌아오듯 사람이나 생각을 돌아본다는 뜻이다. 그러니 기업 등 영업주체 또는 공급자 입장에서 고객은 매우 소중한 존재다. 그 의미가 ‘돌아볼 고(顧)’ 자에 담겨 있다. 따라서 기업 관점에서는 손님은 다 ‘고객’이다. 이에 비해 제3자 관점, 즉 객관적 관점에서는 ‘손님/소비자/가입자/예금자/방문객/시민/주민’ 등을 상황에 맞게 골라 쓸 필요가 있다. 그것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논리적·객관적인 글쓰기를 구현하는 한 방법이다.

‘고객’과 ‘손님’의 차이가 드러났으니 이제 실전에 응용해보자.“금융감독원은 이번 금리인하로 전체 예금 고객의 이자 수입이 연간 1조68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 여기서 ‘예금 고객’은 시중은행 관점이므로 객관적 표현으로는 ‘예금 가입자’ 정도가 좋다.

홍성호 이투데이 여론독자부장·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시행된 1일 서울 여의도 ◇◇은행 영업점에서 한 고객이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이 역시 ‘한 고객’은 은행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라,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 또는 은행 이용객을 드러내는 객관적 표현으로는 적절치 않다. ‘한 시민’ 또는 ‘한 이용객’ 정도가 합리적인 말이다.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취업·승진하면 "내 대출금리 깎아달라" 요구하세요
키워드 시사경제

취업·승진하면 "내 대출금리 깎아달라" 요구하세요

취업, 승진, 신용등급 상승 등으로 신용상태가 개선되면 법으로 보장된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여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수용률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사별 운영 실적을 반기마다 공시하고 심사 기준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 보호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2022.09.01

커버스토리

집 담보로 은행대출 받기 어려워져

금융감독원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지시에 따라 신한, 국민, 하나, 농협 등 4대 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목표로 한 조치이지만, 주택 매입 계약자들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구하지 못해 손실을 입을 수 있으며, 주택이 가계자산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가계 자금흐름 악화와 연쇄 부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2006.06.21

금융위기, 어떻게 전세계로 퍼져나가나?
커버스토리

금융위기, 어떻게 전세계로 퍼져나가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금융자산의 1% 미만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이렇게 큰 파급력을 갖는 이유는 현대 금융시장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며, 각국 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공급으로 일시적으로 진정되었으나 잠재된 위기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신용위기로 인한 환율 급변동과 주가·원자재 가격 급락이 세계 경제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2007.08.22

이자에 이자 붙는 '복리의 마술'
커버스토리

이자에 이자 붙는 '복리의 마술'

복리는 원금과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방식으로, 단리와 달리 기하급수적으로 빚이 불어난다. 사채는 일수대출 방식으로 매일 이자를 계산하고 복리를 적용해 실제 이자율이 명시된 것보다 훨씬 높아지는데, 예시의 여대생은 연 20%라고 속았지만 실제 연 313%의 이자를 부담했고 결국 빚이 6700만원까지 불어났다. 따라서 복리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능력 범위 내에서 저축하며 소비하는 것이 건전한 경제생활의 기초다.

2009.04.22

IT 기업·금융회사 등 개인정보 유출로 곤욕 치러
Cover Story-개인정보 유출

IT 기업·금융회사 등 개인정보 유출로 곤욕 치러

IT·금융 기업들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위기를 겪고 있으며, 2013~2017년 116건의 유출 사고로 5342만 개 이상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된 정보는 금융사기, 보이스피싱, 성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으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초적인 보안 수칙을 소홀히 해 사고를 초래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보안 조치만으로도 70~80%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18.04.12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