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세대분리 완화' 요구…법개정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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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세대분리 완화' 요구…법개정 해야 하나

허원순 기자2021.01.21읽기 6원문 보기
#세대 분리#주민등록법#주택청약#핵가족#1인 가구#취득세 중과세#종합부동산세#저출산·고령화

거주를 같이하면서 생계를 함께하는 가족 구성원을 ‘세대’라고 한다. 세대는 법적으로도 중요한 개념이다. 법적 용어로 세대라는 개념과 표현을 그대로 쓰는 법령이 79개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한민국 국민을 증명하는 기준인 주민등록법이다. 주택 문제를 포함한 부동산에서도 세대라는 말이 쓰인다. 요즘처럼 주요 도시지역에서 아파트 청약이 집 마련 과정에서 ‘로또’로 가는 지름길처럼 된 상황에서는 독립된 세대의 구성 여부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분리된 세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가구다.

이 때문에 나이가 차고, 독립적 생계 유지의 수단이 있는 성인도 부모와 같은 집에서 함께 기거하면 별도 세대가 될 수 없다. 반대로 결혼을 하고 별도 직업까지 가진 성인 자녀가 노약한 부모를 돌보면서 생활하기 위해 합가(合家)를 하면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법적으로는 하나의 세대가 돼 버린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국회 일각에서 ‘세대 분리’ 요건을 완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법적으로 세대 분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주택난 등 주거 문제, 급등한 집값 문제에 대응할 여지를 갖자는 취지다. 하지만 세금회피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어떻게 볼 것인가.

[찬성] 급변하는 가족제도 반영 필요해…'독립생계'라면 완화해야가족의 형태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조부모-부모-자녀 3대가 한 가족을 이루며 살던 대가족에서 산업화와 더불어 부모와 직계 자녀가 분리해 사는 핵가족으로 바뀐 지도 한참 됐다. 산업화 도시화 현대화의 거대한 물결에 따라 이제는 핵가족 시대를 넘어 ‘1인 가구’가 조금도 낯설지 않은 시대다. 북유럽 등 ‘앞서가는’ 사회의 도시지역에서는 1인 가구 비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은 1인 가구 비율이 60%에 달한다. 유럽 도시 가운데는 이보다 더 높은 곳도 있다. 한국에서도 급증해 614만7516세대(2019년)가 1인 가구다.

전체 세대의 30.2%에 달한다. 핵가족에서 성인이 된 자녀들이 분가(分家)를 하면서 1인 가구를 이루는 게 대세다.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晩婚), 아예 결혼을 기피하는 비혼(非婚) 풍조와 무관치 않다. 사회적으로 큰 숙제거리인 저출산·고령화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렇게 변화한 가족 제도를 법으로 수용해야 한다. 다양해진 가족의 형태와 구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세대 분리 기준이 엄격하지 않아야 노약한 부모 부양, 자녀의 양육 등이 수월해진다. 형제자매 간에도 단기적 거주를 위한 합가가 가능해야 주택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형제자매나 부모 자식이 함께 사는 순간 동일 세대가 돼버린다면 형편이 어려운 부모를 모시려들지 않을 것이고, 형제가 함께 사는 모습도 보기 어려워진다. 주택의 재산세 등 세제상의 불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청약에서도 자격 순위가 밀리면 누가 합가하려 하겠는가. 부모 집에서 함께 살면서도 성인 자녀가 무주택 세대주 자격을 유지할 수 있어야 ‘효(孝)’도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도록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사회복지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 고령자 등 노약자를 가족이 직접 돌보게 되면 재정에서 나가는 복지 지출도 줄어들 것이고, 복지 사각지대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반대] 주택청약 제도에 미칠 영향 크고 '절세 통로'될 가능성도 높아지금처럼 엄격하게 세대 요건을 법에 규정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대가 다양한 법령에 원용되는 개념인 만큼 기준과 정의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적용도 단순해야 잘 지켜질 수 있다. ‘같은 집에서 함께 살면 동일 세대’라는 원칙이 그렇게 정립됐다. 세대 분리를 완화할 경우 바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내다볼 수 있다. 예상되는 큰 우려는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가 악용할 가능성이다. 다주택자 부모가 함께 데리고 사는 자녀와 세대를 나누면 세제상 이익을 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세대에서 여러 채의 주택을 취득하는 데 패널티를 가하는 취득세 중과세를 회피하는 수단이 될 것이고, 종합부동산세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마디로 세대 분리가 쉬워지면 꼼수 같은 ‘절세’의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엄격하게 적용돼온 주택청약 제도에도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세대 분리 기준이 완화되면 현실적으로 부모와 함께 살면서도 독립생계로 인정받아 무주택 자격을 갖게 되는 이들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청약 제도는 남녀 연령대를 떠나 무주택자에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지금처럼 집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가 되면서 공개청약에 목매는 상황에서는 이런 것도 무시할 일이 못 된다.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지방에서 빚어진 일을 보면 농가 직불금 부정수급 사례도 있다. 세대 단위로 소규모 농가에 지급하는 농업보조금인 직불금을 세대로 나눠 이중으로 타간 것도 눈가림식 세대 분리를 통해서였다. 완화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해도 악용의 소지를 막는 노력이 중요하다. 완화를 하게 된다면 어느 선까지 할지, 그 이후에도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한다. 사전 보완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 생각하기 - 복지에서 재정 부담 줄이기·규제 완화 측면도 봐야

급변한 가족 제도를 인정하고 법 체제에 수용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제도 변화 시 예상되는 부작용이 충돌한다. 수많은 규범이나 법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딜레마 같은 고민거리다. 당장은 청약 제도에 미칠 영향이 커 보이는 사안이다. 하지만 주택의 구입·보유에 따른 세금 문제와도 연결되고, 복지제도에 미칠 파장도 있다. 악용될 상황만 우려하다보면 시대 변화를 제때 담지 못하게 되고, 오래된 법규를 고치라는 요구에 따르자니 가뜩이나 예민한 주택 문제와 연결된다. 행정이 정교해야 하고, 법규가 다양한 측면을 봐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분리 기준은 완화하면서 보완책을 잘 강구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생계) 독립, 부모와 형제자매 여부 등이 세대 분리에서 핵심이 될 것이다. 규제 완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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