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에 제동 걸려 하는데 …
시사이슈 찬반토론

정부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에 제동 걸려 하는데 …

생글생글2017.11.02읽기 5원문 보기
#기준금리#가산금리#관치금융#금융감독#대출금리#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금융감독당국이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올리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그 지휘를 받는 금융감독원이 공조하고 있다. 정부가 시중 민간 은행의 ‘기본 영업’에 개입한 배경은 상승세를 보이는 금리 때문이다. 다중·과다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시중의 자금사정에 따른 ‘돈값’(금융시장의 가격 결정) 문제인 데다 개별 은행의 경영전략이어서 정부 개입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수십 년 관치(官治)금융의 연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의 금리 개입은 정당한가.○찬성“과도한 인상은 서민에 타격은행은 ‘면허업’ 개입 타당”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 기조가 흔들리면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조금씩 늘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시중은행 대출이자의 기준이 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르지도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 금리가 오르는 현상에 주목했다. 더욱이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 ‘10·24 가계대출 종합대책’ 등을 통해 대출 돈줄을 죄어놓은 것에 대한 ‘퇴로’로 대출금리 상승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류에 맞춰 한은도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해 빚 부담이 큰 경제적 약자의 처지가 더 어려워졌다. “가산금리 등 대출금리를 합리적으로 산정해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 불합리하고 투명하지 않은 가격결정 방식과 불공정한 영업 행태를 집중 점검하고 예외 없이 엄단하겠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합리적 이유 없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것은 큰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 이런 강한 압박이 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이어진 것도 금융약자 보호 차원의 정부 개입이다.

금융업, 특히 은행은 다른 사업과 달리 정부가 자격을 심사해 영업을 허가해주는 ‘면허업’이다. 그만큼 특혜적 요소가 있어 정부의 이자 간섭은 불가피하다. 은행이 부실해지면 막대한 공적자금까지 투입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경영감독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은 연 3~4%의 금리가 오래 유지됐는데, 국내외의 ‘금리 인상 전망’만으로 최고 연 5%대까지 올라가는 현상을 감독당국이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다는 논리다. ○반대“대출금리도 시장 가격… 정부 간섭하면 ‘선진금융’ 멀어져”과다 채무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업계나 학계에서는 원칙에 관한 문제로 보고 있다. 가산금리든, 일반적인 대출이자든 시중의 자금 수급(수요와 공급)에 따라 ‘돈값’이라는 본질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금리 책정은 개별 은행의 영업 및 경영 전략이기 때문에 명백한 가격 개입이요, 과도한 경영 간섭일 수 있다. 아무리 은행이 ‘면허업’이고 최악의 경우 공적자금도 투입되는 부문이라지만 그 이유로 정부가 시시콜콜 관리감독을 언제까지 해나갈 것인가 하는 반론도 나온다. 개발연대의 이런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선진금융’은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한국에는 ‘금융의 삼성전자’가 왜 없고, 그동안 정부의 무수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왜 나오지 않느냐는 금융업계의 냉소적 분위기도 봐야 한다. 상품의 개발부터 시장 변화에 따른 가산금리까지 일일이 ‘승인’과 ‘점검’을 받다 보니 “한국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고독한(힘겨운) 결단을 내릴 필요가 없는 나라”라는 말까지 나온다. 가산금리가 문제가 된다면 실효성이 있는 공시(公示)제도로 금융 소비자 스스로가 은행을 선택하도록 정부는 유도나 하면 될 일이다. 가산금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금융의 국제경쟁력을 크게 갉아먹는 일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핀테크(금융기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맞는 않는, 개발연대 적폐인 관치금융의 전형이다. ○ 생각하기 "관치금융 줄여 자율 경영과 시장경쟁 통한 발전이 바른 길"서민 지원과 금융의 본질이라는 문제가 충돌하고 있다. 9월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수년째 지지부진한 것이 금융과 노동시장의 낙후성 때문이라는 점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WEF는 ‘금융시장의 성숙도’(137개국 중 74위)와 ‘노동시장의 효율성’(73위)을 크게 문제 삼았다. 은행연합회장, 손해보험협회장, 생명보험협회장 같은 중요한 금융협회장에 퇴직한 금융 관료들이 대거 몰려드는 것도 이런 관치금융 현상과 무관치 않다.

은행의 자율 경영과 그에 대한 시장 평가, 경쟁을 통한 금융 발전이 궁극적으로 소비자 이익에 부합한다. 장기적으로 한국 금융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한국은행이 시중 자금을 조절하는 세 가지 방법
커버스토리

한국은행이 시중 자금을 조절하는 세 가지 방법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조절, 지급준비율 조정, 재할인율 조정의 세 가지 방법으로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며, 이를 통해 금리, 경기, 물가, 환율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으로서 기준금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부의 독립성 논란이 지속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재정의하고 금융 안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2010.03.17

지난주 News Brief

대학수능시험 성적 이달 중 공개 등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으며, 하반기 경기는 약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내년에는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는 총장이 이사장을 겸직하고 이사회를 장악하도록 하는 법인화안을 확정해 총장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2009.07.08

경제기사 어떻게 읽을까?…경제신문 잘 읽기 팁 7가지
커버스토리

경제기사 어떻게 읽을까?…경제신문 잘 읽기 팁 7가지

종이신문, 특히 경제기사를 꾸준히 읽는 것은 올바른 판단력과 지식을 키우는 데 필수적이며, 헤드라인 훑어보기, 역삼각형 구조 이해, 금융지표 파악 등 체계적인 읽기 방법을 통해 경제뉴스를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 신문기사 스크랩을 통해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대학 입시 포트폴리오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인터뷰와 칼럼, 사설 읽기를 통해 사회를 보는 안목을 넓힐 수 있다.

2016.04.2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年 8회 기준금리 정해… 기준금리 오르면 은행 예금·대출금리도 따라 올라요
Cover Story-금리 오른다는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年 8회 기준금리 정해… 기준금리 오르면 은행 예금·대출금리도 따라 올라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연 8회 기준금리를 결정하며,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도 함께 상승한다. 금리는 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돈의 가격으로, 경제 전반의 소비·투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국내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는 가계의 이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딜레마를 야기한다.

2018.02.22

시중금리 사상 최저… 경제에 藥일까 毒일까
커버스토리

시중금리 사상 최저… 경제에 藥일까 毒일까

시중 은행의 예금·대출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 성장 둔화로 자금 수요가 감소하고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금리는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과도할 경우 자산시장 거품을 초래할 수 있어 이자율 인상 시점을 놓고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010.04.28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