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원 교습 시간, 밤 12시까지 늘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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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학원 교습 시간, 밤 12시까지 늘려야 하나

송형석 기자2025.11.20읽기 6원문 보기
#사교육비#학원 교습 시간 규제#공교육#입시 경쟁#청소년 수면 시간#사교육 시장#형평성#서울시의회 조례 개정

서울시의회가 오전 5시~밤 10시던 사설 학원의 교습 시간을 자정까지로 늘리는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지웅 국민의힘 의원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절반 이상이 자정까지 학원 교습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형평성 유지 차원에서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현재 대전과 울산 등은 자정까지 수업이 가능하고, 부산과 인천은 밤 11시까지 학원 문을 열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시민단체들은 조례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원에 머무는 시간이 이미 길고, 자정 이후 귀가 때 안전문제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조례안에 대한 심의는 다음 달에 이뤄질 예정이다. [찬성] 시간 규제한다고 사교육 못 잡아…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권 줘야시민단체와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의 조례안에 반대하는 것은 사교육에 대한 반감이 커서다. 지난해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으로,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학생들을 과도한 경쟁에 내모는 데다, 각 가정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찮다 보니 사교육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다. 사교육의 폐해가 크다고 해서 학원 교습 시간을 규제하는 것은 옳은 해법이 아니다.

이미 현장에선 저녁 10시 규제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규정 시간에는 수업을 진행하고, 그 후엔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정 무렵까지 학생들을 붙잡아두는 학원이 허다하다. 사설 과외나 온라인 교육 등 시간 규제가 아예 없는 사교육시장도 만만찮게 크다. 10시 규제를 고수한다고 해서 사교육이 줄거나, 학생들의 수면 시간이 늘어나는 게 아니란 얘기다. 교습 시간 규제가 늦은 밤 사설 과외 수요를 부추겨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했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사설 과외는 학원보다 두세 배가량 비싼 게 보통이다. 실제 정부 통계를 봐도 사교육비 증가세가 뚜렷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간제한 등 학원을 겨냥한 여러 규제를 내놓았음에도 사교육비 지출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형평성 논란 역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대전이나 울산 같은 곳은 자정까지 학원 수업을 허용하면서 서울만 제한을 두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서울 지역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권이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어서다. 시장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구매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사교육이 밉다고 학원에 돌을 던지는 건 잘못된 접근이다. 사교육을 줄이고 싶다면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입시 경쟁을 완화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모색하는 게 정석이다.

일과 시간에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사교육 수요는 자연히 줄게 돼 있다. [반대] '밤 10시 허용'만으로도 충분…건강과 안전 문제 우려스러워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원 교습 시간에 제한을 두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첫 번째는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이다. 학생들이 자정까지 학원 수업을 듣고 귀가하면 빨라야 새벽 1시에야 잠들 수 있다. 수면 부족과 피로 누적이 신체와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여성가족부의 ‘2025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평일 평균 수면 시간은 지금도 6시간에 불과하다. 청소년 권장 수면 시간인 8시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학원 교습 시간 규제까지 사라지면 학생들의 수면 시간은 더 줄어들 것이다. 안전문제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인적이 드문 자정 이후엔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귀가 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도 많지 않다. 청소년의 PC방이나 노래방 출입 가능 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한 것도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해서다. 사교육 시설이 예외여야 할 이유가 없다. 학원이 귀가하는 학생들의 안전까지 책임져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사교육 시장의 과열도 우려스럽다. 서울은 사교육의 중심지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사교육 참여율이 높고 학습 시간도 길다. 사교육을 목적으로 서울로 이사를 오는 가정도 적잖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의 학원 교습 시간 규제를 풀면 학원들의 경쟁만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질지 모른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해 심야 사교육을 권하는 곳이 부쩍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도 매년 늘고 있는 사교육비 지출 증가세가 한층 더 가팔라질 것이다. 교습 시간 규제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일각의 주장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밤 10시까지 학원에 다니는 고등학생의 경우 하루 수업 시간이 13시간에 이른다.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만 따져도 5시간이 넘는다. 필요한 교육을 받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습 시간을 더 늘리는 건 큰 의미가 없다.

√ 생각하기 - 사교육 해법은 공교육 품질 제고뿐 서울 지역 학원 교습 시간 연장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사교육 시장이 발달한 서울이 정책을 바꾸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사고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교습 시장을 연장해야 한다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내놓아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학원 교습 시간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심야 사교육이 줄지 않는다는 주장 역시 일리가 없지 않다. 이미 시장에는 스터디 카페나 사설 과외 등 심야 학원을 대체할 만한 대체제가 많다. 교습 시간 규제만으론 사교육을 막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사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정공법은 공교육 품질 제고와 경쟁 구도 완화다. 규제를 늘리는 것보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충분한 학습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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