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나 패션이 부른 공인의 정치색 논란…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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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나 패션이 부른 공인의 정치색 논란…괜찮을까

유병연 기자2025.06.05읽기 6원문 보기
#표현의 자유#공인의 사회적 책임#SNS 알고리즘#정치적 중립성#미디어 영향력#민주주의#여론 조성#디지털 시대 윤리

카리나 인스타그램대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7일, 유명 걸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 한 장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검은색과 빨간색이 혼합된 점퍼에 새겨진 숫자 ‘2’와 장미 이모티콘은 순식간에 정치색 논란을 낳았다. 일부 누리꾼은 “애국 보수 카리나” 등의 댓글을 남기며 이를 퍼 날랐고, 정치꾼들은 카리나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달았다. “스타일링이나 상징을 정치와 억지로 연결하지 말라”는 상식적 의견은 선동적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놀란 카리나와 소속사가 즉각 게시물을 삭제하고 “일상적인 내용을 SNS에 게시한 것일 뿐 다른 목적이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번 일은 단순한 연예인 논란을 떠나 디지털 시대 공인의 표현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 문제에 질문을 던진다. [찬성] 비난은 민주주의 가치 부정하는 것…연예인도 표현의 자유 있어연예인의 단순한 패션 선택을 정치적 메시지로 과잉 해석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리적 현상이다. 카리나와 소속사는 무심코 입은 의상일 뿐이고, 옷에 표시된 ‘2’는 특정 대선 후보의 기호와는 무관하다고 강변했다.

그런데도 네티즌이 작위적으로 생성한 ‘2번 지지’ 내러티브가 그럴듯한 현실로 작동했고, 알고리즘 증폭 메커니즘을 통해 확산했다. 글로벌 패션 트렌드인 넘버링 프린트를 정치적 상징으로 왜곡한 것도 모자라 가짜 현실의 자기 증식이 확산한 것이다. 이처럼 어이없는 허구적 선동의 물결 앞에 이성과 상식은 무력화됐다. 게시물 삭제 후에도 정치인들의 발언이 논란을 증폭했다. 한 정치인은 페이스북에 “위선자들의 조리돌림, 신경 쓸 가치 없음”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심할 테지만 이겨내자”라고 여론을 부추기고, 분열을 조장했다. 카리나 사진을 게재하며 “카리나 건들면 니들은 다 죽어”라는 해시태그까지 붙였다고 한다.

또 다른 정치인이 에스파의 히트곡 ‘슈퍼노바’의 뮤직비디오를 캡처해 올린 뒤 ‘샷 아웃 투’(SHOUT OUT TO,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은 사람)라는 문구를 단 건 단순한 문화 콘텐츠를 무책임한 선거 캠페인 도구로 전용한 기회주의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설사 카리나의 패션에 의도가 있었다고 가정해도 절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연예인, 공인,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적 권리다.

이런 헌법적 기준에 따라 연예인이 자신의 SNS나 패션을 통해 정치적 혹은 사회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행위는 그 자체로 보호받아야 할 자유로운 자기표현이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표현이 금지되거나, 패션이나 SNS 게시물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하여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것이다. [반대] 의도와 달리 SNS 파괴력 막강…공인으로서 영향력 큰 만큼 책임을비록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이번 카리나의 패션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연예인은 명백히 공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1%가 연예인을 공인으로 간주했으며, 이는 정치인(90%)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연예인이 우리 사회에 영향을 준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전체의 84%로, 정치인(88%)이나 기업인(85%)의 영향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매우 영향을 준다”는 응답만 놓고 보면 정치인 53%, 연예인 39%, 기업인 32% 순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정치인 다음으로 높다. 더구나 개인의 해명 의지와 무관하게 SNS는 알고리즘의 폭발력에 따라 막대한 파괴력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높은 사회적 영향력은 연예인들에게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한다.

이런 대중적 신뢰를 기반으로 이들의 언행은 사실상 ‘미디어 권력’으로 동작한다. 연예인의 언행과 마찬가지로 패션도 단순한 개인적 취향의 표현을 넘어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카리나의 경우처럼 특정 색상과 숫자가 조합된 의상 역시 정치적 맥락에서 다양한 해석과 즉각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대선을 일주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빨간색과 숫자 2가 결합한 의상이 특정 정당과 후보를 연상시킨다는 주장과 이에 따른 논란은 과잉 해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사회적 여론 작동으로 봐야 한다.

오히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의 무분별한 행동이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 아래 ‘책임 없는 자유’로 확산한다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다. 이번 일은 연예인의 행동이 의도와 무관하게 예상치 못한 사회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연예인은 공인으로서 자신의 모든 행동이 사회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말과 행동은 물론 패션 선택에서도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 의도의 선의만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 생각하기 - 가짜·선동뉴스 구별하려면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키워야 연예인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문화 권력’이라 불릴 만큼 영향력과 파급력이 커진 만큼 신중과 절제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절대적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 문제로 봐야 할 문제다. 진짜 문제는 이를 아전인수식으로 이용하려는 우리 정치의 천박함이다. 선거를 앞두고 연예인의 사소한 패션 선택까지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치권의 무책임은 민주주의를 퇴행시킨다. 정치권이 연예인 논란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여론 조작에 활용하는 현실에서, 시민들이 비판적 사고와 사실 검증 능력을 갖추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 방어막이다.

정보의 출처와 맥락을 분석하고, 가짜 뉴스와 선동적 콘텐츠를 구별하는 능력을 키우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는 여론 왜곡에 휘둘리지 않는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데 필수다.

유병연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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