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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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위기?

유병연 기자2007.11.19읽기 7원문 보기
#기축통화#브레튼우즈 체제#달러 약세#환율제도(페그제)#연방준비제도(FRB)#금리 인상#자본 유출#달러 회피

가치 추락으로 기축통화에서 ‘천덕꾸러기 통화’로 전락하나 미국 달러화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출범 이후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로 군림해 왔다. 미국 경제에 대한 절대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세계의 결제 및 준비 통화 역할을 했다. 산유국들은 원유를 팔고 달러로 대금을 받았으며 세계 중앙은행들은 무역수지 흑자로 쌓인 외환보유액의 상당부분을 미국 국채에 묻어뒀다. 일부 국가들은 달러화에 자국 통화의 환율을 고정시키는 환율제도(페그제)를 택했다. 하지만 최근 달러는 가치 하락과 함께 '천덕꾸러기 통화'로 전락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올 들어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 통화 대비 평균 10% 정도 하락했다.

유로에 대해 13%,캐나다 달러에 대해선 19%나 폭락했다.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4% 가까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할리우드 스타나 가수에게도 '왕따'를 당하는 신세가 됐다. ⊙ 달러의 '굴욕'브라질 출신의 톱모델 지젤 번천은 최근 모델료를 달러화로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번천은 지난 8월 프록터앤드갬블(P&G)과 헤어캐어 용품 '팬틴'의 광고계약을 맺을 때 모델료를 유로화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돌체앤드가바나(D&G)의 향수 모델 계약을 맺을 때도 유로로 모델료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번천은 지난 한 해 동안 3300만달러(300억원)를 벌어들여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모델이다.

팝스타 비욘세의 연인으로 유명한 미국 랩가수 제이-지(Jay-Z)도 최근 공개된 뮤직비디오 '블루 매직'에서 뉴욕의 화려한 밤거리에 최고급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타고 500유로짜리 돈다발을 흔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의 중심부에서 100달러 지폐가 아닌 500유로짜리 지폐를 흔들며 부를 과시하는 장면이다. 단순히 뮤직비디오에 불과하지만 '달러의 시대는 가고 유로화의 시대가 왔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때 달러에 관한 정책을 좌우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역시 CBS방송 시사프로그램인 '60 minutes'와 가진 회견에서 "달러로 (출연료나 강연료를) 받더라도 상관없다"며 "받은 달러를 곧 다른 통화로 바꿔 버리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타지마할 등 인도의 관광명소도 달러를 거부하고 나섰다. 타지마할은 외국 관광객에 한해 달러화로 입장료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한 기존 방침을 바꿔 자국 통화인 루피화로만 입장료를 받기로 했다. 그동안 입장료를 달러로 지불할 경우 5달러를 받아 왔는데 이 가격은 달러-루피 환율이 1달러당 50루피일 때 책정된 것이다.

최근 달러 약세로 달러-루피 환율은 1달러당 39루피로 떨어져 루피화 입장료(250루피)를 반영하려면 달러화로는 6달러41센트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달러 가치 하락으로 매일 달러 입장료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루피화로만 입장료를 내도록 한 것이다. ⊙ "달러를 팔아라" vs "안정될 것이다"전문가들은 '달러를 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달러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달러로 수익을 내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줄인다"는 투자 원칙을 밝혔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인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는 채권왕 빌 그로스 역시 "모든 고객들에게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에 투자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으라"고 권했다. 1970년대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만든 헤지펀드계의 '큰손' 짐 로저스 비랜드인터레스트 회장도 "달러가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며 "달러를 팔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달러 회피 움직임이 확산돼 달러가 점진적인 하락이 아닌 급격한 추락을 겪을 경우 세계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으로부터의 급격한 자본 유출은 주가 폭락을 불러오고,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미국 금리 인상은 주택경기 불황을 심화시키고 소비를 감소시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 약세가 미국발 금융위기를 촉발하고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달러 추락에 따른 '공멸의 두려움' 때문에 결국 선진국들이 협력해 달러 가치를 유지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정부는 물론 국내 금융회사 및 기업들의 위험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병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yooby@hankyung.com-----------------------------------------------------------------약한 달러 못믿겠다…달러 페그제 포기, 원유결제수단 제외도미국 달러화의 약세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탈(脫) 달러'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자기 나라 돈 가치를 달러화와 연동시킨 달러 페그제(Pegged exchang rate·달러 등 기축통화에 대한 자국 화폐의 교환비율을 정해 놓고 이 비율로 자국 통화를 무한정 바꿔주기로 약속하는 외환제도)를 채택한 국가들 사이에선 페그제 폐지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쿠웨이트,6월 시리아가 각각 달러 페그를 폐지한 데 이어 최근 아랍권 제2위 경제규모인 아랍에미리트(UAE)도 달러 페그제를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원유시장에서도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원유 수출대금을 달러로만 수출하기로 합의한 이후 달러는 명실상부한 국제 유가의 표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달러 가치 하락으로 산유국들이 앉아서 손해를 봄에 따라 석유 수출대금을 유로화 등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금처럼 약화되는 달러화로 원유 거래를 한다면 △산유국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가중되며 △원유가가 현재보다 더 상승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세계 4위 산유국인 이란은 이미 원유 결제통화에서 달러화를 뺐다. 각국이 무역흑자로 쌓은 외환보유액의 투자처를 다변화하려는 시도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흔드는 요인이다. 유로화가 출범한 1999년부터 미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되기 직전인 2001년까지 전 세계 외환보유액 가운데 미 달러화 자산 비중은 70%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달러가 약세로 전환된 2002년 이후 달러화 자산비중은 65%를 밑도는 실정이다. 반면 유로화의 비중은 15%에서 25%로 확대됐다.

청쓰웨이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초 "(약한 달러) 보다 강력한 통화를 선호하며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달러화 비중을 줄이고 유로화 비중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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