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회장이 누군지 아세요?"(교사) "네."(학생들) "대한민국의 조선산업은 세계 1위죠.
정주영 회장은 여러분이 알다시피 그 조선산업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으킨 주인공입니다.
그럼 정 회장이 조선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어떻게 투자를 받았는지 아십니까?"(교사) "…"(학생들)
일일 교사를 맡은 황순영 연세대 겸임교수와 학생들 간 대화가 이뤄지는 곳은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숙(淑)반 교실.지난달 29일 '기업가정신'수업 풍경이다.
황 교수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투자에 얽힌 비화를 얘기하기 전에 당시 가난했던 대한민국 경제사를 되짚었다.
"대한민국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가장 가난했던 시기는 한국전쟁 직후로 거론됩니다.
그야말로 가진 게 하나 없는 최빈국이었죠.그런 나라가 지금은 경제규모 13위의 거대 경제권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 황 교수가 한국경제의 발전사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와'하는 짧은 감탄사가 나왔다.
"우리가 짧은 순간에 눈부신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의 질문에 학생들은 국민성,저축 등 다양한 답을 내놨다.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답에 가벼운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기업가'였다.
황 교수는 고개를 끄덕인 뒤 "한국의 열악한 상황에서 지금의 산업강국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상상하기 힘든 모험심과 열정을 가진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교재 56페이지를 펴라"고 말했다.
교재엔 조선소를 짓기 위해 거북선이 인쇄된 500원 짜리 지폐와 미포만의 황량한 백사장 사진을 들고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을 찾아가 차관을 빌린 고 정 명예회장의 일화가 실려 있었다.
뒤이어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안철수연구소 설립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등의 성공스토리가 이어졌다.
서울여상은 올해 '기업가 정신' 과목을 도입한 전국 64개 특성화고교 중 한 곳이다.
중소기업청은 특성화고교생들의 비즈니스 마인드 함양을 위해 지난해부터 '기업가 정신' 교과서 개발에 나섰고 경기도 교육청 인정도서로 승인을 받아 교과목으로 편성됐다.
이 수업을 맡고 있는 이창우 교사는 "학생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3학년 때 새로운 과목을 배운다고 불평이 나올 수도 있건만 학생들은 오히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양한 기업가들의 고군분투와 성공스토리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그는 "1주일에 1시간 수업이 진행되는데 취업 준비생들은 물론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한국경제를 돌아보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통상,금융 분야 특화 고교라는 점에서 국제통상,국제금융 등 다른 과목과의 시너지 효과도 얻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날 황 교수의 수업시간에는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짧은 토론도 이어졌다.
그는 "1980년대 삼성그룹에서 일할 당시 회사 사훈 세 가지 중 첫째는 사업보국이었다"며 "기업가 정신은 단순한 수익 추구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포함하는 개념이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