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보호무역주의'…글로벌화 제동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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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보호무역주의'…글로벌화 제동걸리나

손정희 기자2013.08.08읽기 8원문 보기
#보호무역주의#신보호무역주의#Buy American#경기부양법안#비관세장벽#경쟁법#지식재산권#사법 보호주의

2009년 미국은 자국물자 우선 구매정책인 ‘Buy American’ 조항을 발표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위기 타개와 경기부양을 위해 7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에 자국산 철강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2008년 G20(주요 20개국) 금융정상회의에서 향후 1년간 추가적 보호무역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합의했음에도 미국이 G20 선언을 무시한 채, 보호주의적 조치를 먼저 취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를 떨쳐내야 하는 시기에 미국의 이런 행보는 ‘바이 차이나’ ‘바이 프랑스’ 등 각국 보호무역주의를 자극하기까지 했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해당 애플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정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최근 거부권을 행사해 또다시 보호무역주의 논란이 일고 있다. 신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은밀하고 다양해진'비관세장벽' 보호무역주의는 자국 산업을 보호·발전시키기 위해 수입 금지, 보호 관세 부과, 국내 산업 보조금 지급 등의 방법으로 국가가 무역 활동에 적극 개입하는 것을 일컫는다. 즉 자유무역주의와 반대적 성격으로 자국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국가가 국내 산업을 보호·육성하면서 무역을 통제하는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까지만 해도 보호무역주의 조치는 단기간 작용하거나 후발국가의 대규모 수입관세 인상과 같은 직접적이고 단순한 조치 위주였다. 하지만 1970~1980년 들어 오일쇼크, 일본과 독일의 약진 등을 배경으로 관세 인상뿐만 아니라 국제무역기구(GATT)의 규범을 우회하는 비관세장벽이 도입됐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후,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관세를 무역장벽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지자 은밀하고 다양한 형태의 보호주의 조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환경규제, 경쟁법 적용 강화, 특허 소송 등 지식재산권의 무기화 등은 대표적인 새로운 보호무역주의 형태다.

WTO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보호주의 조치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2009년부터 2013년 7월까지 1890건에 달했다. #경쟁법 적용강화·환경규제 압박 신보호무역주의 조치의 신무기로 경쟁법 적용 강화가 부각되고 있다. 경쟁법은 카르텔(가격담합), 독점, 인수합병(M&A) 부문에서 규제 대상을 확대·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주요국의 경쟁법 적용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글로벌기업의 경쟁법 리스크 관리가 핵심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경쟁법 위반으로 1억달러 이상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한국 기업은 4개사로 총 벌금액이 11억8500만달러(국가별 벌금액 기준 1위)에 달한다.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자국 산업 보호 및 육성정책을 강화하기도 한다. ‘환경보호’ 관련 기술무역장벽의 WTO 통보 건수가 2006년 204건에서 2009년 374건, 2012년 460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환경 관련 사업은 신성장동력으로 인식돼 선진국은 규제를 통해 외국 기업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특허전쟁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기업의 지식재산권 경쟁력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물품 수입을 금지하거나 통관 시 압류조치 등의 형태로 자국시장을 보호하려 한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 분쟁과 같이 정보기술(IT) 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식재산권 침해 관련 수입 규제와 대규모 소송전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기업 간 특허소송전에서 각국의 판결 결과가 상이해 ‘사법 보호주의(내외국 기업 간 분쟁시 법원이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판결을 내리는 경향)’ 논란도 있다. #무역의존도 높은 한국 등 타격 문제는 한국과 같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신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2012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57.4%로 독일(51.2%) 중국(27.7) 일본(15.3%) 미국(14.0%) 등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경제위기에 처한 선진국은 무역흑자국인 한국에 대해 통상압력을 강화화고 있고 신흥국도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 대상 국제특허소송은 2004년 37건에서 2011년에는 4.3배 늘어난 159건이었다. 향후에도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허소송과 통상마찰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 및 제품의 경쟁력이 강화됨에 따라 IT 산업 등에서 특허소송과 지식재산권 관련 통상분쟁이 확산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경쟁법 강화·환경 규제 등 선진국의 무역 장벽이 강화되면 중국 등 신흥국이 이를 모방해 단기간에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신보호무역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과 정부가 새롭게 등장한 보호무역주의 특징과 추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체계적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ITC 판정 거부한 오바마…자국의 '애플보호 본능'?지난 6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미국 통신사가 판매하는 애플의 아이폰4, 아이폰3GS, 아이폰3G, 아이패드2, 아이패드 등 5종이 삼성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다고 판정했다. 이들 애플 제품은 중국과 대만 등에서 전량 생산하기 때문에 수입이 금지되면 미국 내 판매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5일부터 적용 예정이었던 ITC 판정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에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ITC 결정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1987년 레이건 정부 이후 26년 만이다. 극히 이례적 조치인 셈이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특허 침해를 인정한 제품의 판매를 허용하는 것인 데다 준사법기관인 ITC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일이기도 하다. 국내외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미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작용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오바마가 ITC 판정을 거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애플이 침해한 삼성전자의 특허가 ‘표준특허’라는 점이다.

표준특허란 특정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특허다. 이번 사건에서 쟁점이 된 특허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3세대(3G) 이동통신 관련 표준특허다. 하지만 ITC는 지난 6월에 ‘표준특허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애플 제품에 대한 수입 금리를 결정했다. 두 번째는 미국 소비자의 권리다.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에 미칠 영향과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애플 제품을 수입금지한 ITC 최종 판정에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애초 삼성전자는 표준특허 2건과 상용특허 2건이 특허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ITC는 이 가운데 표준특허 한 건만 침해 판정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항소로 나머지 세 건의 특허 침해 여부를 다시 판정받으려 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ITC 애플 제품 수입금지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삼성과 애플 간 특허 분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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