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국은 자국물자 우선 구매정책인 ‘Buy American’ 조항을 발표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위기 타개와 경기부양을 위해 7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에 자국산 철강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2008년 G20(주요 20개국) 금융정상회의에서 향후 1년간 추가적 보호무역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합의했음에도 미국이 G20 선언을 무시한 채, 보호주의적 조치를 먼저 취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를 떨쳐내야 하는 시기에 미국의 이런 행보는 ‘바이 차이나’ ‘바이 프랑스’ 등 각국 보호무역주의를 자극하기까지 했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해당 애플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정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최근 거부권을 행사해 또다시 보호무역주의 논란이 일고 있다. 신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은밀하고 다양해진'비관세장벽'
보호무역주의는 자국 산업을 보호·발전시키기 위해 수입 금지, 보호 관세 부과, 국내 산업 보조금 지급 등의 방법으로 국가가 무역 활동에 적극 개입하는 것을 일컫는다. 즉 자유무역주의와 반대적 성격으로 자국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국가가 국내 산업을 보호·육성하면서 무역을 통제하는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까지만 해도 보호무역주의 조치는 단기간 작용하거나 후발국가의 대규모 수입관세 인상과 같은 직접적이고 단순한 조치 위주였다. 하지만 1970~1980년 들어 오일쇼크, 일본과 독일의 약진 등을 배경으로 관세 인상뿐만 아니라 국제무역기구(GATT)의 규범을 우회하는 비관세장벽이 도입됐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후,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관세를 무역장벽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지자 은밀하고 다양한 형태의 보호주의 조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환경규제, 경쟁법 적용 강화, 특허 소송 등 지식재산권의 무기화 등은 대표적인 새로운 보호무역주의 형태다. WTO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보호주의 조치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2009년부터 2013년 7월까지 1890건에 달했다.
#경쟁법 적용강화·환경규제 압박
신보호무역주의 조치의 신무기로 경쟁법 적용 강화가 부각되고 있다. 경쟁법은 카르텔(가격담합), 독점, 인수합병(M&A) 부문에서 규제 대상을 확대·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주요국의 경쟁법 적용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글로벌기업의 경쟁법 리스크 관리가 핵심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경쟁법 위반으로 1억달러 이상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한국 기업은 4개사로 총 벌금액이 11억8500만달러(국가별 벌금액 기준 1위)에 달한다.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자국 산업 보호 및 육성정책을 강화하기도 한다. ‘환경보호’ 관련 기술무역장벽의 WTO 통보 건수가 2006년 204건에서 2009년 374건, 2012년 460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환경 관련 사업은 신성장동력으로 인식돼 선진국은 규제를 통해 외국 기업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특허전쟁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기업의 지식재산권 경쟁력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물품 수입을 금지하거나 통관 시 압류조치 등의 형태로 자국시장을 보호하려 한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 분쟁과 같이 정보기술(IT) 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식재산권 침해 관련 수입 규제와 대규모 소송전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기업 간 특허소송전에서 각국의 판결 결과가 상이해 ‘사법 보호주의(내외국 기업 간 분쟁시 법원이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판결을 내리는 경향)’ 논란도 있다.
#무역의존도 높은 한국 등 타격
문제는 한국과 같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신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2012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57.4%로 독일(51.2%) 중국(27.7) 일본(15.3%) 미국(14.0%) 등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경제위기에 처한 선진국은 무역흑자국인 한국에 대해 통상압력을 강화화고 있고 신흥국도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