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보호와 기본권 침해 사이 딜레마…국가가 '디지털 부모' 역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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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보호와 기본권 침해 사이 딜레마…국가가 '디지털 부모' 역할할 수 있을까?

장규호 기자2026.04.16읽기 6원문 보기
#SNS 금지법#디지털 시민권#고전적 자유주의#국가 후견주의#공리주의#기본권 침해#과잉 금지 원칙#사회계약론

Cover Story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월 동아일보 여론조사와 2024년 정부 실태조사에서 청소년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유해성과 중독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중순 국내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전체 응답자의 26.9%에 이르는 사람들이 청소년 SNS 금지법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사자인 많은 청소년이 위험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적지 않은 국민이 금지법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겁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가치를 중시하기에 이런 다른 견해와 철학을 가지게 될까요? “과잉 금지 아닌가요? ”반대론자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듭니다.

하나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들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청소년 역시 정보를 접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다른 사람과 소통할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온라인 공간의 비중이 커진 요즘, 이를 ‘디지털 시민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적으로 막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주장입니다. 이는 기본권 보호를 중시하는 ‘고전적 자유주의(Libertarianism)’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이라고 설파했습니다.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개인에게 조언할 수는 있어도 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어떤 선택이 당사자에게 다소 해로울 수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국가가 일률적으로 금지에 나서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존 로크의 사상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대한 온전한 주인입니다.

청소년 역시 성장 단계에 따라 점차 이 권리를 획득하며, 부모나 국가가 이를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자율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결국 반대론자들은 SNS 금지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표현과 소통의 자유를 위축시키며,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규제, 즉 과잉 금지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공리주의, 어떻게 봐야 할까그렇다면 SNS 이용 금지를 주장하는 쪽의 철학적 근거는 무엇일까요? 이들은 국가가 부모와 비슷한 위치에서 시민, 특히 판단력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자유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국가 후견주의’ 또는 ‘어버이 국가주의’라 부릅니다. 영어로는 ‘Paternalism’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떠올릴 수 있는 철학자는 세 사람입니다. 먼저 아리스토텔레스를 들 수 있습니다. 그의 ‘덕(德) 윤리’에 따르면 정치는 시민이 좋은 삶을 살고 올바른 덕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청소년기는 바람직한 품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중독성 강하고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회계약론으로 유명한 토머스 홉스는 국가의 보호 의무를 강조합니다.

그의 시각에서 보면 SNS 공간은 청소년의 정서적 안정을 위협하는 혼란스러운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강력한 규제를 통해서라도 질서를 세우고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마지막은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입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이 철학의 입장에선 SNS 중독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소수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SNS 규제를 통해 사회 전체의 손실과 불행을 줄일 수 있다면 규제는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자의 해결책은?반대론자들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적입니다. 법으로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겠냐는 거죠.

예를 들어 청소년들이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거주 국가를 속이거나 부모 계정을 이용하는 식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대형 SNS가 아닌, 감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커뮤니티나 해외 메신저로 숨어들 가능성도 있죠. 텔레그램 대화방이 뜬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이른바 풍선효과입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일부 경제학자는 청소년 SNS 문제를 ‘시장실패’의 사례로 바라봅니다. 이들은 플랫폼 기업이 만들어내는 과도한 중독성과 자극적 설계가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라는 외부불경제(Negative Externality)를 낳는다고 봅니다.

외부불경제란 시장 참여자가 부담하지 않지만,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되는 비용을 뜻합니다. 경제학자들의 해법은 이런 사회적 비용을 시장 안으로 내부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 SNS 과몰입으로 우울감을 겪고 학업 중단이나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미래 소득까지 감소한다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추정해 플랫폼 기업에 특별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그 재원을 청소년 상담이나 정신건강 지원, 올바른 디지털 사용 교육에 투입하자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넛지(Nudge)를 활용한 정책 설계입니다.

SNS 전면 금지는 반발을 키우거나 음성적 이용을 늘릴 수 있는 만큼 금지보다는 부드러운 개입이나 유도가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SNS를 일정 시간 이상 이용할 경우 광고 노출을 늘리거나, 반대로 사용 시간을 줄이면 플랫폼 내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 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지 않으면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절충적 해법으로 볼 수 있죠.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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