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열풍이 뜨겁습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도 의대 진학을 꿈꾸는 사람이 많을 테죠. 의대의 인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높아졌습니다. 갑작스러운 경제 충격으로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자연스레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의 인기가 높아졌죠.
이후 한때 공무원과 교사가 인기 직종으로 부상했고, 바이오(생명공학)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 의대 열풍은 되레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의대뿐 아니라 비슷한 면허증을 딸 수 있는 학과까지 인기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이른바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가 대입 수험생들의 목표가 됐습니다. 대학에 다니다가 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하는 학생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대에서 341명이 자퇴했습니다. 3년 연속 사상 최다입니다. 자퇴생 대부분이 의대 진학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의대를 가장 많이 보내는 학교가 서울대 공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죠. 의대 진학 열풍의 원인은 의사가 연봉이 높고 직업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직업을 선택할 때 그 직업에서 기대하는 보상을 가리키는 ‘직업 가치’ 관점에서 의대 열풍을 따져봅시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지금처럼 수재들이 의대로만 몰리면 다른 분야로 우수한 인력을 골고루 배분할 수 없습니다. 의사의 기득권은 의대 정원 제한으로 유지됩니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논란과 이공계 기피 문제를 살펴봅시다.
진로선택은 주변 사람 따라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가치<직업에서 기대하는 보상>를 기준 삼아야

로버트 프랭크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이 주변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을 가리켜 ‘행동 전염(behavioral contagion)’이라고 설명합니다. 행동 전염이 확산되면 그 행동은 밈(meme)이 돼 특정 상황에서 개인 행동의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밈은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통해 소개했습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생각, 아이디어, 행동 양식을 말합니다.
‘의대 진학’ 우선 고려는 일종의 밈
독자 여러분 같은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어떤 대학, 어떤 학과에 진학할 지, 그래서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가질지 부모님과 함께 고민하는 상황을 생각해볼까요. 특히 성적이 좋은 학생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의대 진학’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요즘 우리나라의 세태 같습니다. 그만큼 ‘성적 좋은 학생(성적이 좋아지길 바라며 노력하는 학생도 포함)이라면 의대 진학을 생각하는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제위기도 자주 발생하는 세상에서는 의사만 한 직업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의대 입학의 좁은 관문을 넘어 힘든 수련 과정을 견뎌내면 또래 직장인보다 훨씬 많은 연봉이 보장되고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일할 수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의사는 평균 연봉 2억3070만 원을 받습니다. 대기업 직원 평균 연봉(7008만원)의 3배가 넘습니다. 경제적 보상뿐 아니라 어디서나 ‘의사 선생님’ 소리를 듣는 높은 사회적 지위도 주어지고요. 이런 의사가 되려고 의대 진학을 목표로 삼는 것은 개인 입장에서는 지극히 합리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수 지드래곤의 노래 ‘삐딱하게’의 가사 “영원한 건 절대 없어~”처럼 지금은 당연해 보이고 영원할 것 같은 상황이나 조건이라도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구온난화나 인구 고령화 같은 눈에 보이는 요인 혹은 예상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요인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나 조건이 바뀌면 현재의 합리적 선택이 비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