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나. 수십 년간 국가 경제정책을 집행하거나 기업을 이끌어온 ‘경제 원로’들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요즘 한국 상황은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는 이미 장기 침체기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타개할 대책은 정부의 3대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중 혁신성장에 있다고 했다. 적극적인 규제 혁파로 국가 혁신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고언이다.
“모든 경기 지표 악화되고 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 경기순환적 측면에서나 구조적 측면에서 위기임이 분명하다”며 “생산과 투자, 소비심리, 기업 체감경기 등 모든 지표가 악화일로”라고 우려했다.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분배가 나빠지고 있다고도 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에서 저소득층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윤 전 장관은 “성장이 모든 문제 해결의 기본”이라며 “어떻게 하면 다시 성장잠재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모든 정책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자 직접 관광진흥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을 맡아 관광산업을 부흥시켰다”며 “반면 우리는 국립공원에 호텔이나 식당을 지으려면 층수 제한까지 두는 등 규제가 첩첩산중”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영역 정부 개입 땐 생태계 붕괴”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기업이 창업한 지 20년도 안돼 미국의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며 “국가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한 ‘선(先)시행 후(後)규제’란 자세로 모든 문제를 푸는 중국을 본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사회주의란 정치적 색깔만 빼면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시장친화적이란 게 진 전 부총리의 진단이다. 그는 “규제 뒤에는 기득권과 함께 표를 의식하는 정치집단이 버티고 있는 만큼 이를 돌파해내는 지도자의 결단력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했다.
진 전 부총리는 “복지시스템 같은 공공재의 경우 정부가 맡아야 하지만 시장 영역에까지 정부가 개입하면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고 걱정했다.

“일자리 창출 원동력은 기업가정신”
약 20년간 삼성그룹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업가정신이야말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라며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빠진 정치권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면서 반(反)기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은 1980년대 중반까지 ‘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충만한 나라’(피터 드러커)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 탓에 활력을 잃었다”며 “정부가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돼야 할 경제 문제에 지나치게 간섭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현안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윤 부회장은 “예컨대 기업들의 근로시간을 인위적으로 단축하겠다고 정하면, 근로자가 원해도 일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며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