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세계적으로 기업투자 위축…중국발 위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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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세계적으로 기업투자 위축…중국발 위기 가능성"

이태훈 기자2019.09.19읽기 5원문 보기
#미·중 무역분쟁#보호무역주의#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글로벌 밸류체인#글로벌 교역량#중간재 수출#재정 확대 정책#적자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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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경제 경고벨 울리는 석학들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초세계화 한계 다다랐다" 경고도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무역 분야의 대가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9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미·중 무역분쟁이 심해지면 중국발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이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인데, 이들 국가 간 무역분쟁이 심화하면 한국의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 경제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불확실성 키우는 미·중 무역분쟁크루그먼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로 ‘불확실성’을 꼽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다”며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전 세계 교역량은 줄어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글로벌 교역량은 전월 대비 1.4% 줄어들어 5월(-0.7%)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도 전기 대비 0.4% 줄었다.글로벌 교역량이 두 달 연속 감소하거나 전기 대비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3분기~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세계 교역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가장 많이 늘었다가 위기가 발생하면서 급감했고 지금은 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그는 “최근의 보호무역주의는 이른바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보호무역주의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제품의 수입을 막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상대국 제품에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등 무역분쟁 상태다. 초세계화란 자본, 상품, 인재, 지식 등이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이동해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 공동체처럼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한국, 글로벌 밸류체인에 계속 있어야”한국은 내수시장은 작지만 수출을 많이 해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은 연간 6012억달러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았다.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 한국의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액 1621억달러(지난해 기준) 중 79%인 1282억달러가 중간재로 분류된다. 한국산 반도체(858억달러), 디스플레이(116억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산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는데, 중국산 제품을 가장 많이 사가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제품에 관세를 많이 부과하면 가격이 올라 미국 내 판매가 줄고, 이는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줄이는 파급효과를 낳는다.크루그먼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더라도 한국이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은 미·중 무역분쟁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글로벌 밸류체인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글로벌 밸류체인이란 제품의 설계·생산·유통·판매 등이 여러 나라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다. 중국산 스마트폰의 미국 수출이 늘면 그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도 이익을 본다. 이를 두고 ‘한국과 중국이 글로벌 밸류체인으로 묶여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이 각각 주도하는 교역 블록에 들어가기보다는 유럽연합(EU)과 교역을 늘리는 식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을 계속 활용하는 게 낫다”고 했다.정부 씀씀이 늘리지만…크루그먼 교수는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의 과감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공공투자를 늘리는 등 재정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으로 짰다. 내년 총수입(482조원)보다 31조5000억원을 더 푸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 예산’을 편성해 씀씀이를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미래 먹거리’와 관련이 깊은 경제활력 예산이 전체의 13.7%(70조3000억원)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보건·복지·노동 분야로 전체의 35.4%(181조6000억원)에 이른다.NIE 포인트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토론해보자. 미·중 무역분쟁에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정부가 나랏돈 씀씀이를 늘리기로 했는데, 그 방향이 맞는지 토론해보자.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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