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0 클럽’이라는 것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고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나라로만 묶은 모임이다. 클럽 회원은 전 세계에서 5개국 뿐이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이다. 이탈리아는 작년에 2만9848달러로 간당간당 했다. 이탈리아를 대체로 끼어주기 때문에 클럽 멤버는 6개국으로 본다.
무역규모 세계 6위인 경제 강국
일곱번째 멤버가 될 후보는 어느 나라일까? 한국이 가장 많이 이야기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931달러다. 세계 27위다. 인구 5000만 명은 이미 넘었으므로 국민소득을 조금 더 끌어올리면 된다. 하지만 이것이 어렵다. 3만 달러 근처에 갔다가 미끄러지곤 했다. 한국은 왜 번번이 좌절될까?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 1996년 이후 거둔 경제 성적표가 나쁜 건 아니다.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할 정도이다. 부문별로 보자.
국내총생산(GDP)는 1996년 6585억 달러였다. 작년 GDP는 1조7487억 달러였다. 20년간 거의 3배 성장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1만2243달러에서 2만8000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컸다. 20년간 56.2% 증가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규모는 1996년 3237억 달러에서 2011년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었다. 수출만 보면 당시 1205억 달러에서 2014년 6961억 달러로 급증했다. 세계 6위 수준이다. 수입도 2032억 달러에서 2014년 6115억 달러로 늘었다. 수출과 수입이 증가했다는 것은 경제 덩치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1년 예산을 보면 우리나라의 살림 규모가 얼마나 불었는지도 알 수 있다. 1996년 63조원이었던 예산은 올해 387조원으로 급증했다. 내년에는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기대수명이 늘어난다. 소득이 늘면 개인들과 국가가 보건, 건강, 환경에 신경을 쓰고, 예산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교수는 저서 ‘위대한 탈출’에서 경제성장과 건강, 수명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바 있다. 기대수명을 보면 1996년 73.9세에서 작년에 82.2세로 늘었다. 한국은 노인인구 급증을 걱정해야 하는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성장도 사실 눈부시다. 20년 전만 해도 전혀 없었던 글로벌 100대 기업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가 들어갔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렸다.
‘중진국병’ 안고치면 선진국 못간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고비를 넘지 못하고 정체해 있다. 바로 ‘중진국병’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한 나라들은 대개 3만 달러를 무난히 돌파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1987년 2만 달러에 올랐던 미국은 9년 만에 3만 달러를, 다시 8년 뒤 2004년 4만 달러를 지났다. 영국은 1995년 2만, 2004년 3만, 2006년 4만 달러에 올랐다. 독일은 1990년 2만, 2004년 3만, 2008년 4만 달러로 순항했다. 프랑스도 독일과 같았다. 일본은 1987년 2만, 1992년 3만 달러를 거쳐 3년만에 4만 달러 국가가 됐다. 네덜란드는 3만 달러에서 5만 달러에 오르는데 4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2006년 2만 달러를 넘은 뒤 아직도 3만 달러를 넘지 못했다. 선진국의 평균 소요시간인 8.2년이 훨씬 지났다. 경제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체력지표인 잠재성장률과 노동생산성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어 언제 3만 달러를 넘어설지 장담하기 어렵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1%에 머물 것이란 암울한 소식이다. 4만 달러와 5만 달러시대는 언제쯤 갈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