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TV 프로그램이 아빠와 아이들로 채워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아빠와 아이가 여행을 떠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틀 통안 자녀들을 돌보는 아빠의 모습이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진다. 일에 쫓겨 자녀들과 소원해진 아빠들을 TV가 나서 가족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육아와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아빠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친구 같은 아빠’를 의미하는 ‘프렌디(Frend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이렇다보니 기업들 사이에서도 아빠 육아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문화센터에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강좌들이 마련되고 있고, 의류업체들은 다양한 색감과 스타일의 부자 또는 부녀 커플룩을 주력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아빠 육아가 대세가 되어 버린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동안 아빠들이 육아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동안 육아는 엄마들의 몫이었다. 아빠들은 육아보다는 그저 일을 열심히 했다. 성(gender)에 따른 부부 간의 철저한 역할 분담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계속되어온 자연의 섭리와도 같았다. 그렇다면 왜 육아는 엄마가 맡고 아빠는 밖에 나가 일을 해온 것일까?
기회비용따져 생산제품 결정
경제학에 비교우위라는 개념이 있다. 상품을 더 적은 기회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갑과 을, 두 사람이 의자와 옷을 생산하고 있다. 1시간 동안 일하면 갑은 의자 1개 또는 옷 3벌을 만들 수 있다. 갑은 1시간 내내 의자를 만들면 옷 3벌을 포기해야 하고, 옷만 만들면 의자 1개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갑은 옷을 만들 때 기회비용이 더 적다. 반면 을은 1시간 동안 의자 4개 또는 옷 2벌을 만들 수 있다. 즉 을의 기회비용은 의자를 만들 때 더 적게 된다. 이제 이들이 각자 의자와 옷을 1시간씩 만든다고 하자. 2시간 동안 이들은 의자 5개와 옷 5벌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갑과 을이 기회비용이 적은 상품만 생산한다면 옷 6벌(갑)과 의자 8개(을)를 만들 수 있다. 기회비용이 적은 상품의 생산에 전념하면서 생산량이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비교우위의 개념을 이용하면 육아를 왜 엄마가 담당해 왔는지도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임신과 출산은 남성은 경험할 수 없는 여성 고유의 영역이다. 또한 임신 기간 동안 엄마와 아이는 한 몸에서 신체·정서적 교감을 주고받는다. 게다가 여성이 임신을 하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체내에서 분비되어 진통이 일어나고 모유 생성이 촉진된다. 이처럼 여성의 몸은 출산과 육아를 감당할 수 있도록 스스로 변화한다. 이에 반해 남성은 태곳적부터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고 그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운동 능력이 여성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 보니 싸움을 하고 식량을 구할 때 남성들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던 것이다. 결국 남성과 여성이 신체적으로 비교우위가 있는 일에 특화되면서 육아는 엄마들의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바깥일을 남편보다 더 잘하는 아내도 있을 것이다. 아내가 육아와 바깥일 모두에서 절대우위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육아는 아내가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한 사람이 모든 일에 대해 비교우위를 가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육아서비스 수요
하지만 최근 ‘육아=엄마의 일’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바깥일을 겸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아빠 육아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아빠들도 가사와 육아에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낮 시간에 발생한다. 엄마가 낮 시간에 일을 하면 육아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핵가족화와 노인들의 인식 변화로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가정이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가정에서 가족에 의해 제공되던 육아가 다른 상품들처럼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고, 육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 형태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육아서비스로 베이비시터로 불리는 ‘육아도우미’를 들 수 있다. 한국직업사전에 의하면 육아도우미는 부모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 집 또는 외부에서 아이를 돌보는 직업을 말한다. 부모의 부재 시에 아이를 보호하고 식사와 놀이, 수면과 배변 등 아이의 일상 활동을 돕는 것이 육아도우미인 것이다. 육아서비스 시장은 최근 들어 활성화되고 있지만, 육아도우미의 역사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의 경우 이미 18세기에 보모가 보편화되었고, 우리나라도 1920년대 직업여성을 위한 탁아소를 운영한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육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점차 육아도우미도 전문·체계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