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어떤 직업을 선호할까. 1994년 서울 시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희망직업 조사’를 보면 남학생은 사업가, 여학생은 교사를 가장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연예인, 의사, 교수, 변호사 등이 당시 학생들의 선호직업으로 꼽혔다. 2012년에 실시된 청소년 희망직업 조사에서도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교사가 각각 선호직업 1위와 4위를 차지했고, 의사와 연예인이 상위권에 포함되었다. 무수히 많은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고 직업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지만,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교사, 의사, 연예인 등으로 크게 바뀌지 않은 셈이다.
이런 직업들이 시대를 불문하고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기도 하지만 이들 직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직업의 안정성이란 노동의 대가로 얻는 소득과 일을 할 수 있는 근무연한에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의사는 연봉이 높은 대표적인 직업 중 하나다. 실제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연봉 상위 20개 직종에 외과 성형외과 치과 등 9개 분야의 의사가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글로벌 교육기관 ‘바르키 GEMS 재단’은 우리나라 교사의 평균연봉이 4700만원으로, OECD 주요국 중 싱가포르와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고 보고했다. 의사의 연봉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교사의 연봉도 평균 이상에 해당하는 셈이다. 근무연한의 경우, 의사는 정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여건만 허락되면 원하는 시점까지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다. 교사 역시 정년이 62세로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또한 교사는 연금이라는 강력한 재정적 뒷받침이 있어 은퇴 뒤의 삶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꾸릴 수 있다.
화려함의 이면 '불안전성'
그렇다면 연예인은 직업으로 어떠할까.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연예인의 평균소득은 3473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연봉(2817만원)보다 높은 액수로, 결코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유명세를 생각하면 예상을 밑도는 액수임에 분명하다. 또한 연예인의 소득은 직종별로 차이가 심해 모델의 평균소득은 1031만원으로 한 달 평균 9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예인은 같은 직종이라도 인기에 따라 소득의 격차가 커서 가수나 배우 중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연예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년 역시 마찬가지다. 연예인의 정년은 의사와 같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인기가 떨어지면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 연예인의 운명이다. 결과적으로 소득과 근무연한의 측면에서 연예인은 안정적이라는 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연예인을 직업으로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들은 직업을 선택할 때 ‘관심분야’와 ‘멋진 일’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연예인이 선호직업의 상위권에 매번 위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경제적인 측면도 연예인을 동경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언론에 보도되는 인기 연예인의 출연료와 광고모델료는 웬만한 직장인의 몇 년치 연봉과도 맞먹을 정도로 높다. 또한 그들은 고가의 명품을 즐기고 비싼 수입차를 타고 다니며 틈만 나면 해외여행을 즐길 정도로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연예인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즉, 멋있고 부유한 연예인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많은 청소년이 이들을 모델 삼아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스타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원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추구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관심 있고 멋진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현실성’이다. 자신의 능력과 주변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직업에 실제로 종사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의 사랑도 '한계효용체감'
연예인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큰 직업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의 추세를 보면 연예인으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기획사에 소속되거나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과해야 한다. 대학의 연예 관련 학과나 사설학원에 입학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관문에 들어서는 것조차 녹록지 않다. 또한 관문을 통과해도 데뷔를 보장할 수 없고, 데뷔를 해서도 청소년들이 바라는 스타가 되기까지는 피나는 노력과 엄청난 행운이 따라줘야 한다.
스타가 되고 나서도 문제는 계속된다.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스타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유명한 법칙 중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배고플 때 먹는 밥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반찬이 없어도 시장을 반찬 삼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두 번째 공기를 먹을 때는 배가 불러 첫 공기밥만큼 맛을 느끼기 어렵다. 세 공기째는 먹는 게 고역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처럼 상품을 한 단위 더 소비할 때 느끼는 만족감인 한계효용은 소비가 늘어날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다. 연예 상품 역시 이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아무리 좋은 노래라도 계속 듣다 보면 흥이 떨어지고 지겨워진다. 감동적인 연기도 반복되면 이내 식상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는 대중의 마음이 변덕스러운 탓도 있지만,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연예계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예인이 스타가 되어서도 변신을 도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